MIBF 마지막 날, 개주일
자정 즈음에 출발하는 밤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왔다.
Air Asia가 출발하는 KLIT 2 터미널의 입국장 안에는 긴 대기 시간에 당황스러워 하는 나 같은 여행자들을 위해 맥도날드가 들어와 있다. '감튀'와 어울리지 않는 '아아'를 주문했다.
전시 마지막 날.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제품을 좋아해 주었다. 학교에서 온 아이들은 이 부스에서 저 부스로 우르르 몰려다니며 저마다 자기가 맛본 음식에 대하여 어른스러운 평가를 내어 놓고 친구에게 동의를 구했다. 솔직한 평가단의 호평가에 기분이 좋았다.
전시 마지막 날에는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이 짐을 싸고 돌아가는 부스들이 많다. 덕분에 전시장은 여름 방학을 앞둔 교실처럼 어수선하다. 다들 언제 부스를 철수하면 좋을지 주변의 눈치를 본다.
전시가 끝나면 후다닥 짐을 싸고 서둘러 귀갓길에 오른다. 전시를 준비한다고 출발 전부터 부산을 떨고 전시 사흘 동안은 바이어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 애썼는 데 막상 전시가 끝나면 기대도 후회도 다 지난 일이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만 남는다.
전시 중에 부스를 한 시도 비우지 못해 점심을 걸렀으니 우선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다. 많이 고를 것 없이 들어선 곳은 인도식 바비큐가 나오는 뷔페였다. 맛과 가격이 만족스럽다.
어제는 100일 금주가 끝나는 날이었지만 전시 기간 중이라 술을 마시지 않았다. 대신 오늘 인도 음식을 먹으며 <타이거> 맥주를 주문했다. 평소에 꾸준히 반주를 하던 사람처럼 맥주는 꿀꺽꿀꺽 목구멍을 타고 잘도 넘어갔다. 야외 스케이트장의 개장일처럼 금주를 끝내고 다시 술을 마시는 날을 <개주일>이라 부르기로 했다.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아 한국의 <카카오 T>와 같은 <Grab>으로 공항 가는 택시를 불렀다.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는 아주 짧은 시간에 참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비 오는 날 지나가는 택시에 "따블"을 부르고 기사 마음대로 모르는 사람을 태워 합승을 하고 취객을 모아 강남역에서 분당을 질주하던 총알택시가 있었다.
졸고 있는 사이에 택시는 공항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는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고 <Have a nice flight.>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몸은 피로에 흐늘거렸다. 밤 비행기 안에서 선 잠을 잘 생각을 하니 과감하게 flat sheat을 사지 않은 것이 잠시 후회되었지만 그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사장으로서 여전히 허락하지 못할 일이다.
보딩 시간이다. 서둘러 컴퓨터를 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