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성격이 팔자다 시리즈 2

by 박종호

성격을 고치려면 우선 나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럼 '나'란 누구인가. 총체적인 경험과 성격의 집합체인 "나"는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오래 끓여 만든 부대찌개이다. 살아오는 동안의 경험과 환경의 영향이 복잡다단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가 바라보는 나는 매우 솔직하지만 편파적이다. 남이 생각하는 나는 파편적이어서 나의 전체의 성질을 규정하기 힘들다.


스스로를 마치 남인 듯 3자화 하여 바라보는 것을 '자기객관화'라 부른다. 자기 객관화가 객관적이기 어려운 이유는 나를 바라보는 내가 또한 과거에서 이어온 인식의 한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익숙해진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어지간해서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 남들이 보기에 분명 문제가 있지만 자기만 모른다. 취한 사람은 자기가 취한 줄 모른다.


무감어수 감어인(勿鑒於水 鑒於人), 묵자는 물(거울)에 나를 비추어 보지 말고 사람에 나를 비추어 보라고 하였다. 사람의 성격이란 결국 사람과의 접촉 속에서 나오는 반응의 패턴이다. 그러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위해 내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문제는 타인의 나에 대한 경험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타인이란 관계에 따라 나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판단하거나 혹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고 나를 판단하게 된다.


나에 대한 판단은 자기가 하면 편파적이고 남이 하면 파편적이다. 그래도 이 두 방법을 통해 그나마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지만 스스로의 단점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스스로 자신의 단점을 발견하면 금세 자기 방어 기제가 작동을 한다. 이것이 얼마나 신통한지 분명 단점이었던 성격을 단숨에 장점으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다른 이에게 자신의 단점을 들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진실을 보기보다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친구에게 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도 그 친구 입에서 좀 비판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그건 사실은..." 하며 자기 합리화를 시키다가 종국에는 "그런 너는 어떤데?"하고 마음속에서 화가 올라오기 나름이다.


다행히 요즘에는 손쉽게 자기를 객관화하는 도구들이 많이 나와있다. MBTI 같은 검사도 스스로를 판단하기에 매우 유용하다. 보다 솔직하게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MBTI를 신봉하지는 않지만요"로 이야기하며 얼마나 MBTI가 유용한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나는 MBTI를 신봉하지는 않지만 MBTI가 자기객관화를 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방법은 명상이다. 성격과 관련하여 명상은 두 가지 점에서 유용하다. 하나는 일상적으로 느끼는 자극으로부터 멀어져 자기 기분의 디폴트, 기준값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 평상심으로부터 상황에 따른 나의 감정의 변화들을 관찰하면 내가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 지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에 대하여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된다. 명상의 더욱 유용한 점은 감정의 시작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작점을 알면 제어가 가능하다. 마치 작은 불씨를 잡으면 큰 불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듯이.


성격이 팔자다. 성격을 바꾸어야 운명을 바꾼다. 그 성격을 보는 일, 나를 파악하는 일이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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