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단상(斷想)

靑春답지 못한 靑春

by freejazz


1.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다 보니

이렇게 허무하게 주말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초겨울 매서운 추위 속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검붉은 저녁 하늘 풍경이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제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 있는 듯합니다.

제게는 와닿지 않을 기쁜 소식,

혹은 제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무언가를

마냥 기다리기만 하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는 순간.

단지 업무적(業務的)인 관계(關係)와 단절(斷絶)만이

존재하는 요즘입니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으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혀있고

한편으론 어떻게든 무언가를 하고 있으나

머릿속은 텅 비어있는 상태.

무기력증(無氣力症)만이 저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참으로 靑春답지 못한 靑春입니다.




2.

금요일 저녁, 강남역 한복판에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연말을 맞아 즐거워하는 연인(戀人)들이

서로 손을 맞잡은 채 온기(溫氣)를 느끼고 있고,

송년회 약속이 있는 듯한 많은 사람들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중 퇴근시간, 사무실에서 주변을 관찰해 봅니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같은 부서의 후배 직원은

어린 자녀들이 쑥쑥 크는 모습에 신이 났고,

얼마 전에 결혼을 한 옆 부서의 후배 직원은

달콤한 신혼 생활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모습도 엿봅니다.

스키나 보드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시즌권을 끊어 주말마다 스키장에 가면서

겨울 시즌의 재미에 푹 빠져 있고,

연말에 진급을 하거나 새롭게 보직(補職)을 맡아서

새해 새 출발을 앞둔 직원들은

저마다의 부푼 희망(希望)에 들떠 있습니다.

그들은 靑春다운 靑春입니다.




3.

하지만 저에겐 좀 우울한 연말입니다.

연말 인사이동 등으로 인해 평일에 시끄럽던 핸드폰이

주말에는 조용하니까 얼마동안은 참 좋더군요.

하지만 몇 주째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깐

조금은 불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힘들고 피곤하다고 해서

제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오로지 주말에 벌레처럼 잠잘 생각만 앞세우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지 못한 게

많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자본(資本)으로, 혹은 업무적인 관계로

종속(從屬)되지 않은 유일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인데

그들에게조차 충실하지 않은 제가

어찌 제 자신에게는 충실할 수 있을지요.

참으로 靑春답지 못한 靑春입니다.




4.

금요일 저녁 퇴근하는 길,

매일 저녁 야근하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힘없이 빠져나오던 사무실 건물 정문 대신

일부러 건물 1층의 "커피숍"을 통과해서 나왔습니다.

12월의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던 날,

제 코를 거쳐 가슴속까지 파고든 것 같은

커피 향(香)이 유난히 좋았습니다.

게다가 연말 시즌이라 그런지

제가 좋아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Pop 가수가

작년에 야심 차게 내놓았던 크리스마스 캐럴 음악이

커피숍의 스피커에서 반갑게 흘러나오더군요.

늦은 저녁시간의 커피숍엔

커피 한잔을 같이 마시며 마주 보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도

무척이나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 모습이 참 부러운 연말입니다.

사랑한다고 쓸까, 말까, 망설이고 싶은 연말입니다.

靑春답지 못한 靑春이 "靑春" 이고픈 연말입니다.




#.

별로 내키지 않던 송년회 약속은

모두 내년 1월 신년회로 기약 없이 미뤄놓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인(情人)들이 몹시 보고 싶은

그런 연말입니다.

이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혼자 남겨진 외로운 연말.

올해는 유난히도 슬픈, 연말의 단상(斷想)이었습니다.




[ "靑春"이라고 표기한 것에 대한 변명 ]


사실, 제 나이는

"靑春"이라고 하기엔 너무 벗어난

"中年"의 연령대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만 되면

나이를 더 먹고 싶지 않은,

"靑春" 이고픈 마음이어서

"靑春"이라는 단어를 감히 가져와 봤습니다.

그러나, "靑春"이라는 단어를

도저히 한글로는 쓸 수 없어,

한자어(漢字語)로 표기했으니,

이 점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P. S.

이 글의 배경음악은

그날 퇴근할 때 잠시 들렀던 사무실 건물 1층의

커피숍에서 흘러나온 크리스마스 캐럴 음악인,

Ava Max의 "1 Wish"로 하겠습니다.

이 곡은 작년 10월(2024. 10. 31.)에 발표된 곡인데요.

올해처럼 많이 힘들었던 작년 연말에

저는 이 곡을 기분전환용으로 듣곤 했습니다.

근데 이 노래, 이상하게 밝은데 좀 슬픕니다.

게다가 노래 가사에 나오는 그 한 가지 소원은

바로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았으면 좋겠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그런 내용인데요.

그런데 그게 어쩌면, 제가 이 나이에

"靑春" 운운(云云)하는 것과 비슷하게

어처구니없는 것 같아서 이 곡이

이 글의 배경음악으로 딱 맞는 것 같습니다.




Ava Max(에이바 맥스).

본명은 Amanda Koci(아만다 코치)이며,

알바니아계(係) 미국인 여성 싱어송 라이터인데요.

그녀는 1994년생으로, 차세대 댄스 팝 아티스트이자

2020년 이후 제 마음을 사로잡은 저의 Diva입니다!




https://youtu.be/0G7HpFyEB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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