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장마차(布帳馬車)는
길과 집의 중간에 놓인 존재인 듯합니다.
포장마차는 길에서 집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데다
길 위의 집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길의 동적(動的)인 성격과 집의 정적(靜的)인 성격을
두루 갖춘 곳,
포장마차는 길을 향한 그리움과 집에 대한 갈구를
동시에 충족시켜 줍니다.
포장마차에서 저는, 그리고 우리는
길 위에 있으면서도 집에 든 것 같은 편안함을 맛보고
집 안에 들어와 있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길을 버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젖을 수 있습니다.
2.
포장마차는 미련을 먹고 삽니다.
힘든 하루 일과가 끝난 뒤
또는 한 차례의 술자리가 파한 뒤
식구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약한 마음에
포장마차는
슬쩍 제 발을, 그리고 우리의 발을 걸지요.
길 위에 있으면서도
집에 든 것 같은 마음의 아랫목.
주황색 비닐을 들치고 들어가면,
소주 한 잔에
낯선 이들과도 의기가 투합되고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미련 하나쯤은 갖고 나갑니다.
#.
대학생 때, 그리고 사회 초년생 때
도심에서 술을 마시면
저는, 그리고 저와 함께했던 무리들은
주로 낙원상가 근처 포장마차에서
마무리 3차를 하곤 했었지요.
술자리가 1차와 2차로도 모자라
기어이 3차까지 갔던 우리는,
헤어지는 게 아쉬워 마지막 장소인
포장마차로 달려갔던 우리는,
모두가 정인(情人)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사무실이 자리한,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어질어질한 강남에도,
그리고 그 강남의 한복판인 테헤란로에도,
친근한 포장마차가 제법 늘어서 있더군요.
그리하여 하루 종일 벚꽃 잎이 흩날리던
4월의 어느 봄날 밤,
퇴근 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포장마차에서
시끌시끌 떠들면서
한 잔 걸치고 돌아오는 길.
저는 그렇게 오랜만에
포장마차에서의 추억(追憶)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길에서의 안도감을, 그리고 집에서의 편안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말이지요.
오뎅국물에 소주 한 잔 마시면서
우리끼리 이래야지 저래야지 하며 의기투합도 하고
또,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직장인들의 대화도 본의 아니게 엿들으면서
히죽히죽 웃고
그러다 옆 사람들과도 한 잔 하고
같이 웃고, 떠들고 했는데요.
하하, 그게 우리 술꾼들의 정서(情緖)
아니, 천한 인디 마이너
고집쟁이들의 정서(情緖) 같았습니다.
*제안(提案)
봄의 기운이 완연한 4월의 세 번째 금요일 밤,
어느덧 또다시 주말입니다.
오늘 밤엔 저를, 그리고 우리를 위로해 주는
정인(情人)들과 다시 한번,
포장마차에서 오돌뼈에 소주 한 잔 어떤가요?
아님 오뎅국물에 소주 한 잔 어떤가요?
그들과 함께라면,
봄날의 잔잔한 꽃향기와 같은 그들의 분위기에 취해서
저는 오늘 밤에는 아무리 술을 들이부어도,
술에는 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