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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Nov 07. 2018

그릇 닦던 경상도 청년, 사진작가 되기까지

맨주먹으로 일궈낸 예술가로서의 직업

‘제이림!’


패션 스트릿 포토그래퍼 임재현(31)씨는 국내 포토그래퍼 중 가장 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보유한 사진작가다. 칼 라거펠트, 페르난다 리, 수주, 아이린 등 패션쇼장을 나서는 유명 패션 셀럽들을 찍는다. 501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스타일리스트 ‘아미 송’(Aimee Song)도 반갑게 인사하는 ‘잔뼈 굵은’ 최정상 스트릿 포토그래퍼다.

사진출처 : 임재현 인스타그램(@jaylim1)


“20대 때는 안해본 일이 없어요. 사진이요? 먹고 살기 급급해서 카메라 사달란 말도 못해봤죠”


그의 고향은 경상도 창원이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중학교부터 신문 배달, 전단지 배포,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꿈은 사치였다. 기술을 배워야 먹고살겠단 생각만 있었다. 고등학생때 헤어디자이너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인턴생활 3년을 버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군대 전역 후 닥치는대로 돈을 벌었다. 바텐더, 프린트 자재 공장, 휴대폰 판매 등 안해본 아르바이트 찾는게 빨랐다.


“먹고 사는데 정신없이 바빴던 것 같아요. 스물 다섯에 친구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습니다. 한인 식당에서 서빙하고 그릇 닦는 일을 했죠. 주말에 공원에 앉아있는데 지나가는 외국인 모습이 신기했어요. 15만원짜리 똑딱이 카메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찍었어요. 그 사진들을 블로그에 올렸던게 제 첫 사진 작업이었죠.”


2014년 FW 멀버른 패션위크에서의 모델들(왼)과 당시 신인모델이던 신현지(오) | 사진 출처 : 임재현(@Jaylim1) 인스타그램


한국 네티즌들은 멋진 외국인 사진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사진에 재미 붙인 그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아끼고 아껴 캐논 6D를 마련해 멜버른 거리를 미친 듯 쏘다녔다. 시간이 지나자 호주 젊은이들 사이에서 카메라를 든 아시안 청년, 제이(JAY)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


“사진을 따로 배우진 않았어요. 길에서 계속 찍어본거죠. 패션위크 때 만나는 선배 작가님들한테 조언받고 그런 식이었습니다. 평일에는 식당 서빙, 세차장 아르바이트 두 개 하면서 주말에는 사진찍으러 다녔죠. 사람들이 제가 찍어준 사진을 보고 기뻐해주는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거든요"


사진기와 늘 함께였던 임재현 작가의 20대 시절 | 사진 출처 : 임재현(@Jaylim1) 인스타그램


그렇게 호주에서 3년 동안 아르바이트와 사진작업을 병행했다. 고된 시간이었지만 점점 길이 보였다. 맬버른 패션위크에서 규모가 조금 더 큰 시드니 패션위크로. 동경해왔던 남현범, 구영준, 토미톤 아담 등 세계적 스트릿 패션 포토그래퍼와 나란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돈모아 스물 아홉, 처음 뉴욕에 갔죠.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어요.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던 유명인들이 걸어다니고 있었으니까요. 그때는 이성을 잃고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빈털터리였지만 열정만큼은 아무도 못따라왔습니다. 패션쇼장 근처 식당에서 설거지하다 일 끝나면 사진찍으러 가는 식이었죠. 런던, 파리, 밀라노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동료 사진작가가 그러더군요. ‘사막에서 던져놔도 살아남을 놈’이라구요.”


사진 출처 : 임재현(@Jaylim1) 인스타그램


세계 4대 패션위크를 마치고 2016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본격적인 스트릿 패션 포토그래퍼로 활동했다. 그가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남들보다 빨리 시작한 인스타그램 덕분이다. 사진 작가 중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그는 브랜드 촬영, 매거진 협업 등으로 수익을 낸다. 올해 8월엔 동료 사진작가와 함께 논현동에 J&J라는 렌탈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업계에선 마이너 취급을 받았던 스트릿 패션이었지만 최근 보그 코리아, 더블유 코리아와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아미송, 가수 산다라 박도 이젠 저를 알아보고 반가워해요. 제가 찍으면 더 예쁘게 나온다고 하던데요? 제 꿈은 메이저 매거진 지면을 찍는겁니다. 인맥 위주의 한국 사진업계에서는 아무래도 어려운 목표죠. 기성 포토그래퍼 밑에서 어시스턴트 과정을 거친게 아니라서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주요 매거진에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하지만 전 편견을 깨고 스트릿 패션 포토그래퍼도 연출하고 디렉팅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날까지 끝까지 살아남겠습니다. 그때까지 제이림을 기억해주세요.”


모델 김지아 | 사진 출처 : 임재현(@Jaylim1) 인스타그램



글 | 디자인프레스 자유기고가 김지아


기사 원본 : http://naver.me/GVYDnR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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