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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크릿의 24년산 ‘판타지’

"브랜드 정체성" vs "시대착오적인 비현실 마켓팅"

by 스몰빅토크

2018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렸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전세계 여성 속옷 업계 1위, 시장 점유율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최대 여성 속옷 회사다. 1995년부터 시작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2017년 기준 약 500만명의 시청자를 모은 패션계 최대 이벤트다.

111.png 사진출처 : 빅토리아 시크릿 공식 홈페이지


◇패션쇼 뜨거운 이슈는 ‘모델’…올해의 얼굴은 누구?

쇼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모델 라인업. 빅토리아 시크릿이 추구하는 미의 기준은 브랜드 창립 초반부터 확고했다. 인형같이 예쁜 얼굴, 글래머러스하면서도 마른 몸매의 백인 여성으로 하이디 클룸, 지젤 번천, 미란다 커 등이 빅토리아 시크릿을 대표하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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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빅토리아 시크릿 채널 유튜브 캡쳐


올해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 선 모델은 60여명. 소셜 미디어 스타로 유명한 지지 하디드와 켄달 제너뿐만 아니라 백반증 컴플렉스를 극복한 위니 할로우, 최초 필리핀 출신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켈시 메릿이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명단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출산을 마치고 ‘아이 엄마’로 돌아온 베하티 프린슬루도 무대 위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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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최초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켈시 메릿(왼), 두 아이의 엄마 베하티 프린슬루 (오) 사진출처 | 각 모델 공식 인스타그램


◇11억원짜리 ‘쥬얼리 브라’...”판타지를 판매하는 엔터테인먼트”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판타지 브라’다. 판타지 브라는 1996년부터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매년 쥬얼리 브랜드와 협업해 만든 고가의 보석 브라. 올해는 판타지 브라는 스와로브스키 다이아몬드와 토파즈 2100개로 장식했다. 스웨덴 출신 모델 엘사 호스크가 이 브라의 주인공이다

333.PNG 사진 출처 : 빅토리아 시크릿 공식 홈페이지


영국 디자이너 마리 카트란주와의 협업도 이번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 강렬함을 더했다. 본래 밝고 톡톡 튀는 색감과 현란한 디자이너로 유명한 마리는 이번 쇼에서 핑크색과 플라워 패턴이 들어간 속옷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화려하고 값비싼, 그래서 더 비현실적인 빅토리아 시크릿의 마켓팅 방식이다. 빅토리아 시크릿 수석 마켓팅 책임자 애드 라젝은 지난 8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42분짜리 판타지를 선보이는 것”이라고 패션쇼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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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마리 카트란주 인스타그램


◇한결같은 ‘섹시 마켓팅’ VS ’다양성’ 찾는 소비자


떠들썩한 마케팅으로 전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빅토리아 시크릿. 하지만 다양성이라는 트렌드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 매출은 2015년 이후 계속 감소했는데, 그 원인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 인기 종목이던 의류와 수영복 사업 중단, 온라인 서비스의 불만족 등을 꼽지만 가장 큰 요인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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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빅토리아 시크릿 공식 인스타그램

올해 패션계 화두였던 ‘페미니즘’과 ‘내몸 긍정주의’는 여성의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신체의 아름다움을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 가슴을 와이어로 조여 크게 만드는 보정속옷이 대표 상품인 빅토리아 시크릿은 불편하다. 이에 경쟁 브랜드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나 40대 모델 등을 고용해 아름다움의 기준을 새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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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이라는 해쉬태그로 ‘내몸 긍정주의’ 마켓팅을 펼쳐 인기를 끌고 있는 속옷브랜드 ‘에어리’ | 사진 출처 : 에어리 공식 인스타그램

빅토리아 시크릿이 신체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빅토리아 시크릿 측은 “우리 브랜드 사이즈는 30A부터 40트리플D까지 나온다”고 반박했다. 또한 “업계를 선두하고 있는 1위 브랜드이다 보니 경쟁 업체들이 네거티브 마켓팅을 펼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18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풀영상은 12월 2일 공개할 예정이다.


글 | 디자인프레스 자유기고가&현직모델 김지아(인스타그램:freejia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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