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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May 29. 2020

8년째 네티즌 열광시킨 이 사진 1장…그 주인공은

강승관 SKT 브랜드 디자이너

부러지는 아이스크림 막대

강승관 SKT 브랜드 디자이너

부록처럼 소개해 알려진 작품


“디자인한지 8년이나 지난 아이스크림 막대가 아직도 화제라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한국인 디자이너가 만든 아이스크림 막대’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유명한 사진이 있다. 한눈에 봐도 아이디어가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스크림을 중간 이상 먹다 보면 스틱이 길어진다. 입천장이나 목구멍을 찌를 때가 있다. 이때 막대 중간 부분을 부러뜨려준다. 부러뜨린 끝부분을 둥글게 만들어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2012년 국제 디자인 어워드 출품작인 이 디자인은 8년째 화제다. 못 본 사람이 드물 정도다. 가장 최근엔 2020년 3월 한 유머 커뮤니티에 똑같은 제목으로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정작 이걸 만든 디자이너가 누군지 모른다. 8년 전, 부러뜨리는 아이스크림 막대를 만든 강승관(34) 디자이너를 만났다.

강승관 디자이너 팀이 만든 화제의 '부러지는 아이스크림 막대'

◇대학생 시절 공모전 출품한 아이스크림 막대


“8년 전 화제의 아이스크림 막대를 만든 디자이너 강승관이라고 합니다. 국제 디자인 어워드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 만들었어요. 2012년 성균관대학교 디자인학과 3학년 때 국민대 정이현, 방지혜 후배와 함께 팀을 꾸렸습니다.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하는 게 디자인이죠. 문득 아이스크림을 먹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밑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위로 끌어올리다 손에 묻기도 하고, 한입에 삼키다 입천장이 닿기도 하죠. 막대를 둥글게 부러뜨리면 편하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만든 제품입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iF 디자인 공모전 출품했다. 하지만 상을 받진 못했다. 같은 해 팝콘 포장 디자인을 레드닷 어워드와 어도비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했다. 팝콘 포장 디자인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했다. 어도비 디자인 어워드에선 Top3에 올랐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다.

강승관 디자이너(왼쪽)와 같은해 레드닷 어워드·어도비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인 팝콘 패키징 디자인(오른쪽)

같은해 레드닷 어워드·어도비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인 팝콘 패키징 디자인. 강승관 디자이너가 팝콘 디자인으로 공모전에서 수상하자 인터뷰를 하면서 탈락작인 부러지는 아이스크림 막대를 같이 소개했다.

디자인 전문 잡지에서 레드닷 수상자로 강승관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면서 아이스크림 막대를 함께 소개했다. 수상작을 소개하면서 디자이너가 아이스크림 막대도 만들었다고 그냥 끼워 넣은 것. 그렇게 아이스크림 막대가 세상에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네티즌 생각은 달랐다. 수상작인 팝콘 패키징보다 아이스크림 막대에 더 열광했다.


◇”상용화 안된 이유? 나중에 사업화해볼 생각 있어”


“아이스크림 막대는 인터뷰 말미에 부록처럼 같이 소개한 제품입니다. iF 디자인 어워드에 도전했지만 상을 수상하진 못했죠. 그런데 인터넷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가끔 친구들이 전화해 ‘니가 만든 아이스크림 막대 커뮤니티에서 봤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많은 분들이 부러지는 아이스크림 막대의 디자인 가치를 알아봐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죠.”


부러지는 아이스크림 막대를 상용화하진 못했다.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길고 딱딱한 아이스크림 막대를 쓴다. 그 이유를 묻자 강승관 디자이너는 “개인적인 생각으론 막대의 제형을 전부 다시 만들어야 해서 기업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것 같다”라고 했다. 또 "먹다가 중간에 입에서 부러질 수 있는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강 디자이너는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직접 사업화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막대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8년째 화제다.

◇CJ ENM 입사 후 SKT 브랜드 디자이너로 이직


“졸업 후 2014년 CJ ENM UI/UX/BX Design 직무로 입사했습니다. 디지털 영역에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일이죠. 시대 흐름을 봤을 때 디지털 영역이 훨씬 커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입사 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CJ ENM의 OTT 서비스 ‘티빙’을 브랜딩 해 디자이너로서 역량을 입증했다. “티빙 어플 리뉴얼 프로젝트는 6개월 넘게 매달렸던 작업입니다.”

강승관 디자이너의 tVing 어플 리뉴얼 결과물(왼쪽), 다이아tv브랜드 디자인.

또 다이아TV 브랜드 디자인, CJ ENM이 화장품 제조사 끌렘와 합작한 ‘2D4’ 브랜드 디자인을 맡았다. 2D4 브랜드는 컨셉을 살짝 비틀어 호평을 받았다. 보통 화장품 브랜드는 밝고 진한 색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강승관 디자이너는 선명해지고 싶다는 욕구를 진한 검은색으로 표현했다. 또 뽀얀 피부를 블러로 처리해 상징했다.


화장품 쿠션 2D4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IDEA·iF·레드닷)에서 상을 받았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은 11개에 달한다. 국내 디자이너 중 최상위 수상기록이다. 강승관 디자이너는 보다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20년 2월 SK텔레콤 브랜드 디자이너로 이직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2D4 브랜드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꿈꿉니다”


“디자인의 핵심은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불편한 점이 뭔지 관찰해야 합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뭐 불편한 건 없고’라고 질문해요. 또 문제점을 정의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나에게만 국한된 생각인지, 아니면 보편적인 생각인지를 끊임없이 점검합니다. 이때도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보죠.”


“제가 디자인하는 순서를 말씀드리면, 가장 먼저 문제를 설정합니다. 그다음 실제 사용자들을 불러 모아 인터뷰합니다. 티빙 디자인을 예로 들어볼까요. 인터뷰이들에게 티빙을 가장 최근에 접속했던 방식 그대로 재연해 달라 부탁하죠. 왜 그 아이콘을 터치했는지, 왜 나가기 버튼을 찾지 못했는지 등을 질문합니다. 그리고 디자인 계획안을 보여주거나 그 자리에서 만들면서 어떨 것 같은지 반응을 봅니다. ‘수평 형태의 콘텐츠 배열이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정말 맞는지 테스트해보는 거죠. 실제 제품이든 디지털 영역이든 상관없이 이 과정대로 디자인합니다.”

강승관 디자이너의 국제 디자인 수상작들

“저는 앞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성장하길 꿈꾸고 있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새롭게 정의 내리고 새로운 가치로 창조해내는 사람입니다. 패션 디자이너, 프로듀서, 광고 기획자 등 다양한 출신의 크리에이터들이 업계에서 인정받았을 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할 수 있어요. 제가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목표를 이루고 싶습니다.”


“‘디자인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스스로를 한정 짓지 말라는 겁니다. ‘디자이너니까 글 쓰는 건 안 해’, ‘개발은 내 영역이 아니야’ 이렇게 자신의 일에 있어서 선을 긋는 디자이너가 많아요. 무엇이든 일단 시도해보라는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신입 디자이너 때는 중요한 습관이라 생각해요.”


글 김지아


기사원본 링크 : https://1boon.kakao.com/jobsN/5ec740164ac8135d605397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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