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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Jun 17. 2016

오해영에게만 있는 것

누가 뭐래도 넌 잘난 기지배

1. 美친 연출력


대각선 카메라구도
색감
창문 밖 프레임
바닥 엿보이는 화면
장소



또 오해영은 말 많은 드라마가 아니다.

TELLING 보다는 SHOWING 기법으로

섬세하게 배우들의 감정과 심리를

연출한다.


'요즘 톤'으로 씌워진 또 오해영은

장면장면에서 트렌디한 CF같다


전형적인 드라마 구도를 벗어나서

대각선 - 창문 밖 - 전지적 주인공 시점 - 바닥 포션 사용 등

파격적이고 신선한 기법들로 흘러간다.


가장 입사하기 빡세다는

KBS PD출신의 저력이 느껴진다.


이 드라마는 송현욱감독의 차분하면서도 슬픈 듯 밝은 연출이 아니었다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2. 어쩐지 억울하지만

그래도 웃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푹 건드리는 서현진


안녕하쎄요오오오~!
뭐 좋은일 있나봐?
아니요오~~~~~! 하~~나두요~! 웃으면 조후와 질까~~~~! 해서요!
벗지뫄!!!!!!!!!!!!!!!!!나는 나고!!!!!!!!!!!!!너는!!! 너야!!!!!!!!!!!!!!!

나만 당하는 것 같아,

사랑받긴 글러먹은 것 같고,

잘나가는 투성이에서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런 이야기


해영이는 그렇게 심술궂은 사람들에게

나는 나고, 너는 너야 라고 외친다.

살아간다는 건 정말 쪽팔린 일이야


"그러니 어쩌겠어. 그냥 자.

자고 일어나면 배고파. 배고프면 밥 먹어.

밥 먹으면 졸려. 또 자."


아무리 창피해도

밥먹고 잠 자다보면

흘러가는 게 인생

'그냥 오해영'이 아니구


먹는 것보다 사랑하는 게 훨씬 재밌고

백만배는 행복한 사람이다.

늘 물 불 안가리고 뛰어들어서

익사할뻔도 하고 불타버리기도 하지만

다시 사랑으로 일어선다.


마음때문에 지지고 볶는 우리네 삶 이야기

그래서 우린 모두 오해영이다.


3. 툭 하고 와서 먹먹하게 스며드는 대사


"먹는 것 보다 더 싸게 먹히면서

만족도 높은 게 있어?

맛있는 음식보다 더 위로가 되는 게 있어?"


"사랑이요. 먹는것보다 사랑하는게

훨씬 재밌고

백만배는 행복해요.

안먹어도 행복해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맛있는 것에 그렇~게 열광하지도 않고

맛없는 것에 광분하지도 않아요.

이미 충분히 좋으니까."


"다시 태어나는 게 뭐 어려운가?

과거를 놓아 버리면 다시 태어나는거지.

신생아가 기억있는거 봤어?

난 이런 일을 겪었다.

그러니 이런 인간이다.

그런 과거를 다 놔 버리면

다시 태어나는 거지 뭐."

"아빠는 소리가 왜 좋아요?"

"사라지잖아"

"아빠는 사라지는 게 좋아요?"

"사라지는 걸 인정하면 엄한 데 힘주고 살지 않아"


"마음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거야.

육체만 시간의 구애를 받지,

마음은 인생의 모든 스토리를

다 알고 있다는거야.

마음한테 인생은 마침표가 찍힌 시나리오 같은거야."


4. 흔한 로맨스물이 아닌 이유

무릎 꿇라고 할 때 안꿇고 가버려서 좋았다

이런 게 무릎 탁 치게 하는 현실이다.


철없는 재벌 츤데레 캐릭보다
섬세하고 예민한 예술가 남자캐릭터가

심장조폭이다.

이분들 연기야말로 또오해영의

라면스프

삼삼했던 드라마에 완벽한 찹찹찹 감질맛!!


"예술하냐?"

"예술 하라고. 감독이 왜 예술을 안하냐고!!"
 

또 오해영 보기 전까지는

드라마는

- 일상적이고 수수한 백반같은거라면

영화는

- 특별한 날 큰마음 먹고 예약하는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분위기있고 재료 훌륭하고

친절한 밥집이라니...!

가성비 탄탄탄대로 데스네-  

 

+ 덧붙여 '여성혐오' 논란에 대해서 나름의 해석


첫화부터 위태로운 지점이

몇군데 있긴 했다.

이건 개성있는 작가의 가치관이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아닐까싶다.

물론 어느정도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바람둥이에게 속아 피해를 본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사는 확실히 별로였다.


하지만 항변을 하자면,

작가의 변명이라고 느껴졌던 약간의 장치도 있었다.


문제의 장면에서


예지원은 피해 여성들을

그대로 지켜보다가

"뻐꾹 뻐꾹" 소리를 내며 개입한다.

뻐꾸기 소리를 낸다는 것

-> 뻐꾸기로 빙의한다

(그간 예지원의 돌+I 기행에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다. 믿어달라)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지새끼 챙기기'로 악명높은 이기적인 새다.


임신한 예지원은

아기 아빠인 김지석을 위해

스스로 이기적인 존재가 돼

복수하러 찾아온 여성들을 처단하겠다

라는 의미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피해여성들에게 책임을 전담하는 것은

그간 속 시원하고

멋진 여성의 표본을 보여줬던

예지원의 배역과는 다른 행동이었지만


자기 아기를 위해서라면

한없이 이기적으로 변신하는

인간상의 모습을 나타내는 장면이라

충분히 의미있다고 느낀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위로받기 위해서다.

일상에서 지치고 깨진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사랑에 취한다.


대한민국에서 드라마는

문화산업에서 최상위를 선점한지 오래고

어느새 한국을 대표하는 분야가 됐다.


장르가 장르다보니 드라마에 따라

특정 세대나 성별이

공감하고 박수쳐주는 측면이 있는데,


또 오해영은 그동안 드라마 시청자 타겟팅에서 소외됐던 2030대를 끌어온

신선한 시도들이 있다.


좋은 드라마로 사람들이 더 웃고, 울면서 스스로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일상 비타민을 복용했으면

정말 좋겠네~에 정말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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