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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Jun 30. 2016

속초

여행의 당위성

숙소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계획이다.

"왜 고기를 먹어. 여기서 나는 걸 먹어야지"

라고 충고하셨다.

숙소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계획이다.

"왜 고기를 먹어. 여기서 나는 걸 먹어야지"

라고 충고하셨다.


맞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삼겹살이 먹고싶다는 친구의 말에

중앙시장 정육점에서 스포츠 머리를 하고 피어싱을 한 남자에게

제 값보다 조금 깎아 뿌듯한 마음을 되돌리고 싶진 않았다.


단편적인 정보제공 뿐인 여행서적을 읽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긴 꼭 가봐야해 라는 당위성의 여행루트는

그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의 풍경을 흐릿하게 한다.


여행을 떠나면 뭔가를 특별히 더 많이 먹고, 많이 봐야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시간이 즐겁고 좋아야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상보다 차가웠던 바닷물, 헤프게 써버린 튜브 렌탈비,

고전 공포영화에서 봤던 번개 폭풍 장면이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지던 날씨 등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여행은 환상이 아니다. 일상의 일부다.

단지 사로잡혀있던 틀 바깥으로 고개를 돌리는 일.


어떤 사람에겐 평생 살아가는 공간을

스치는 객이 되어 그 모습을, 방식을, 관계를 들여다보는 일.


우리 가족은 여행가서 더 격렬하게 싸웠다.

엄마 아빠는 누가 서로 운전대를 잡을 것인지에 대해,

언니는 왜 내쪽으로 발을 올려놓고 누워있는가에 대해,

엄마가 선정한 저녁메뉴가 불만스러워 왜 그렇게 그 음식메뉴에 집착하는지에 대해,


어릴 때 많이 다녀봤던 가족여행의 기억 덕분에

여행에 대한 현실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지난한 다툼조차 과거형으로 매듭지어진 후에는

결국엔 모두 그리운 추억으로 남게 되기에,

우리는 다시 떠나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말과

왠만해선 바꿀 수 없는 나 자신은

여행지에서 발견한다.



오스트리아 여행중,

그 지역에서 가장 끝내준다는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우리는 숙소와는 떨어진 곳에 위치한 외곽의 지방도시를 가게된다.


핵심 관광명소들만 들르마는 여행객들이 그 생소한 지역을

가는 이유는 맛집으로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를 가기 위해서 스친다.

매끈매끈한 이전의 명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생소함을 느끼며, 우린 걷는다.

갑자기 비가 왔다.

여행객에게 가장 없는 것은 우산이다.

여행자야말로 그곳의 날씨를 낙관하고, 긍정하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스테이크하우스는 쉬는 날이었고,

"미안해, 하지만 우리도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어"라며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동양인들을 돌려보내는 사장의 말을 뒤로하고 우린 다시 비를 맞으며 걸었다.


스테이크 하우스에 가면서와 같은 태도로 묵묵히 걷고있는 나에게, 친구는 말했다.

"너는 참 우직하다"

그 때 들었던 그 말은 정말로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 좋은 칭찬이었다.


가끔 어려움이 조금씩 머리카락을 보이려할 때마다 되뇌인다.

'나는 우직하다'

이정도는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견뎌낼 수 있다는 마음이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당신에게 주려는 일관된 메시지를 경험하는 것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맞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삼겹살이 먹고싶다는 친구의 말에

중앙시장 정육점에서 스포츠 머리를 하고 피어싱을 한 남자에게

제 값보다 조금 깎아 뿌듯한 마음을 되돌리고 싶진 않았다.


단편적인 정보제공 뿐인 여행서적을 읽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긴 꼭 가봐야해 라는 당위성의 여행루트는

그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의 풍경을 흐릿하게 한다.


여행을 떠나면 뭔가를 특별히 더 많이 먹고, 많이 봐야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시간이 즐겁고 좋아야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상보다 차가웠던 바닷물, 헤프게 써버린 튜브 렌탈비,

고전 공포영화에서 봤던 번개 폭풍 장면이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지던 날씨 등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여행은 환상이 아니다. 일상의 일부다.

단지 사로잡혀있던 틀 바깥으로 고개를 돌리는 일.


어떤 사람에겐 평생 살아가는 공간을

스치는 객이 되어 그 모습을, 방식을, 관계를 들여다보는 일.


우리 가족은 여행가서 더 격렬하게 싸웠다.

엄마 아빠는 누가 서로 운전대를 잡을 것인지에 대해,

언니는 왜 내쪽으로 발을 올려놓고 누워있는가에 대해,

엄마가 선정한 저녁메뉴가 불만스러워 왜 그렇게 그 음식메뉴에 집착하는지에 대해,


어릴 때 많이 다녀봤던 가족여행의 기억 덕분에

여행에 대한 현실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지난한 다툼조차 과거형으로 매듭지어진 후에는

결국엔 모두 그리운 추억으로 남게 되기에,

우리는 다시 떠나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말과

왠만해선 바꿀 수 없는 나 자신은

여행지에서 발견한다.



오스트리아 여행중,

그 지역에서 가장 끝내준다는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우리는 숙소와는 떨어진 곳에 위치한 외곽의 지방도시를 가게된다.


핵심 관광명소들만 들르마는 여행객들이 그 생소한 지역을

가는 이유는 맛집으로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를 가기 위해서 스친다.

매끈매끈한 이전의 명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생소함을 느끼며, 우린 걷는다.

갑자기 비가 왔다.

여행객에게 가장 없는 것은 우산이다.

여행자야말로 그곳의 날씨를 낙관하고, 긍정하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스테이크하우스는 쉬는 날이었고,

"미안해, 하지만 우리도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어"라며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동양인들을 돌려보내는 사장의 말을 뒤로하고 우린 다시 비를 맞으며 걸었다.


스테이크 하우스에 가면서와 같은 태도로 묵묵히 걷고있는 나에게, 친구는 말했다.

"너는 참 우직하다"

그 때 들었던 그 말은 정말로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 좋은 칭찬이었다.


가끔 어려움이 조금씩 머리카락을 보이려할 때마다 되뇌인다.

'나는 우직하다'

이정도는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견뎌낼 수 있다는 마음이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당신에게 주려는 일관된 메시지를 경험하는 것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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