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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Jul 07. 2016

여행지의 음식

강원도 순두부편


얼마나 긴 여행을 묵었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후 사진첩을 보며

기억나는 여행지 음식은

한가지정도면 충분하다. (정말?)

 

그건 절대 지금 이곳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음식일 것이다.

그래야 더 간절해지고 음식에 대한 향수가 깊어질테니까

 

속초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건

순두부였다.

 

 

강원도 속초의 순두부집은 정말 많다.

우리는 숙소 근처 순두부촌이라 불리는 역에서 한정거장 전에 내려

순두부촌이라 시작되는 지점까지 걸으며 식당들을 물색했다.

 

중간에 김삿갓 막국수라는 곳에서 풍겨오는

멸치육수냄새에 혼미해지는 정신을 가다듬어야만 했다.

 

숙초하면 순두부는 공식적인 음식테마여서

OO할매 옆가게에 진짜 원조 OO할매 순두부 그 옆에 또 있는 OOO할매 손맛 순두부...

순두부촌이 아니라 할매들의 천국이었다.

 


그럴수록 정말 맛있는 곳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왠만하면 다 평균 이상은 하겠다 하는 체념 또한 생겨난다.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의 이름과 같은 할머니가 운영하신다는 순두부집으로

선택했다. 그 친구의 하얀 피부나 말랑말랑한 성격이 순두부를 연상시키는 데 무리가 없었다.

 

  

 

순두부찌개 두 개와 모두부 제육을 시켰다.

김이 모락모락 나서 모두부인가 싶을정도로 적당히 따끈하게 데워진

네모난 두부 뭉텅이들이 나왔다.

 

고요하고 얌전하게 젓가락으로 갈려지는 두부 뭉텅이를 입에 넣으면

마치 구강구조 모양처럼 딱 끼워진다. 그리고 서서히 부서진다.

 

유럽에선 매일 아침 빵집에서 빵을 굽고 그걸 식사로 먹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매일 아침 동네마다 두부를 만드는 두부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팩에 들어 냉장고에서 잠자다 냄비에 끓여먹는 도시의 두부와는 차원이 달랐다.

물론 그런 두부도 나름의 포근함이 있다.

하지만 속초에서 먹은 순두부와 모두부는 자연산 횟감같은 그런 살아있는 생명력이 느껴졌다.

왜 그렇게 달랐던 것일까?

물때문인가?

 

옥수수도 그렇다.

시장에서 파는 옥수수는 입안에서 톡톡 터지면서

쫀득쪽득하게 달라붙었다.

 

옥수수를 긁어낼때마다 오도독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입안에서 굴러가며 옥수수만의 맛을 내는데

그건 단맛이나 짠맛이라는 그런 범주에 있는 맛이 아니었다.

 

강원도는 그렇게 두부나 옥수수같은 단순한 음식들에 마법을 부리는 장소다.


친구들이랑

튜브에 발걸려가면서 바다수영하다

장맛비 흠씬 맞고

버스정류장까지 내리 30분을 걷다가

곡성에서 본 것같은 천둥번개 멍하게 쳐다보다 먹은 스토리가 담겨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혀로 글을 쓴 작가' 라는 놀림을 받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크래칫가족의 소박한 식탁을 묘사한 장면이다.


이런 거위요리는 처음이었다. 밥은 이렇게 맛있는 거위요리가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부드러운 살과 풍부한 풍미, 크기에 헐한 값, 누구나 찬사를 보낼만했다.

사과소스와 매시드 포테이토까지 곁들이니 온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허먼 멜빈의 모비딕은 클램차우더 스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엌에서 따뜻하고 구수한 김이 흘러나왔다. 우리의 우울한 전망이 잘못임을 분명 알리는 것 같았다.



때에 따라서 혼밥도 좋고 먹방도 좋고 다 괜찮지만

수저를 부딪히면서 함께 먹는 그 단순하고 기본적인 행위의 가치를 자꾸 과소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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