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입학사정관 시스템을 활용한 비즈니스
커맨드 에듀케이션 크리스 임 대표
24살에 교육 컨설팅 회사 설립
하버드·스탠퍼드·예일 등 명문대 보내
2019년 180억 매출 기록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20대에 사업가로 성공했겠냐구요? 글쎄요. 한국에서 안 태어나서 모르겠어요. 하지만 미국에서 성공하는 과정에선 한민족의 피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신 두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성실하고, 끈기 있게 일해요. 어떤 나라에서 태어났든 그건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크리스 임(Christopher Rim·26) 커맨드 에듀케이션(Command Education) 대표는 20대에 미국에서 교육컨설팅 사업을 펼쳐 큰 성공을 거뒀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미국 엄마들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시간당 100만원 넘는 컨설팅 비용을 받지만, 그가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늘 자리가 없다. 작년 매출은 약 180억원이다. 2018년 포브스는 크리스를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교육인(30 Under 30 - Education 2018)’ 중 한명으로 뽑았다.
◇똑같은 공교육에 반기 든 10대 시절
어린 시절부터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때면 ‘왜 내가 이걸 공부해야 하지’, ‘이 수업이 나의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등을 고민했다. “한국인 2세로 미국 사회에 살아가면서 이질감을 느꼈어요. 적응을 못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다가도 교육방식이나 문화를 받아들일 때면 의문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SAT(미국 수능시험)에 집착할 때, 저는 대신 ‘왜 SAT를 봐야 하는지’, ‘이 시험이 왜 중요한지’ 등의 질문에 파고들었죠.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능력을 입증하는 시험이 SAT라고 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능력을 증명할 수는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는 “학생마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내는 방법은 다 다르다”고 말한다. 개인의 차이를 이해하고 각자에 맞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인 역할이라 주장한다. 학생들이 자신만이 갖고 있는 능력에 집중했을 때, 대학 입시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 똑같은 교육 과정을 거쳐 똑같은 시험을 봅니다. 누군가는 이런 교육이 공정하다고 말할지 모르죠. 하지만 사회는 점점 개인의 생각과 개성이 중요하도록 발전해나가고 있어요. 기존 교육체제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다 낙오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일 수 있죠. 이 점을 알려주기 위해 커맨드 에듀케이션을 창업했어요. 커맨드 에듀케이션은 학생들이 스스로 세운 목표를 이루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레이디 가가의 사회 공헌재단 ’Born this way’에서 봉사활동도
크리스는 13살(중학교 2학년)때 처음으로 교육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뉴저지주의 파라무스라는 동네에서 학교를 다녔다. 진로를 막막해하는 후배들에게 맞춤형 진로 컨설팅을 해줬다. 그를 거친 후배들은 진로 상담을 마친 뒤 성적과 학습태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소문을 듣고 부모들이 몰려왔다. 첫해에 4만달러(약 478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고등학생땐 페이스북 교육부서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했다. 그는 공교육이 변화하길 목소리 높이는 10대였다. 16살엔 ‘오늘 끝내자(It Ends Today)’라는 교내 따돌림 방지를 위한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다. 언론이 그의 활동을 보도하자,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크리스를 직접 찾아왔다. 레이디 가가 역시 학교 폭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의 엄마와 공동으로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위한 재단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를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었다. 크리스는 이 재단에서 봉사하면서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들을 상담했다.
“10대를 다양한 많은 활동을 하면서 보내다 보니 성적은 별로였어요. 평균 학점이 3.8점 정도였죠.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려면 4.0은 넘어야 해요. 대학 지원서를 들고 찾아가자 진학 상담사는 ‘우리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제가 지원한 대학 중 아무 곳도 합격하지 못할 거라 여긴 거죠. 제가 예일 대학교의 합격증을 받으니 주위 사람들 모두 충격을 받았죠. 제가 다니던 뉴저지 잉글우드 고등학교가 예일대학교 합격생을 배출한 게 거의 10년만이라고 했습니다.”
◇3.8 학점으로 예일대 합격하자 문의 쏟아져
예일대학교 입학생들은 4.0 이상의 학점과 만점에 가까운 SAT 점수를 보유하고 있다. 전례 없는 낮은 성적으로 예일대에 합격한 크리스를 부모들이 찾아왔다. 크리스는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사업화했다. 2015년, 예일대학교 2학년일 때 커맨드 에듀케이션을 창업했다. 대외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입시 컨설팅 회사였다.
“커맨드 에듀케이션은 입시 학원이 아닌 진로 상담 컨설팅 회사입니다. 저같이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명문대 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이 멘토로 일하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맞춤형 1:1 컨설팅을 제공하죠. 한사람당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요. 상담 초기 단계에선 학생이 정말 인생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진로를 꿈꾸는지, 어디에 적성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주력해요.
적성·진로 분석이 끝나면 인턴십 프로그램을 매칭해줍니다. 인턴십 프로그램 후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과정도 함께합니다. 세계 최고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요. 패션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미국 보그 매거진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미디어나 광고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페이스북 인턴으로 일하도록 도와줍니다.”
◇입학사정관제에 특화한 교외활동 시스템
미국 학생들의 목표는 한국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명문대라 부르는 아이비리그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 2019년도 하버드대학교의 입학 전형 지원자는 약 4만3300명이었다. 이중 1950명이 합격증을 받았다. 다른 명문 대학 역시 비슷하다. 지원자의 5~7% 정도가 합격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입시제도와 우리나라와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 학교들은 우리나라보다 학교 성적을 반영하는 비중이 작다. 특별활동·자기소개서·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활동 요소를 평가해 학생을 선발한다. 크리스는 이 점에 주목했다. 고객에게 입학사정관제도에 특화된 교육컨설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1 맞춤형 멘토링 프로그램이라 가격은 꽤 높다. 시간당 약 750~950 달러(한화로 약 100만원 안팎)를 지불해야 한다.
“2018년 이후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교육열이 높은 상하이와 홍콩에도 진출했습니다. 창업한지 5년 정도 지났는데, 지금까지 약 800명의 학생들이 커맨드 에듀케이션을 거쳐갔어요. 이중 94% 넘는 학생들이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에 진학했죠.
미국 대학 입시제도가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MIT와 예일은 올해 처음으로 지원자를 ‘블라인드 전형(Blind Test)’으로 선발하기로 했어요. 이 말은 학생들의 SAT 점수나 학점을 보지 않기로 했다는 거죠. 미국 일류 대학 중 두 곳이 SAT에 의존해 학생을 뽑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두 대학을 선두로 앞으로 미국 입시 제도는 계속 바뀔 거예요. 하버드, 스탠퍼드, 노스웨스턴 등의 대학에선 원하는 사람만 SAT 점수를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물론 SAT 점수가 높으면 더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제 성적보다 지원자의 역량과 개성을 보는 시대가 열립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강한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대한민국 입시제도가 아직도 학생들을 똑같은 기준으로 줄 세우는 성적에만 집중한다는 점이죠. 한국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게 각 학생들의 개성과 적성을 보는 입시 시스템을 갖추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글 jobsN 김지아
(기사 링크 : https://1boon.kakao.com/jobsN/5efc623c0a682c38599828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