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드리 프로젝트 이현덕 대표님 인터뷰
이태원에는 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에겐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잠깐 멍을 때리는 휴식도 중요하죠.
커피숍과 세탁소가 함께 있는 곳, 론드리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에 잠깐 머물다 가는 외국인들도, 지방에서 올라온 자취생들도, 모두 빨래를 하러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기분좋은 세탁 세제 향기와 커피원두 볶는 고소한 냄새.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됩니다.
커피숍도, 세탁소도 전혀 특별하지 않은 공간이지만 유명 포토그래퍼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인기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앞다퉈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론드리 프로젝트의 창업자, 이현덕 대표님은 창업 전,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세번 낸 뒤 자신은 한국사회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이민을 결심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학위도 없는데 무작정 이민을 떠나서 뭘?
어차피 미국에서 막노동할 의지라면, 한국에서 뭐라도 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답니다.
2015년 이태원에 론드리 프로젝트를 창업한 뒤, 홍대에 '워시타운' 2호점을 내죠.
만든 이가 기나긴 방황 끝에 만들어낸 결실이라서일까요?
이곳을 찾는 이들은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작은 응원을 얻어갑니다.
'낯설지만 안심할 수 있는 관계'가 맺어지는 장소.
이 모든 성분들의 어색하지 않고 절묘하게 어우러지는곳. 런드리 프로젝트의 이현덕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론드리 프로젝트 창업자 이현덕 대표입니다. 저는 건축을 전공했고 건축사무소와 방송사를 다니다 2015년 퇴사 후 해방촌에 론드리프로젝트를 만들었습니다.”
-론드리 프로젝트란 무엇인가요?
“론드리 프로젝트는 해방촌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친구가 ‘다 좋은데, 이불에서 냄새가 난다. 그런데 빨래할 곳이 없어 괴롭다. 동네에 빨래방이 필요하다’는 말에 아이디어를 얻었죠. 유학생과 자취생 등 1인가구가 대다수인 해방촌이라는 동네에 세탁기 없는 집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제가 만들고 싶었던건 도시의 창백한 빨래방보다는 좀더 생기있는 공간이었어요. 마치 과거 한국소설에 등장하는 빨래터같은 공간이요. 냇가에 빨래방망이 두들기면서 온갖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곳을 상상했죠..
론드리 프로젝트를 ‘프로젝트’라고 지었던 이유도 같습니다. 공간과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싶었어요. 빨래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는 사실 일상에서 특별한 이벤트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휴식, 그리고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시간인건 분명하죠.
제가 모티브를 얻었던 곳은 포틀랜드의 스핀런드리 라운지였어요. 포틀랜드의 스핀런드리 라운지는 빨래방이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람들은 빨래가 건조기에 돌아가며 마르길 기다리는 동안 사일런트 디스코 형태로 춤을 출 수 도 있고,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세탁기가 만들어내는 백색소음과 세탁세제 냄새때문에 일부러 이곳에 와서 노트북을 두들기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자유롭고 편안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었죠. 제가 만들고 싶었던 공간도 그랬습니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데요, 왜 하필 빨래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빨랫감을 들고 오니까요. 일산이나 파주에 사는 분이 해방촌까지 와서 빨래를 하진 않죠.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동네에 누가 살고 있는지 다들 무관심해졌어요. 하지만 도시에서 빨래방만큼 주변 이웃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게되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죠.
창업 당시 포틀랜드의 스핀런드리를 직접 방문했는데, 이 공간을 축으로 지역 사회의 이슈를 풀어나가는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생성된 것을 목격했죠. 또 공간이 주는 메시지와 컨셉 역시 분명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감자칩을 먹을 때 일회용 티슈가 아닌 깨끗한 손수건을 함께 제공해준것이죠. 매장 내에서 커피잔과 맥주잔을 비롯해 모든 일회용품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공간이다보니 보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환경과 주변 가게 등에 관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거라 생각했습니다.”
-매출 비중은 어느정도 되나요?
“카페 매출 70%, 세탁소 매출 30% 정도입니다.”
-24시간 운영하는 것은 아니죠?
“네. 무인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생각해보지 않은건 아니지만, 사람과 사람을 잇고자하는 콘택트 비즈니스에서 완전한 무인시스템은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부침심한 이태원 상권에서 5년 넘게 자리를 유지하고 계시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과라 여겨지는데요, 코로나19로 영업에 타격은 없나요?
“코로나19 사태 초창기에는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에 있기 답답한 사람들이 론드리 프로젝트로 모여들었죠. 하지만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진자 사태가 발생한 이후 거주민들 모두 조심하는 분위기입니다.”
-2017년 홍대에 워시타운 2호점을 내셨는데, 그곳은 어떤가요?
“해방촌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더 젊은 인구가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반응이 좋습니다. 우리 동네에 워시타운이 있어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고객들도 있어요. 론드리 프로젝트의 브랜드는 마니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론드리 프로젝트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시켜나갈 생각이신가요?
“지금은 여러 건설사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내에 입점하는 방향으로 고민 중입니다. 아파트 역시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라 론드리프로젝트와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론드리 프로젝트는 지역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콘택트 플랫폼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성장해나가고 싶어요. 제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비즈니스는 '에이스 호텔'입니다.
에이스 호텔은 본인들이 호텔이 아닌, 커뮤니티를 짓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에이스 호텔 창업자 알렉스 콜더우드는 이발소를 운영하다 시애틀 빈민가인 벨타운 지역에 있는 방 28개짜리 사회복귀자 보호소를 새롭게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맡습니다. 자본금은 200만달러가 전부였죠.
이 돈을 갖고 건물을 고치기보다 가구와 자재를 재활용했고,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와 협업해 벽면을 그라피티로 장식합니다. 28개의 방이 제각각 전부 달랐다고 해요.
그리고 호텔을 꾸미는데 함께 참여한 지역 아티스트들에게 이 방을 무료로 나눠주죠. 호텔에 머무는 아티스트들의 독특한 콘텐츠에 매료된 사람들은 에이스 호텔로 몰려들었습니다. 단순한 호텔을 넘어 문화활동, 지역 커뮤니티, 라이프스타일이 모두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탄생한겁니다.
저 역시 사람들에게 머무는 공간을 새롭고 소중하게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이 감정과 시선을 통해 다시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론드리 프로젝트는 그 꿈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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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드리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laundryproject.co.kr/
론드리 프로젝트 공식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laundry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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