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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Jul 03. 2023

세이노의 가르침 ②

절대 나약해지지 말기

19세기 말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자살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1.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에 통합되지 못했기 때문에 소외감이나 우울증으로 하게 되는 자살 (이기적 자살)

2. 자신이 속한 집단에 지나치게 융합, 결속되어 집단을 위해 희생적으로 하는 자살 (이타적 자살)

3. 개인이 사회에 대한 적응이 갑자기 차단, 와해되면서 살의 기준을 상실할 때 발생하는 자살(아노미 자살)


대부분의 자살은 아마도 이기적 자살과 아노미 자살이 혼합된 것인 듯 싶다.

살다 보면, 해도 해도 아무것도 안 될 것같이 보일 때가 있다. 어떠한 대안도 보이지 않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적인 때가 있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실망, 좌절이 절망 속에서 계속 쌓이면 자살의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한 경우 자살은 함부로 저지르는 무의미한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이 처한 고통이나 위기 상황, 상실감 등으로부터의 탈출구로 잘못 여겨지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오해했었으니까.


그러나 로버트 슐러는 절벽에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일지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한다. 떨어지고 있으므로 하늘을 향해 날아 볼 수는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떨어지던 중 비쩍 마른 두 팔로 온 힘을 향해 세상 속으로 날개짓을 시작했을 뿐이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는 말을 그래서 좋아한다. 절망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날갯짓을 할 줄 모른다.


마약 중독자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 <트레인스포팅>에서 주인공 마크 렌튼은 이렇게 말한다. "삶을 선택하라. 직업을 선택하라. 미래를 선택하라. 가족을 선택하라. 빌어먹게 큰 텔레비전을 선택하라. 세탁기, 자동차, CD플레이어, 전동식 깡통따개를 골라라. DIY 제품을 고르고, 일요일 아침마다 교회에 나가 회개하는 삶을 선택해라. 빌어먹을...하지만 내가 왜 그런 것을 원해야 하지?"

렌튼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비웃는 듯 보이지만 그의 독백 속에는 학벌이나 돈, 능력도 없으므로 평범하게 살려야 살 수도 없지 않느냐는 절망이 근저에 깔려 있다. 그는 대안으로 마약을 선택했을 뿐이다.


우리는 왜 절망하는 것일까? 미래의 상황을 현재의 처지에 비추어 미리 계산하기 때문이다. 지금 일류대를 못 다닌다고 해서 10년 후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금의 빚을 5년 후에도 못 갚을 것이라고, 지금의 봉급으로는 평생 남들처럼 못 살 것이라고 미리 계산하여 체념한다. 지금 가난하므로 평생 가난하게 살 것이라고 미리 계산기를 두들겨 대면서 미래의 삶에 절망적인 번호를 매기고 만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부자가 되려면 미래 방정식에 지금의 처지를 대입하면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안된다. 결코 그런 짓을 하지 말라. 트레인스포팅 게임처럼 우리에게 달려오는 삶의 번호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단, 조건이 있다. 뭘 배우든지 간에, 뭘 하든지 간에, 미친듯이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해라. 그렇게 할 때에야 비로소 미래는 그 암흑의 빗장을 서서히 열어 주기 시작할 것이며 조만간 그 빗장 너머에서 비치는 강렬한 태양빛 아래에서 당신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81년부터 90년까지 언론에 게재된 자살기사 총 411건을 분석한 논문(중앙대 의대 박동철)에 따르면, 자살 동기는 '경제적 가난'이 86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정서적 갈등' 79건, '부부갈등' 66건, '학업문제' 24건 등의 순이었다. 또 자살의 심리적 원인은 '절망 및 고독감' 117건, '열등감' 52건, '갈등 상황 도피' 47건의 순으로 조사됐다. 연령층별 자살률은 20대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 30대, 10대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자살자들은 젊고 싱싱하고 건강한 10~30대 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며 건강 상실이 동기가 되어 자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은가. 흔히 사람들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하고 모든 것을 잃었다면 당연히 절망하여 자살할 것 같은데, 그런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들보다는 건강하고 탱탱한 몸을 갖고 있음에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사실 말이다. 건강하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왜들 그렇게 죽으려고 하는 것일까? 몸이 건강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갖게 되어 고민 끝, 절망 끝, 행복 시작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 아닌가.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연구팀은 25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업률이 낮을 때 실직하면 사망하기 쉬우나 실업률이 높을 때는 그럴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내가 피 토하듯 하라는 것은 어느 한 분야에 정신을 계속 집중시키면서 두뇌를 계속 사용하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열심히 하다가도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건강이 최고다"라는 말에서 피난처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해법은 무엇인가.


1. 가시적 결과를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아라. 당신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야 할 주체는 타인이나 직장이나 사회가 아니다. 스스로 흡족할 때까지 공부하고 노력해라. 스스로 얻게 되는 뿌듯함, 내가 여기까지 알게 되었구나 하는 벅찬 기쁨, 이런 것들을 소중히 여길 때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2. 재미를 느끼기만 한다면 스트레스는 더이상 주어지지 않는다.


3.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반드시 주어진다는 것을 믿어라. 문제는 그 시기가 당신이 생각하는 시간보다 더 미래에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나는 "보상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돈다. 가속도가 붙기까지는"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4. 긴장감을 잃지 마라. 전쟁터에서 식사도 제때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병사들이 건강을 해쳐 죽었다는 말 들어본 적 있는가? 이것 아니면 죽는다는 긴장감 떄문에 그럴 틈이 없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제아무리 몸이 아파도 점호 시간에는 정신이 버쩍 든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은 당신 정신 상태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식으로 자기 자신에게 배수의 진을 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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