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라 해리스를 향한 미셸 오바마의 지지연설 영상을 봤다.
뚜껑을 까봐야 알겠지만 일단 승세는 해리스 쪽으로 기운게 아닐까 싶다.
해리스 대통령 후보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녀가 꾸린 가족의 형태였다.
그녀의 남편은 더그 엠호프라는 사람이다. 해리스와 결혼할 땐 돌싱 상태였다.
해리스와 그의 남편 사이에는 아이가 없다. 다만 남편이 이혼한 전처와 낳은 두 자녀를 함께 키우고 있다. 해리스의 남편은 전처와 이혼 전 뭔가 복잡한 여자관계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해리스 반대 진영은 그녀의 남편을 '불륜남'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전처가 발끈하며, 나선 것이다.
전처가, 전남편의 현재 아내에 대해 한 발언이 꽤나 아름다워서 인상이 깊었다.
해리스의 남편의 전처인 커스틴 엠호프는 성명을 내고 "나의 두 자녀가 10대였을 때부터 카멜라는 나와 더그와 함께 공동 부모 역할을 했다"며 "그녀는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보살폈다. 나는 이 혼합 가족(blended family)을 사랑하며 그녀가 이 안에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리스의 의붓딸 엘라도 "나는 세 부모님을 모두 사랑한다"며 카밀라를 공개지지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혼 후 진흙탕 싸움 하는 부부들을 많이 본다. 서로가 자기에게 얼마나 잘못했고, 얼마나 이상한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헐뜯기까지 한다. 그런 식의 브이로그도 있고, 블로그도 되게 많다. 물론 한번도 안봤다. 재미 없고 유익하지도 않아서다.
우리 어르신 세대만 해도 이혼을 하면 쉬쉬(?) 하는 분위기였다. 분명 공공연하게 그 사실을 말하고 다니진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 시대는 텔레비전만 켜도 연예인들이 나와서 이혼썰을 푼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서른살이 느끼는 격세지감이다.
그런걸 볼때마다 난 이혼하더라도 그러지 말자고 다짐한다. 솔직히 이혼한 사람 봤을 때 아무 생각 안든다. 부정이건 긍정이건 그냥 그렇구나 한다. 하지만 본인이 먼저 이혼한 이야기를 주구장창 늘어놓는다거나, 전 배우자의 사적인 이야기를 예의없이 막 털어놓을 때 더이상 말 섞고 싶지 않다.
자기 얼굴에 침뱉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상대에게 상처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래도 한때 사랑했고, 좋은 감정이 들어서 부부의 연을 맺은게 아닐까. 부부의 연을 맺기란 쉬운 게 아니다. 만약 쉽게 결혼했다라고 한다면 경솔했던 책임이 있다. 경솔하게 결혼해서 이혼해놓고 또 경솔하게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꼴이다. 사람은 큰 일을 겪으면 성장하고 변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언젠간 해리스 남편의 전처(?아이고 복잡)가 말한 'blended family' 라는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일 정도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할 시기가 올거라 믿는다. 이혼 후 전 남편과 전 와이프가 웃으면서 가끔 만나 짧은 대화도 나누고, 아이가 있다면 아이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며 평화롭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꼭 '상간녀'라고 말하며 머리채를 잡아 뜯어야 하나. 나도 새로운 출발 할거다. 그럼 2:2로 그냥 다 같이 와인 한잔 할 수도 있지 않나.
가끔 상상을 한다. 만약 남편이 혼인 중 다른 여자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면? 그리고 그 감정이 도저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도저히 이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그냥 알겠다 하고 깔끔히 보내주고자 한다. 감정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 쪽도 원망하고 싶지 않다. 그럴 수 있는거 아닌가. 대신 나눌건 정확하게 나누고, 서로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으로 갈라서야 맞지 않나 싶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부분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진다고들 한다. 결혼이란 여러모로 정말 머리 아픈 제도다.
이혼하고 나서 남편과 좋은 친구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다. 이혼한다 해도 그 사실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또 일적으로도 내게 많은 도움을 준다. 내 아이의 아빠라서 앞으로 아빠 역할도 계속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난 내 남편보다 우리 시부모님들이 더 좋다. 그들은 객관적으로 이뤄낸 업적이 훌륭하고, 어른으로서도 배울 게 많다. 이혼한다면 시부모님과의 인연이 끊어진다는 게 가장 많이 슬플 것 같다. 이혼 후 전 며느리가 연락 드리면 이상하려나...연락 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좋으신 그 분들이 나를 미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쓰고보니 뭔가 대단히 이상한 얘기처럼 흘러갔는데, 내 직업이 드라마 작가다. 머릿속으로 온갖 이야기를 쓴다. 직업병이다. 나의 직업은 출퇴근이 없다. 그냥 눈 떠 있는 모든 순간이 작업의 연장선이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등장인물이다. 어떨 땐 꿈에서도 온갖 장면들을 꾼다. 그래서 나한테 이상한 상상하지 말라고 하는건 요리사보고 밥 해먹지 말라는 것과 같다.
아무튼 미국 대선 예상 시나리오와 캐릭터 분석을 해보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니 오해 말아주시기들. 오늘밤도 좋은 꿈들 꾸시길 바란다.
https://youtu.be/IwZtD0XB7JQ?si=1zkpttaBIz_kaG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