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아기가 아파 응급실에 왔다. 한살 아기들은 세상에 적응하느라 온갖 병을 앓는다. 이번엔 장염 이슈다. 여름철 대체 뭘 잘못 먹었을까? 2주 연속 내리 설사를 했다. 이틀에 한번은 병원에 데려갔다.
피검사 결과 염증 수치나 간 수치 등 종합 결과는 괜찮은데, 탈수 증상이 있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잘 먹고 마셔야 낫는다. 그런데 아기는 물 마시는 것도 거부한다. 물을 많이 마셔야 낫는다는 당연한 말로 설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축 쳐져 잠만 자려고 하기에 상태가 더 나빠질까봐 수액 맞히러 응급실에 데려왔다.
응급실 보호자는 1인만 동반 가능하다. 아기 아빠가 들어갔다. 나는 바깥 대기실에서 노트북을 켠다. 잠깐이라도 짬 날 때 틈틈이 일을 해놔야지 안그러면 언제 돌발상황이 생겨 일을 놓게 될지 모른다. 암 병동 앞 조그만 아기들이 두꺼운 주삿바늘을 꽂고 휠체어나 유모차를 탄 모습이 눈에 걸린다.
남편이 아기를 밤새 간호했다. 비몽사몽할 법도 한데 응급실에 본인이 들어간다고 했다. 고맙고 안쓰럽다. 아기를 낳고 나니 우리의 관계는 180도 바뀌었다. 이제 우린 더 이상 서로에게 남자와 여자가 아니다. 그저 고맙고 안쓰러운 지지대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쪽도 무너진다는 걸 알게 됐다. 더 강해지려면 서로를 강하게 붙들 수 밖에 없다.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신중해야 하는 선택이다.
건너건너 아는 지인이, 올 초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혼생활을 얼마 하지도 못한 것 같은데 갈라 섰다. 들어보니 남자 쪽이 성 중독자였다고 한다. 결혼 전부터 쭉 그런 성향이었단다. 여자는 그쪽 부분에 있어 어수룩했는지 잘 몰랐고, 결혼 하고 나서 보니 알게 됐다. 평일에도 꼭 밤늦게 들어오는 날이 있었고 유흥업소 출입 증거들까지 발견했다고 했다. 단골 업소도 있었고, 영업일(?)이면 업소 종사자 분들이 수시로 먼저 연락을 했단다. 여자가 코로나로 심각하게 아팠던 날도 연락이 안돼 나중에 동선을 추적해보니 유흥 업소에 가 있었다고 했다.
다행이 두 사람 사이엔 아기가 없었다. 만약 아기가 있었어도 그 버릇은 절대 개 못준다고 생각한다. 아기가 새벽에 고열이 나 구토해서 발 동동 구르고 있는데, 남편이 업소 가서 그짓 하고 있다고 생각해라. 그 상황이야말로 생지옥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런 인간들은 어떻게 알아보고 거를 수 있을까?
결혼 전 성관계 파트너가 많을수록, 이혼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니까 혹시 주변에 "어떻게 평생 한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어?"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거르는 편이 좋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100명의 사람하고 관계하면 100만큼 행복하냐고. 그냥 그만큼 불결해지고 복잡해질 뿐이다.
소개팅 어플이라든지 클럽에서의 원나잇 같은걸 즐기는 사람들도 결혼하면 수렁에 빠지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가벼운 만남이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들은 가벼운 관계도 자연스럽다.
성매매 같은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피해라. 예전에 신경외과 전문의 과정을 밟는 레지던트와 소개팅 한 적이 있었다. 소개팅 이후 그쪽이 나에 대한 호감을 표현해서 몇번 만났다. 당시 무척 고된 일상을 살았던 것 같다. 아주 가끔 시간이 나면 연락하고, 얼굴을 보는 식이었다.
피곤에 쩔어 하루 하루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데, 잠이 모자라서였는지 지능이 떨어져서였는지 나에게 해선 안될 말을 했다. 선배들이 피곤해 보인다면서 성인 마사지 샵에 자신과 동기들을 데려갔다고 했다. 그런덴(?)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곯아 떨어지면서 잠꼬대처럼 그런 말을 하길래 그 뒤로 차단하고 다신 안만났다. 의사건 대통령이건 재벌이건 자기 인생에 원칙 없는 사람은 안 만난다. 참고로 걔한테 의사 집단 문화를 듣고 나니 절대 아프지 말자고 다짐했다.
또 한 모임에서 만난 분도 기억에 남는다. 스타트업 대표님이셨다.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일어나는데, 모임 중 누군가가 어디 가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자친구한테 간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참고로 그분은 아이가 둘에, 부인도 있었다. 그러면서 모임에 있었다는 인증샷을 찍어갔다. 부인에게 보고할 사진이라고 했다.
그분은 나를 처음 보자 마자 "신문방송학과 나왔죠?" 하고 전공을 척 맞혔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자기가 대학생 때 미팅을 정말 많이 했다는 무용담(?)을 뽐냈다. 그렇게 젊을 때부터 여자 좋아했던 사람은, 비교적 일찍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서도 여자친구를 만나는 거다.
겉으로 보기엔 참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도 뒤에선 어떤 호박씨를 깔지 상상도 못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을 다 그렇고 그런 존재(?)로 매도하지 않길 바란다. 잘 찾아보면 보석같은 존재들이 있다. 가령 함께 일하는 동료분은 40대 후반의 가장이신데, 단 한번도 여자 문제에서 실언이나 이상한 말을 한 적이 없다.
언젠가 한번 함께 식사를 하는데, 그분이 이런 말을 했다. 얼마 전 지방에 있는 촬영지 답사를 갔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이성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고. 그래서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해요?" 라고 물으니 "허벅지 찌르면서 참아야지" 라고 말했다. 정답이다. 땀나는 운동 한 두시간 하고, 싸우나 하고 푹 자면 사라지는 감정이다. 참고로 그 분은 대학 시절 cc, 그러니까 첫사랑과 결혼하셨다. 그러니 이혼하거나 딴짓할 확률이 확 적어지는 셈이다.
현대 사회는 음식이 부족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무한대로 먹어도 괜찮은 건 아니다. 장기가 탈이 나고 정서적으로 공허해진다. 체중에 살이 붙는다. 성욕도 마찬가지 이치라 생각이 든다. 연애할 상대, 결혼할 상대를 고를 때 욕구에 대한 자제력을 반드시 체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