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어젯밤 결국 구급차를 타고 입원했다. 집 근교 병원 중 받아주는 병원이 딱 한군데 있었다. 탈수 증세가 많이 심각했는데 음식을 거부해서 링겔을 꽂지 않으면 회복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처음 찾아간 응급 병동에선 병실이 없어 입원하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입원을 하는게 낫겠다 하니 근처 병원을 찾아 그쪽으로 옮겼다. 깨끗하고 넓은 병원에서 다행이 잘 회복하고 있다.
어제 새벽부터 하루종일 병간호를 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과 교대했다. 집에 와서 자다가, 씻고 노트북을 켰다. 단톡방에선 미혼이거나, 아직 아기를 낳지 않은 친구들이 오랜만에 미국에서 온 친구가 한국에 왔다며 나오라고 재잘댔다. 대답할 기운이 없었다. 머리가 안개 속에 잠겨 있는 느낌이다. 이 와중에 주식은 잘도 오른다.
결혼하고, 아기를 낳으니 인생은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 세상을 몰랐다면 좋았을 것도 같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젠 돌이킬 수가 없다.
인간은 누구나 병간호를 해야 할 날이 온다. 부모건, 자신의 자식이건, 아니면 스스로이건. 그리고 고된 과정을 기꺼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그 시작점은 사랑이고 연애다. 물론 연애의 종착점이 언제나 출산과 육아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중간에서 끊어낼 수 있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그만두는 게 옳다. 나도 예전엔 그러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자유롭게, 혼자서 아무것도 얽매이지 않고 사는 삶을 동경했다.
"엄마는 왜 날 낳았어?" 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언제나 "살다보니 그렇게 됐지." 라는 짤막한 답변만 돌아왔다. 삶에는 뭔가 중요하고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막상 까놓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내가 태어난 이유도, 내 아이가 태어난 이유도, 알고보면 그저 우연의 우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의료파업 사태로 응급병동을 뺑뻉이 돌다 결국 죽음에 이른 사람들도 왜 그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아무도 답할 수 없다.
대학병원 장례식장 옆 기도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기도를 중얼거린다. 그곳을 들여다보건 들여다보지 않건 그곳은 늘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중에는 어린 아기를 잃은 부모도 있고, 사랑하는 친구와 부모를 떠나보낸 사람들도 있다. 삶과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이 이야기는 사실 무척 명랑한 이야기다. 이를 악물고 긍정적이고 즐겁게 살아가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그게 내 얘기다. 슬픔과 기쁨을 선택할 수만 있다면 그저 사력을 다해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 인생은 다 빼고 나면 사실 그것 뿐이다. 과거 아픈 기억들은 모두 잊어버릴 수 있기를. 내 글이 조금이라도 희망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면 사력을 다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
인간이란 존재는 너무 약하다. 조금만 나이가 들어도 이리저리 고장나고 아프기 시작한다.
그러니 부디 사랑하며 살아주길. 당장 눈 앞에 있는 현실적인 일들을 차근차근 해치우는 사람을 사랑하길 바란다. 자기 방도 치우지 못하는 사람의 말은 절대 믿지 마라. 믿을 수 없는 사람은 사랑하지 않으려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그 노력의 시작점은, 역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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