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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Aug 12. 2016

걷다 한남동

오월의 종 / 챔프커피 


 



오월의 종


 


흔하지 않은 진짜 가지고 장사하는 집

언제라도 시간만 난다면 다시 가보고 싶은 빵집

한강진역 한남동 오월의 종

가격도 크게 부담없는 곳



너찍은거야 너  



챔프커피    

라떼가 유명한 곳인데 커피 못 먹어서 조금 낭패

너무 더워서 땀지도 옷에 슥슥

책읽으면서 오래 있을만한 곳도 아니었다

 



1일 2커피라니 실로 탐욕스럽지만

너무도 오랜만의 외출이라 어쩔 수 없었다.

여긴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므로 이름 생략




하지만 이 나이에 가질 수 있는게 허무맹랑한 꿈 뿐이라면

어디 한번 세상에서 제일 부풀어있는 꿈 한번 꿔보고 싶다.

한때 난 거기까지 공상을 했었다고

정말 답없는 이상주의자였다고 고개를 가로저을지라도 말이다.


물론 이런건 말로 하는 건 아니지

글로 적는것도 조악해질 뿐이야



  



 나타났다. 거미. 정말 거미가 내 방에 들어왔다. 나중에 개려 쌓아둔 청치마를 들어올렸을 때 왼쪽 안구 아래쪽에 검정 현기증이 일었다. 불명확하고 모호한 덩어리의 정체는 내가 굳어버린 동안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 더더욱 시신경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할 수 없었다. 청치마 밑에 있던 두번째 청반바지(이것도 나중에 개려고 같이 둔거다)를 들추자 거미가 다시 당황해 스텝을 밟았다. 스윙. 스윙. 스윙. 거미의 다리는 무려 여덟개다. 등에 식은땀이 솟는걸 느끼며 오늘날 각 가정에서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여겨지는 신문지를 내리쳤다. 신문은 이럴 때 구독료 값을 하는거다. 일면에 난 사드 미사일 기사가 초면인 거미에게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버섯구름은 없었다.


 물론 거미가 등장하지 않을 확률이 거미가 내 방에 들어올 확률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다. 

에어컨 없이도 실내온도 20도를 유지한다거나, 금욕적 분위기의 쌀쌀한 미소를 짓는 184cm의 머리숱 많고 힙업된 남자를 만날 가능성보다 낮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건 뭔가에 대한 암시가 아닌가. 자그마한 속삭임같은게 아닐까 하고 믿고싶다.

전령을 죽여버린 행위에 대해 변명을 좀 하고 싶었다. 미안하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곤충과 평화롭게 삼시세끼하는 방법에 대해 창의성이 부족하다. 어쩌면 네가 방 한구석에 거미줄을 만들어 나방이며 모기며 죄다 처리해줄 수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그 거미에 대한 애도를 일단 보낸다.




-

자는동안 꿨던 꿈을 기록하는데

하루 이틀 지나 다시 읽어봐도 어떤 장면이었는지 

어떤 스토리였는지 

더듬거리기가 쉽지 않다.




빌린 책에는 이런게 낙서돼 있었다.

어떤 외로운 사람이었는지

쫓아가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겨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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