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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Oct 19. 2024

결혼 전 본인 자산 1000만원 vs 6000만원

한 사연자로부터 온 고민이다.


본인 나이 31살, 결혼할 남자친구의 나이 33살이다.

여성은 공기업 재직 중이고 남자분께선 공무원이라 했다.




두 사람 모두 직장이 안정적이라 결혼한면 경제적으로 큰 무리는 없을거라 생각했다는데, 본격적인 결혼 얘기를 앞두고 서로 모아놓은 자산을 공개했을 때 다소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성쪽이 모아놓은 자금은 6000만원 정도고, 남자 쪽은 1000만원대였다.


남자분은 옷과 여행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 했다. 슈프림이나 디젤 등 브랜드별 빈티지 제품들을 사모아 소장한다고 한다. 되팔기도 곧잘 해서 재테크가 된다고는 하나, 현금이 생기면 곧잘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또 써버리니 사실상 가진 현금은 1000만원인게 맞는거였다. 게다가 해마다 최소 1회 이상 해외여행을 가고, 가서도 무조건 관심 있는 브랜드샵에 들러 희소한 아이템들을 한아름 사서, 입국하는 과정에서 관세폭탄을 맞은 적도 있다고 한다.


워낙 패션에 조예가 깊다보니 남자분께선 나중에 직장을 그만두면 편집샵 같은 것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두 사람 모두 다행히 부모 부양 의무는 없지만 과연 이런 남자와 결혼을 하는게 맞는건지, 결혼자금 6000만원이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은 그 흔한 명품백 하나도 못사고 한푼 두푼 그래도 아끼면서 살아오려 했던 지난 세월이 아쉽다고 전했다.





나는 연애/결혼을 할 때 상대에게서 다섯가지 항목들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성장과정

2. 경제 관념

3. 위기 극복 능력 (문제 해결 능력)

4. 이성관

5. 가족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




이 경우 경제관념이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나는 사연자에게 묻고 싶다. 갈등이 되는 지점이 정확히 어떤 지점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걱정도 습관이다>,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 등의 저서를 집필한 최명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임교수가 한 말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난하게 있는 사람이 있고, 돈이 없으면 안되는 사람이 있다"고.


그는 사람을 4가지로 분류한다.


1.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사람

2. 많이 벌고, 적게 쓰는 사람

3.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사람

4. 적게 벌고, 많이 쓰는 사람


내 생각에 사연자 분은 3번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사람)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유형 같다.

그리고 결혼할 남친분은 4번 (적게 벌고, 많이 쓰는 사람)에 해당한다.


만일 적게 쓰는 것에 대한 타협이 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은 필연적으로 결혼생활을 하는 내내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갈등을 예측한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연자가 갈등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룬 뒤에도 한 사람은 열심히 모으고, 한 사람은 본인 취미생활이나 관심사에 돈을 펑펑 쓴다는 건 말이 안된다. 자기가 번 돈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것 역시 무책임한 발상이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어도 마찬가지다. 부부라는 결속은,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의 집단이자,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곳에서 성장한 두 사람이 함께 가정을 이룬다는 뜻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전략을 수립한다는 의미다. 그것이 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연자 분께서 3번에서 4번으로 가던가, 결혼할 남자친구 분께서 4번에서 3번으로 이동하던가 해야 한다. 이 점이 명확히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결혼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해보시길 바란다. 


세상은 물질이 전부인 것처럼 흘러가지만, 사실 속속이 들여다보면 돈이 전부가 아닌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통장에 찍혀있는 잔고보다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 됐든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마약이나 도박처럼 스스로를 좀먹는 행위라면 잘못됐지만 사연자분의 남자친구는 나름 건강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 패션 브랜드라는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그렇게 깊이 팔 수 있는거지, 일반 사람들은 그 분야 로고를 봐도 잘 모른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그의 삶은 무척 풍요롭고, 아름다운 색채로 가득할거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연자는 그런 그의 모습에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가진 돈이 많으면 반드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까? 돈이 없으면 반드시 불행할까? 세상은 그런 곳이 아니다.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쫓다보면, 그 길 끝에는 어떤 것이 놓여 있을지 모른다. 남자친구가 정말 그렇게 덕후(?) 처럼 패션 브랜드를 파다가, 어느날 직장을 때려치고 편집샵을 창업했는데, 그게 대박이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사람을 사연자분이 감당할 수 있느냐/없느냐의 문제로 역시 귀결된다.

남자친구 분은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이 문제는 본인이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어느 타이밍에서 인생이 풍요롭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지, 본인이 세워놓은 인생의 계획과 예상 자산 규모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사연자분께서 본인의 생각이 조금 정리 되신 후에, 사람은 대화를 한번 깊이 해보시고, 서로가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는지 확인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문제 해결 능력'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시면 좋다. 


부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감사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o8pQLtHTP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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