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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Oct 20. 2024

나의 날개는 고통 속에서 나온다



위험요소는 이런 것이다. 작가가 세상에 널리 증명하고 싶어하는 어떤 아이디어가 작품의 전제가 될 때,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도저히 부정할 수 없게끔 확증하는 방식으로 그 이야기를 설계할 때 작가는 계몽주의에 빠진다. 관객을 설득하는 일에 열중하다 보면 이야기 안에서 한쪽 축을 이뤄야 할 목소리가 질식할 것이다.


예술을 설교 수단으로 오용 또는 확대하다 보면 그 작가의 시나리오는 세상을 개종시키기 위해 영화로 서투르게 위장한 설교나 논문밖에는 안 된다. 계몽주의란, 예술은 사회의 암을 수술해 내는 메스로 사용될 수 있다고 믿는 천진한 낙관주의의 산물이다.


- 로버트 맥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나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이곳에 매일 기록을 남기는게 상당히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아무리 단호한 어조로 말하더라도, 누군가에겐 확실히 틀릴 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은 변한다.

사람은 다양하다.


세상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며, 틀린 사람은 없다.

나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그렇다는 말이다.


심지어 가족, 친구, 연인 모두 포함한 상대가 피해를 입힌다 하더라도,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는 아주 미묘하게 서로에게 아주 조금씩 스크래치가 나게 돼 있다. 그것은 정도의 차이이고, 그 또한 스크래치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예민성 차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내 채널을 많이 보고 계실거라 생각한다.


작가만큼 관계에 대해 깊은 통찰을 하는 직업은 아마 없을 것이다. 유전병을 고치고,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대신 인간관계 안에 무엇이 있는지 핀셋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사람들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관점을 공유해 보려 한다.


1.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briel García Márquez 1927 ~ 2014 / 1982년 수상)

대표작 : 백 년의 고독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1967), 콜레라 시대의 사랑(Love in the Time of Cholera, 1985)


“사랑은 세상의 모든 위대한 일들처럼 영원할 수 없고, 인간의 운명은 고독 속에 있다.”


그는 사랑과 고독이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본질적으로 덧없다는 의견이다. 그의 작품에는 사랑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도 고독은 피할 수 없다고 표현한다. 





2.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1913 ~ 1960 / 1957년 수상)  

대표작 : 이방인 (The Stranger, 1942), 페스트 (The Plague, 1947), 전락 (The Fall, 1956)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그들이 보여주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카뮈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본질적인 소외와 타인으로부터 보여지는 자기 자신을 탐구한다. 그에게 인간관계는, 종종 자신을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은 매우 불편하다고 말한다.


3. T.S 엘리어트 (Thomas Stearns Eliot 1888 ~ 1965 / 1948년 수상)  

대표작 : 황무지 (The Waste Land, 1922), 네 개의 사중주 (Four Quartets, 1943)


"우리는 타인의 어깨에 기대어 살아가지만, 마침내 우리가 진정으로 기대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엘리어트는 인간이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고 말한다. 관계는 우리를 지탱해주지만, 자기 자신의 관계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4. 오르한 파묵 (Orhan Pamuk 1952 ~  /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  

대표작 : 내 이름은 빨강 (My Name is Red, 1998), 눈 (Snow, 2002), 순수 박물관 (The Museum of Innocence, 2008)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그들의 고통을 남기고 간다. 하지만 그것을 본인은 모른다."


파묵은 인간관계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깊이 탐구하는 작가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남기는 흔적과 상처에 대한 무지를 이야기 한다. 특히 터키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문학적, 역사적으로 풀어내 복잡한 인간관계를 문학적으로 그려냈다.



5. 토니 모리슨 (Chloe Anthony Wofford Morrison 1931 ~ 2019 / 1993년 수상) 

대표작 : 빌러비드 (Beloved, 1987), 솔로몬의 노래 (Song of Solomon, 1977), 가장 푸른 눈 (The Bluest Eye, 1970)


 “내가 날 수 있게 해주는 날개는 타인의 고통 속에서 나온다.”


모리슨은 인간관계가 어떻게 개인의 성장과 자아 발견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작가다. 관계 속 고통이 우리의 성장을 촉진하고, 우리가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6. 카즈오 이시구로 (Kazuo Ishiguro 1954 ~ / 2017년 수상)  

대표작 : 남아 있는 나날 (The Remains of the Day, 1989), 나를 보내지 마 (Never Let Me Go, 2005), 녹턴 (Nocturnes, 2009, 단편집)


“우리는 인생에서 서로를 붙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스쳐지나간다.”


이시구로는 관계의 유한성과 인생에서의 만남의 순간들을 그려낸다. 그의 작품에서는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일시적이고 소중한지를 엿볼 수 있다.






위대한 작가들의 관점으로 엿볼 수 있듯, 인간관계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다.


자신만의 정의가 존재할 뿐이다. 그걸 더 날렵하게 발견하기 위해 매일 쓰고 매일 읽는다.

앞으로도 여러분께 더 깊은 관점을 나누기 위해 더 공부하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5YXVMCHG-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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