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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Oct 10. 2016

좌측통행과 우측통행

보행자들의 소리없는 전쟁

나는 매일 산책을 가는데,

노인들은 하나의 길을 두고도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사실 도보로 걷는 사람들에게까지 좌측과 우측을 그렇게 선나누듯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팔이나 지팡이를 위협적으로 쭉 뻗으며 (종종 휘두르심) 우측통행하라고! 우측통행!! 

이라며 고함을 지르는 소릴 듣다보면 왠지 울컥하고 부아가 치밀기도 하지만



결국엔 소심해져 우측으로 걷다보면 

다른 노인은 마주보고 오면서 "좌측통행 몰라!!?? 좌측통행!!!" 하면서 불같이 화를 낸다.



그럼 그냥 그때그때 그분들의 니즈에 맞춰 우측으로 걷다가 좌측으로 걷다가 

또 잔소리를 들을 것 같으면 얼른 뛰는 척을 하기도 한다.



좌측으로 걷건 우측으로 걷건 

길 위엔 그런 선같은 건 없는데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 그어놓은 규칙에

늦게 태어난 것들은 그냥 장단맞춰 걸어갈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노인들의 입장에선

무릎도 안좋은데 요즘 젊은애들은 스마트폰만 보면서 귀에 이어폰 끼고 걸어가고 있으니

무질서한 보행이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고,

부딪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병원신세를 져야할지도 모르니까 그게 걱정이라서 우측과 좌측의 땅따먹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유로이 걷는 땅을 가지고도 경계를 나눠버리는 그 경직된 사고에 통탄하며 

다시한번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이런 '선긋기'라는 고질적 악습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생각을 요즘것 주제에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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