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 정도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괜찮게 흘러가잖아요. 그래서 하기 싫은 일들, 미뤄놨던 일들을 의식적으로 하려고 노력해요.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괜찮아요. 미뤄왔던 택배 박스 뜯기 같은 거요."
최근 전지현 배우가 홍진경의 '공부왕찐천재'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위와 같은 말을 했던 게 잔상이 오래 남았다. 전지현 배우는 평소 매일 새벽 운동을 하고, 건강식단을 늘 유지해 온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도 하기 싫은 일이 있어 게을러지고, 늘어질 수 있다는 점이 오래 생각해 볼 지점이었다. 전지현 배우가 그토록 매일 항아리에 새 물을 채우듯 자기 관리를 해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능하다면 더 오랫동안 배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흔히들 연예계는 불확실성의 세계라 불린다. 오늘날 누가 스타가 될지, 누가 주연의 왕좌에 앉게 될지, 10년 전부터 예측했던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불확실하고, 변동적인 게 연예계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도 꾸준히 탑의 자리에 올라온 스타들이 있고, 그들의 공통점은 철저한 자기 관리에 있다. 몸매, 피부, 이미지, 평판 등 지독할 정도로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자기 관리만이 그들을 불확실한 연예계에서 핵심을 지키게 해 준 원동력인 셈이다.
대중의 눈은 정확하다. 또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감시하는 눈이 너무 많다. 예전의 기성세대들처럼 대충 실수했다 치고 좋게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보다 투명해지고, 정확해진 시대가 이미 왔고, 더 강화될 것이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 CEO 스콧 보트라이트(Scott Boatwright)는 한 SNS의 길거리 인터뷰 채널 'The School of Hard Knocks'에 우연히 출연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Whether you recognize it or not, you're building a reputation within your industry.”
("네가 알아차리든 알아차리지 못하든, 너는 업계에서 평판을 쌓고 있다.")
우리는 충분히 구분해 낼 줄 안다. 요란하지 않아도,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할 일을 하는 사람과, 요란하기만 하지, 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살 필요가 없다. 조용히 자신의 할 일에만 더욱더 몰입해 나가면 된다.
아마도 우리가 오늘날 임하고 있는 거의 모든 업들은 아마 연예인이나 창업에 도전하는 것만큼이나 점점 더 불확실해질 것이고,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AI 혁명이 그런 시대로 이끌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우리의 무질서와 불확실성, 즉 엔트로피를 낮추기 위해서는 실마리를 우리 안에서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엄마 아빠가 시켜서 이 직업을 선택했다, 남들에게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 어떤 직장에 들어갔다 같은 말들을 당연하게 하곤 했지만, 이제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지능을 유치원생 정도로 바라보게 될 수 있다. 거의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이 선택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왔다. 왜냐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몫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과거엔 부모가 골라준 직업이나 배우자감을 만나도,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시간이 기껏해야 30년 안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최소 50년, 길면 70년까지도 반복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선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선택에 맞는 몰입과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시점이다. 자기 자신의 몰입과 집중력을 키우려면, 스스로를 잘 길들여야 한다.
10분 더 자고 싶은 욕구를 꾹 누르고 일어나 운동을 갈 수 있는 습관, 게으르게 소파에 늘어져 TV나 숏폼을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분리수거를 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습관. 이런 것들은 자기 자신을 잘 길들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전지현 배우는 매일 자기 자신을 잘 길들이기 위해 하기 싫은 일들을 하나씩 해내는 것이다. 본성에 거스르면서. 전지현 배우가 평소 SNS를 하거나 예능 등의 기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기 자신의 사생활을 거의 밝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그런 철저한 자기 관리의 모습을 언제나 알아본다. 그렇기에 업계에서 그녀의 평판은 계속 탑의 자리에 올라설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고 나서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오늘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무엇일까? 회식 자리에서 술 한잔 덜 마시기, 야식 배달음식 안 먹기, 자겠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휴대폰 영상 보면서 잠들기... 등등하기 싫은 일들을 꾹 참고 해내면서 자기 자신을 더 잘 길들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o0TG9Lw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