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만남을 기억해?

by 스몰빅토크

상담은 9평 남짓한 오피스텔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초가을로 바뀌는 계절이라 다소 쌀쌀한 공기가 감돌았지만, 통창에는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상담실의 바깥에선 정치 관련 시위 소리가 작게 웅웅댔다.


하얀 테이블 앞에 나와 남편이 나란히 앉아있었고, 그 맞은편엔 웃는 모습이 편안한 상담 선생님이 계셨다.

테이블 위 머그컵에는 티백이 꽂힌 뜨거운 차 속의 김이 모락모락 소리없이 피어났다.


"두 분은 어떻게 부부상담을 신청하게 되셨나요?"

먼저 입을 뗀건 나였다.

스크린샷 2026-01-22 오후 5.14.52.png Edward Hopper "Night Windows" (1928)


며칠 전 우린 어떤 일 때문에 크게 싸웠다.

(약 3개월이 지난 지금,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카톡을 다시 복기했다.

이처럼 부부싸움은 참 칼로 물베기다.

한달이면 기억나지 않을 일 때문에 그게 전부인 것처럼 죽기살기로 싸워대니 말이다.)


며칠 전 주말, 아이들과 함께한 단체 부부모임이 있었다. 모두 다 같이 모여 함께 메뉴를 고르는 중이었다. 각 가족들이 먹을 메뉴를 고르고, 메뉴판을 서버에게 넘겨줬다. 그러자 남편이 무심코 "내가 먹을게 없는데?" 라고 (퉁명스럽게 물론 이건 나의 주관적인 느낌상 그랬다는 것.) 말을 내뱉은 것이었다. 순식간에 모든 테이블의 분위기가 정적에 휩싸였다. 나는 애써 괜찮은 척 남편에게 메뉴판을 다시 건네주며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보라고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울컥 불만이 튀어나왔다. '대체 내가 어디까지 챙겨줘야 하는거야? 먹고 싶은 건 자기가 알아서 시키라고.' 옆에 앉은 아이 챙기랴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 말 까지 들으니 기분이 확 상했다.

스크린샷 2026-01-22 오후 5.14.14.png Edward Hopper "Four Lane Road" (1956)


더군다나 식사 전 우린 다 같이 박물관을 갔다.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아이를 잡으러 나 혼자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다른 엄마가 "OO 아빠는 임산부보다 느리네요~ 호호" 라고 한 말을 듣고 감정이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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