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버려 둔다는 것
스토아 철학에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 아닌 자기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철학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리하거나 행동에 영향을 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의식적으로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허용해야 한다는 내버려두기와 완벽하게 궤를 같이한다. 따라서 내버려두기와 내가 하기를 실천하면 스토아 철학의 핵심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집중하자. 진정한 힘은 거기에 있다.
- [렛뎀 이론], 멜 로빈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건 바로 스트레스라는 단어다. 인간의 신경계는 느린 변화에 적응하도록 진화했는데, 우리 사회는 하루에도 수십번 결정, 반응, 판단을 요구한다. 신경계가 과부하 상태로 유지되고, 스트레스는 일시적이 아닌, 상태가 된다.
또한 과거의 비교는 동네 안에서 끝났다면, 지금은 전 세계, 같은 나이, 같은 직업, 같은 성벼로가 24시간 비교할 수 있다. 끊임없는 상대적 박탈감이 아무리 잘 살아도 뒤처진 느낌을 안겨주게 한다. 현대사회는 언제나 성과가 있으면 쓸모 있다는 메시지를 주입하고, 멈추거나 늦춰지면 도태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쉬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휴식조차 생산성을 회복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버드 의과대학의 내과 의사이자 <화복탄력성의 뇌과학> 저자 아디티 네루카는 인간의 스트레스 관리 분야에서 광범위한 임상 사례를 개발한 인물이다. 네루카는 이렇게 말했다.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입니다." 스트레스는 자신을 의심하고, 일을 미루고, 번아웃이 오고,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고, 비교 때문에 힘들어진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자신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스트레스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사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이걸 회복하는 루틴을 갖지 못할수록, 정서적으로 계속 침체되고 스스로를 돌볼 수 없게 되며, 번아웃에 빠질 경향이 크다. 그러면 우리가 스트레스를 자생적으로 치유하고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스트레스는 의지가 아닌 신경계 문제다. 몸을 바꾸고, 환경과 리듬을 변화시켜 나아가는 쪽이 효과가 크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호흡을 잘 쉬기, 빠르게 걷기 20분, 계단 오르기, 스쿼트나 플랭크처럼 근력을 쓰는 동작을 하기. 또한 감각을 차단하며 눈을 가리고 누워있기, 뜨거운 차를 집중해 마시기 등이 있다. 감정을 언어화해 일기 한줄로 감정을 정리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만약 가정의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면, 숨을 아무리 들이쉬고 내쉰다 해도 스트레스가 해소되진 않는다. 집안에서 매일 얼굴 맞대고 살아야 하는 환경에서, 상대방을 쳐다만 봐도 짜증이 올라오고,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조차 답답해지고, 말 한마디 섞고 싶어지지 않는다면, 만성적인 24시간 스트레스 비상 상황일 것이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관계에서 권태와 불협화음이 일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는 아무것도 배운 바가 없다.
그래서 나는 부부상담을 시작했다.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일로 촉발되어 싸웠다가, 또 다음날이면 까맣게 잊고 일상으로 돌아와 살아가는 쳇바퀴같은 하루하루 속에서, 점점 우리의 관계가 멀어지고 깊은 대화를 꺼려하게 됐기 때문이다.
부부상담 2회차에서 받은 과제는 배우자의 50가지 장점을 써오기였다. 남편에게도 같은 과제가 주어졌다.
"이 과제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물었다.
나는 50가지면 꽤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편의 대답이 압권이었다. "AI를 활용해 아내의 장점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나는 기가 찼다. 남편은 그런 사람이었다. 뭘 하든 극도의 효율성과 속도에 집중하는 사람.
배우자의 장점 50가지를 써오라는 과제의 본질은, 하나하나 본인이 써보면서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던 상대의 면면들을 들여다보라는 의도다. 하지만 이런 과제를 부여받는 순간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퍽이나 체계적이라고 칭찬해줘야 하는건지. 역시나 무성의하다고 판단해야 하는건지.
물론 나는 남편이 근본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폭력을 저지르거나, 바람을 피우거나, 도박을 한다거나 등의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없다. 사실은 무척 가정적인데다 성실한 성격이다. 큰 욕심이나 예민하게 사사건건 불만을 느끼지 않는 무던한 여자였다면, 남편을 서포트하며 잘 살았을 수도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쓰고보니 내가 무슨 성격파탄자처럼 보이겠지만, 나도 그런 편이긴 하다^^;)
배우자의 장점 50가지 (아내 입장)
시간개념이 분명하고, 약속을 잘 지킨다.
게으름을 피우려고 하지 않는 성실함을 갖췄다.
거짓말을 잘 하지 않으며 무엇이든 솔직하게 이야기 하려 노력한다.
내가 부탁한 것들을 잘 실행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한 말들을 귀기울여 들어주고 진지하게 대답한다.
논리적이다.
딸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퇴근 후엔 바로 집에 들어오는 등 가정적이다.
항상 공부하고 배우며 성장하려는 자세가 있다.
씀씀이가 헤프지 않고 항상 알뜰하게 소비하려는 습관과 절제력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친화력이 있다.
부정적이지 않고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성격이다.
나를 나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게 생각하고 바라봐준다.
안좋은 일들은 금방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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