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애들은 남자친구가 생기면 종적을 감춘다.
연기가 돼버려서 인스타그램이나 페북속에만 존재하지
실체가 없어진다. 만날 수 없단 얘기다.
나도 얼마전까지 연기처럼 살다가 관계가 끝나서
다시 쿵쾅거리며 우정같은걸 그리워하는거다.
그런데 애들은 다 데이트하니까 시간이 남아돈다.
그럼 나는 그냥 글이나 쓰면서
아직도 한참이나 남은 늙어빠질날들을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데
마침 계절이 또 여름이 다가오잖아.
여름에 나는 도저히 집 안에 있지 못한다.
토마토 단호박 오이 수박 참외 포도 같은 과일들로 배를 채우곤
자전거던지 수영이라던지 하여튼 밖에서 하루를 몽땅 보내야한다.
집에서 잠이 드는건 순전히 모기장 때문이지
모기마저 없었다면 잠도 밖에서 잤겠지.
여름의 나무들은 기가 세서 냄새도 색도 짙어진다.
얘넨 분명 뭔가 말을 걸고 있다.
밤의 숲을 걸어야한다.
그 나무의 냄새를 맡다가
나방 날개가 가로등 불빛에 튀겨지는 소리,
다리밑에서 팡팡대는 농구공소리,
찌걱거리며 가까워지는 페달소리
가만히 있어도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그런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거야?
아무것도 안해도 이렇게 많은 파장들이 울린다고요.
그런데도 난 늘 일을 벌리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고생들을 사서하고 있냔말이야.
올해는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게되면서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건데,
못되고 계산적이고 자기 잇속만 차릴줄 아는 사람들이
남 배려하고 원칙을 고수하는 순수한 사람들을 이용하고 우위를 차지하는 것 같다는게
요즘드는 생각.
비단 직장생활에서뿐만이 아니라 결혼생활, 친구관계 등에서 모두 그런단 말이다.
근데 이걸 엄마한테 말했더니
‘좀만 살아봐.
인생은 과학이야.
자기가 한 대로 그대로 돌아와’
란다.
이제 그녀의 마수를 벗어날 때도 됐는데
아직도 이런 한마디에 위안받으며
녹화에 30분이나 늦어놓고
당연한 듯 충전기를 맡겨놓은 양
핸드폰을 슥 내미는 그분의 모습을 살포시 잊어보려한다.
어딜가나
일정비율의 또라이법칙
이 또한 과학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