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
우리 작은 집을 짓고 산다
김지아
우리 작은 집을 짓고 산다
집이 너무 작았다
살림살이가 없었다
낡은 요, 칫솔 두개, 소금 한통
그리고 머리 긴 다육이 화분이 전부였다
길을 지나다
낮은 반지하방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혀를 찼다.
쯧쯧, 베개가 있어야지
저런, 수저통도 없는 한심한 집구석
동네에는 두 가난한 부부의
궁색한 소문이 퍼졌다
어느날 열살짜리 짓궂은 남자아이가
창문으로 돌을 던진적도 있었다
창문 유리는 돌을 맞고 산산조각 났다
두 부부는 유리를 치울 빗자루가 없다
윗집 사는 할아버지가 짜장면 먹고
내논 그릇을 덮었던 신문지를 줏었다
신문지로 바닥을 긁어모아 쓰레기통에 담았다
유리를 쓸어모으던 두 부부는
신문지의 짜장면 가닥과 단무지 국물에 마음이 베었다
그들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몰랐다
무엇이 필요한지도 몰랐다
두 부부의 낡은 요 머리맡에는
싱싱한 다육이가
날마다
날마다
살아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