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처음 만난 그녀

그녀의 미소, 그리고 시작된 흔들림

by 역마자

다음날부터 상하이 Office로 정식 출근하였다.

첫 출근에 맞춰 영업부 직원들이 나를 현지 파트너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현지 파트너들이 모두 모인 신년회 미팅이었다. 나는 영어와 간단한 중국어로 나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올해 사업 목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중국에서의 첫 업무 발표라 무척 긴장하고 있었고, 낯선 청중에게 어떻게 인상 깊게 메시지를 전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한 여인이 조용히 내가 발표 연습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단정한 검정 재킷에 머리를 단정히 묶은 모습. 그녀는 한 문장을 짚으며 조용히 말했다.


“이 표현, 중국 사람들에게는 공격적으로 들릴 수도 있어요. 중국 사람들은 너무 직접적인 표현엔 마음을 닫을 수도 있거든요.”

나는 당황했지만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 부분은 잘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잘 준비하셨어요.”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이름은 샤샤.

사천 출신으로, 전형적인 사천 미인의 외모. 밝은 피부에 큰 눈과 오뚝한 코, 또렷한 이목구비, 큰 키는 쉽게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언뜻 보면 단정하고 차분한 인상, 하지만 말투엔 자신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현지 대리점 대표 자격으로 새해 사업 방향을 직접 확인하고,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참석을 하였다. 나이가 지긋한 다른 대리점 대표들은 회의보다는 저녁 술자리에 더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내가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차례가 되자, 분위기를 풀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중국 농담을 하나 던졌으나 사람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때 그녀가 짧게 웃으며, 역시 가벼운 농담으로 답변했다. 그 웃음 하나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풀렸고, 나 역시 발표의 긴장을 덜 수 있었다.


미팅을 무사히 마치고, 나는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 다른 한국 사람들과 다르게 무척 편한 느낌이 들어요. 마치 오래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그 말은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그녀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며칠 뒤, 대리점과의 미팅을 위해 그녀의 사무실을 찾아가게 되었다. 책상 위엔 처리되지 않은 서류들과 바쁜 일정으로 가득한 메모들. 그녀는 찻잔을 옆에 둔 채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고, 눈가엔 피곤이 묻어 있었다.

“생각보다 처리할 업무가 상당히 많아 보이네요.”

내 말에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해야죠. 제가 대표인데… 가끔은 멈추고 싶지만, 누군가는 굴려야 하니까요.”


그녀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했다.

매끄러운 말솜씨, 깔끔한 업무처리, 단호한 의사결정.

하지만 그 완벽함 뒤에는 어딘지 모르게 고요한 무게가 느껴졌다.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일상을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문득문득 드러나는 그녀의 눈빛 속엔 지치고, 버티고 있는 사람의 흔적이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자꾸 마음이 끌렸다.

처음엔 호기심이었고, 그다음은 공감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보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그녀의 짧은 웃음 하나에 하루가 가벼워졌고,

우연히 마주친 시선 하나에도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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