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아닌, 나와의 대화
우리는 함께 먹는 생활에 익숙하다.
한국 사회 자체가 함께 다 같이 하는 문화였다.
어릴 적부터 가족들과 둘러앉아 밥을 먹었고, 학교에 서도 친한 친구들과 도시락을 함께 먹었다.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그것도 모자란 지 저녁을 빙자한 회식을 하며 우리의 관계를 줄곧 확인했다. 식사는 단순히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였고,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은 어딘가 결핍된 사람의 모습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혼밥’, ‘혼술’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더는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그것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는 한동안 혼밥을 두려워했다. 혼자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잡는 것,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시도해 보니,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눈앞에 놓인 음식에 집중할 수 있고, 속도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때로는 휴대폰을 꺼내 글을 쓰거나 책을 펼쳐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다.
혼술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잔을 부딪히며 흘려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혼자서 천천히 잔을 기울일 때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작은 잔에 담긴 위스키 한 모금, 또는 집 앞 포장마차에서 시킨 소주 한 잔이 오히려 더 진하게 다가온다. 그 순간에는 외로움보다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이 길게 흘러간다.
사람들은 혼밥과 혼술을 두고 ‘고독하다’, ‘쓸쓸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관점의 차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 즐거운 사람이 있듯, 혼자 있을 때 더 자유로운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혼자 먹느냐, 같이 먹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혼밥, 혼술은 나를 가꾸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나만의 템포로 밥을 씹고, 술을 음미하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시간.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혼밥, 혼술. 그게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