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란: 사랑인가, 의무인가

사랑으로 시작해, 의무로 이어지는 삶의 아이러니

by 역마자

사람들은 흔히 결혼 5년이 지나면 사랑이 아니라 의리로 산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 말이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들렸지만, 이제는 그 안에 담긴 진실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


사랑일 때의 행동은 자발적이다.

보고 싶으니 찾아가고, 함께 있고 싶으니 시간을 낸다. 작은 선물에도 진심이 담기고, 짧은 문자에도 설레는 감정이 스며든다. 사랑은 “해야 하니까”가 아니라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이다. 감정은 가볍고, 기다림마저 즐겁다.


그러나 결혼 생활 속에서 사랑은 점차 의무로 변한다.

해야 하니 하는 것이다. 아이를 챙기고, 생활비를 마련하고, 양가 부모를 찾아뵙는 일들. 더 이상 설레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내 역할이니까’ 하는 행동으로 바뀐다. 감정은 무겁고, 기다림은 설렘이 아니라 피로가 된다. 상대의 단점은 더 이상 귀여움이 아니라 짜증으로 다가온다.


내 주변의 많은 부부들이 결국 “아이 때문에 산다”라고 고백한다. 배우자는 더 이상 사랑의 대상이라기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한 공동의 동업자 같은 존재가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부부라는 이름은 ‘부모’라는 역할로 대체되고, 사랑은 ‘책임’과 ‘의무’라는 단단한 껍질에 갇히게 된다.


그래서일까. 요즘 젊은 세대가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가 이해된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의무만 남은 결혼의 무게를. “내 행복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사랑하면 결혼해야 한다”는 옛말보다 더 현실적으로 들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부부란, 사랑인가 의무인가.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의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문제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과연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랑이 의무로 바뀌는 순간, 결혼은 무겁다.

그리고 나는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런 환경 속에서, 과연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전 04화혼밥, 혼술: 그게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