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자체 필터링의 위험성
내가 ‘아’ 하면 상대방은 항상 ‘어’ 할 것 같나요? 아니요, 절대. 눈빛만 봐도 통하는 비즈니스 관계?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꼬옥 붙어 계세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기는커녕, 찰떡같이 말해도 콩떡같이 듣는 사람들 천지입니다. 같은 한국어를 하고, 같은 한글을 쓰는 한국인인데 말이죠.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사이에 소통이 안 되는 것만큼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심상치 않게 만나죠, 사오정 같은 분들을. 사적인 사이에서는 웃어 넘길 수 있지만, 일하는 사이에선 글쎄요. 웃음이 나시던가요?
“저는 A안을 가장 추천합니다!”
“네, 뭐. 이 B안은 일정 내 가능한가요?”
“B안도 가능은 한데, A안이 정말 잘 맞을 겁니다!”
“네에. 그런데 B안도 가능성 있어 보이니 같이 한 번 디벨롭 부탁드려요.”
클라이언트 미팅 후 부장님께서 단언하시네요.
“A안이 좋다니까 다른 건 제쳐 두고 A안에 공을 들여 보자고!”
A안을 좋아한 건 부장님이었습니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A안을 싫다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밀어붙일 정도로 A안을 좋다고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결론이 났을까요?
“기존 A 방향으로 진행하되, 차후 예상되는 이슈 발생 시 B 방향으로 변경될 수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
그런데 얼마 뒤, B 방향으로 수정된 기획안이 당도합니다. 담당자 왈.
“급하게 B 방향으로 수정하느라 애먹었습니다.”
B 방향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었습니다. 바뀔 여지가 있는 점에 대해 참고차 사전 공유했을 뿐.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여 염두에 두라는 거겠죠. 그런데 왜 혼자서 단계를 건너뛰었을까요? 고생은 했다만...
“내가 미리 다 얘기해 놨어. 그대로 진행하면 돼.”
“협의가 끝났다는 말씀이시죠?”
“그럼, 그쪽도 오케이 했어.”
잠시 뒤, “팀장님, 일전에 말씀드렸듯이 그건 어렵습니다.”
들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집니다. 같이 있다는 이유로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냉랭한 상대 분위기에 눈치만 봅니다. 서로의 온도차가 이렇게 극명하게 다를 수 있을까요?
미스 커뮤니케이션의 늪
미스 커뮤니케이션, 흔하고도 무서운 말입니다. 사소한 부분에서 어긋나기 시작해 진행은 삐그덕 삐그덕, 불필요한 시간과 인력 낭비로도 이어집니다. 결과물에 부정적인 영향은 물론, 함께한 이들까지 평가 절하될 수 있습니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는 말은 곧 ‘일을 잘하지 못한다’로 귀결됩니다.
문제의 시작은 무엇일까요? 단순합니다. 곧이곧대로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듣고 싶은 대로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거죠. 말하는 대로가 아닌 듣고픈 대로 듣는 ‘답정너’. 분위기와 뉘앙스를 깡그리 무시하는 ‘넌씨눈’. A라는데 엉뚱하게 C라는 ‘완전체’. 셋 중 한 명만 있어도 순탄치 않은데, 고집불통에 심지어 리더라면? 파국입니다. 본인이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으니 불도저처럼 밀고 나갑니다, 그릇된 방향으로.
왜 그럴까요? 간단합니다. ‘나’만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상대에게 집중하고 귀 기울여야 하는데, 보고 있어도 보지 않고 듣고 있어도 듣지 않는 상태와 같습니다. 내 말에만, 내 의도에만, 내 입장에만 매몰되어 모든 걸 자의적으로 해석하니 그럴 수밖에요. 커뮤니케이션은 양방향이 기본입니다. 타인의 말에 멋대로 살을 붙이거나 가지를 치지 마세요. 내 머릿속을 비우고 상대가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돌다리 두드리듯, 스스로를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직급이 높을수록, 자신감이 클수록 더더욱.
곧이곧대로 듣는 것,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일머리입니다.
p.s 만약 어려우시다면 들리는 대로 메모를 해 보세요.
episode [1]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면
“말이 안 통해서 너무 힘들어요. 담당자 바꿀 수 없나요? 그분이랑은 같이 일 못 할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컴플레인에도 ‘올 것이 왔다’ 싶습니다. 소식을 들은 당사자는 불같이 화를 내네요. 위로를 건넸지만, 속으론 마냥 편들 수 없어 난감합니다. 그런데 돌고 돌아 그 수습을 제게 맡긴다고요? 내 일도 내 일, 네 일도 내 일. 덕분에 전 야근인데 그분은 칼퇴하시고. 또르르...
episode [2] 전용 녹음기가 필요해
“제가 언제 그랬나요?”
“그때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아뇨, 전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
“아님 아닌 거지, 뭘 또 정색하고 그래~.”
또 딴소리입니다. 여차하면 뒤집어쓸 뻔했는데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하네요. 당해보면 고구마 100개가 뭐야, 1,000개 타임입니다. 맞는 말한 건 전데 예민한 사람 취급까지. 이제 잘못 듣는 건 탓도 안 합니다. 제발, 남 몰아가지 말고 혼자만 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