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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리의 테이블 Jun 22. 2022

지식보다 사랑인 이유

일상의 소소한 깨달음

'지식은 사람을 교만하게 하지만, 사랑은 덕을 세웁니다'


한국에 태어나서 평범한 기회를 부여받은 사람이라면 초, 중등학교에서 공부를 할 기회를 얻었을 것입니다. 초중등학교를 다니면서 적어도 10여 명 이상의 교사를 만났을 터인데.


"당신의 마음에 남아있는 선생님은 어떤 분입니까?"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국어 선생님이셨습니다.

전라도 광주가 고향이셨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60센티 막대기를 휘두르시며, 상당한 거친 매력으로 남학생들을 휘어잡으셨죠.

수업도 잘하셨는데..., 다른 것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시를 읽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납니다.

따뜻한 봄날, 창 밝을 보며 시를 한편 읽어주셨던 기억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 교무실에서 제 얘기를 한 시간 가량 들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납니다.


"제 마음속에는 따뜻한 선생님이 기억에 납니다."


지식을 유용하지만, 사랑은 내면을 깨워줍니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기억나게 해 줍니다.


고3이었던 어느 가을,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왔는데, 내 방 책상 옆 전축(커다란 오디오) 스피커 위.

갈대 바구니에 낙엽이 수북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옆에 작은 편지라고 여겨지는 종이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우리 아들 공부하느라 가을이 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지?"


늦은 밤 지친 얼굴로 집에 오는 아들을 위해 엄마가 마련한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순간에 나는 '내가 사랑받고 있고, 그런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 냅니다'


사랑은 우리의 내면을 깨워 우리의 본래 모습을 보게 해 줍니다.


성경에 지식은 사람을 교만하게 하지만, 사랑은 덕을 세워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지식이 사람을 교만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만난 많은 지식인들은 대부분 겸손한 분들이셨습니다. 대가일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기억에 남는 분이 '천리포 수목원'의 이사장이셨던 식물학 박사님이신데, 그분 강의를 들으면서 첫 번째는 해박함에 놀랐고, 두 번째는 그저 나무를 좋아하는 아이와 같은 겸손함에 놀랐습니다.

모든 지식이 사람을 교만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지식이 사람을 교만하게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자아로 가득 찬 사람이 지식을 소유할 때입니다. 성경에서는 이런 사람을 '자기가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은 '지식'을 자기 과시적으로 사용하려 합니다.


한창 철학을 공부하던 시기에 '철학 공부하는 티'를 내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식' 통해서 상대방을 누르고, " 사람 대단한다"라는 시선을 즐기고 싶었던 순간었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그저 나만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나', '나의 지식', '사람들 앞에 비치는 나'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지식이 '교만'으로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지식은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경이로운 세계를 드러내야 합니다.


사랑은 덕을 세운다고 했습니다.

지식은 사랑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전달될 때에만 '덕'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제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때 그 선생님...

가을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우리 엄마...


살면서 수많은 지식을 전달받았지만, 사랑을 통해서 전달받았던 것만 남았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이고, 사랑할 때 나의 내면이 깨워지고, 다른 이의 영혼도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존귀하고, 사랑받기에 합당한 존재라는 '위대한 지식!'

그것을 일깨워주는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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