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리의 테이블 Oct 21. 2022

내 글씨 괜찮네!

일상의 소소한 깨달음 

이 글씨가 제 글씨입니다. 

어때 보이세요? ^^ 


저는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애플 펜슬도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 속에 정리된 것은 키보드를 통해서 뽑아낼 수 있겠는데, 아직 정리되지 않은 어떤 것은 손글씨를 쓰면서 생각해야 뭔가 정리가 더 잘 되서 아이패드 위에 손글씨를 쓰는 일이 제법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 위에 글씨를 쓸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내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입니다. 

너무 글씨를 못 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는데 잘 안됩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제 공책을 들고서는 "너는 글씨를 왜 이렇게 못 쓰냐?"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때 엄청 창피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때 제 글씨가 엉망이기는 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아버지께서 펜글씨 교본을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매일 2장씩 쓰지 않으면 많이 혼났습니다. 엄청 고통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자주 혼났거든요. 

결국 아버지도 제 글씨체를 바꾸는데 실패하셨습니다. 


당시는 글씨를 못쓰면 취업도 어려운 시절이었기 때문에, 글씨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Thanks God! 

감사하게도, 제가 대학을 들어가던 그 언저리에 워드프로세스 프로그램이 보편화되고, 더 이상 글씨 못쓰는 것이 큰 흠이 되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패드로 글씨를 쓸때마다 못생긴 내 글씨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는 맘에 안 드는 저의 글씨체와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며칠 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내 글씨체를 마음에 안들어하지? 내 글씨체가 어떤 글씨체이기를 바라는거야?" 

뭔가 저의 마음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오갔습니다. 


예전에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씨에 대해 '유홍준 교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김정희 선생께서도 대략 3단계 정도의 단계를 거쳐 자신의 글씨를 완성하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중국의 유명한 사람들의 글씨를 모방하는 단계였고, 두번째 단계는 다른 이의 글씨를 완전하게 자기 것으로 만든 단계에 도달했으며, 마지막 단계는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의 글씨를 완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추사체

이 지점에서 김정희 선생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는 하지만, 저 역시도 결국 나의 글씨체라는 것 안에서 발전을 했어야 했는데, 특정한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했다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나의 본래 글씨체를 버리고 다른 글씨체를 가는 것이 아니라, 내 글씨체 안에서 더 나은 수준으로 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생각이 정리될 때 쯤, 교육도 인생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많은 재능들, 기질과 성격, 환경을 통한 독특함을 바탕으로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높아져야합니다. 다른 이의 삶을 모방하거나, 나의 것을 버리려는 태도는 우리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분리시키고, 괴로움을 준다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내 글씨도 그 안에서 발전을 해야하는구나!"

그러한 마음으로 며칠 글씨를 써보니, 마음이 평안하고 글씨도 좋아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 글씨 괜찮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안에서부터 시작해야 끝까지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