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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리의 테이블 Nov 20. 2022

나 역시도 깨어진 인간이라는 사실

일상의 소소한 깨달음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이라는 작품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꼭 한번.. 죽기 전에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그림은 지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누더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영광스러운 삶을 가진 자라도 결국은 자신의 육체... 그 안쪽으로 깊게 밀려들어가... 그 안에 갇혀서 모든 세계, 인간과 단절되고 맙니다. 

인간 존재는 그 단절의 끝 점. 그 지독한 어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자코메티는 누더기 인간의 힘찬 발거음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 누더기 인간의 실존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수치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경험해보지도 않은 더 나은 삶에 대한 기억과 오늘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큰 괴리로 남아 있습니다. 


성경에는 부유한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아 집을 떠난 탕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생전에 아버지에게 자신의 몫으로 받을 재산을 달라는 무례한 요청을 한 아들은 그 돈을 들고 세상에 나가 거지가 될 때까지 탕진합니다. 가진 것이 없는 신세로 거리의 인간으로 살아가던 아들은 아버지의 집에서 밥이라도 얻어먹고자 집으로 향합니다. 


집으로 향하는 아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그는 모든 면에서 실패한 인간입니다. 화려했던 삶을 살았던 적도 있지만, 이제 그는 누더기 그 자체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성경이 보편적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성 그 자체인 아이로 태어나 위대한 꿈을 꾸던 청년의 시기를 지나 삶의 가장 완숙한 중년을 지나지만... 누구나 빈 껍질처럼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연결은 끊어지고, 존재감은 점점 사라져... 죽음을 기다리는 그러한 순간이 옵니다. 


우리가 타인과 만날 때, 나 역시 깨어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꼭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부족한 모습이 나의 모습이고, 내가 싫어하는 그 모습이 나에게도 있음을 안다면...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그런 누더기 인간에게 따뜻한 품을 열어주셨듯이 우리도 타인에게 그러한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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