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과 배움의 영성 1
나름대로 많은 책을 읽어오면서 마음 속에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가장 감명 깊은 책이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다른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간단한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감명 깊은 책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감명 깊은'것을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가장 감명 깊다'는 것은 그 책이 나의 지향이 되고, 영감을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저자가 나의 삶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조금은 진지한 입장에서 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저에게도 '가장 감명 깊은 책'이 생겼는데, 그 책이 바로 파머파머의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입니다.
앞으로 이 책의 여러 부분을 발췌하면서 저의 깨달음과 감동을 함께 나누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교육에 대해서 되짚어 보려고 합니다.
근대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철학자 데카르트는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저는 뭐 이런 당연한 말을 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이 말이 갖고 있는 의미가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인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는 한 사람의 생각과 그 시대의 정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o Sum)"
이 문장에는 '나'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생각하는 주체가 '나'입니다.
데카르트의 철학적 선언에는 '나'가 사유의 주체가 됩니다. 세상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주체가 내가 됩니다.
'나' 이외의 다른 존재는 '나'의 대상이 됩니다.
'대상'은 나에 의해서 파악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소유'되는 것이 됩니다.
'나'와 '세계'는 '나'를 중심으로 관계 맺습니다. 내가 인식하는 대로 세계는 존재하며, 내가 다가가는 대로 세계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세계를 구성하는 주체가 '나'가 됩니다.
이렇게 데카르트에 의해서 '주체 중심', '이성 중심'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파커파머는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영적인 존재라고 말합니다.
영적이라는 말에 대해서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영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인 단어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해주는 말로서 '인간이 한계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며, 자신을 넘어서는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영적인 차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의 이성과 언어로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차원'을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유명한 시가 있습니다.
한 꽃이 있습니다. 그 꽃은 그저 하나의 '사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물'의 이름을 불러주자, 그 '사물'은 하나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꽃'을 바라보고, 그것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것은 그저 하나의 물리적인 '몸짓'이었지만, 그것에 시선을 주고,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것은 '꽃'이 되었다는 시인의 깊은 통찰입니다.
이것은 비단 '꽃'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람도 똑같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수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대부분은 의미없는 움직이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나에게 특별히 의미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을 보았고, 그 사람에게 특별한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 행복했고,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은, 하나의 사물 또는 사람이 영적인 차원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적인 차원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존재가 '의미의 세계'로 편입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일 매일 많은 존재들과 영적인 차원의 관계 맺음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적인 차원에서만 우리는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파커파머는 영적 욕구에 대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적인 욕구를 무시하고 심지어 평가절하하는 현대 교육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해야 합니다. 인간 조건의 중심부에는 언제나 영적 욕구가 있고 또 앞으로도 있을 것이기에,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이라면 마땅히 인간의 영적 욕구를 중심 관심사로 삼아야 합니다." 1)
우리 시대는 '가슴을 차갑게 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영적인 차원(의미적 차원)을 무시하고, 오직 '이성' 중심의 교육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일 수록 점점 더 인간미가 떨어지고, 차가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웰컴투 동막골' 이라는 영화를 보면 마을 지도자인 이장님이 나옵니다. 그 분은 특별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세심하게 살피는 '따뜻함'을 가진 인물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이장님의 말에 절대적으로 순종하고, 마을 전체가 이장님의 지도 하에 움직이는 모습을 본 북한 장교가 묻습니다.
"고함 한번 지르지 않고 부락민들을 휘어잡는 영도력의 비결이 뭡니까?"
....
"뭐를 많이 먹여야지"
https://www.youtube.com/watch?v=xiN2vH36bCc
영화 속의 이장님은 거창한 연설도 없습니다. 대단한 카리스마도 없고요.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따스함과 넉넉함이 존재합니다.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인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파커 파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영성은 인간이 추구해 온 것들 중 가장 유구하고 중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보다, 자신의 자아보다 더 큰 그 무엇과 연결되고자 하는 추구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교사는 학생, 주체, 그리고 그들 자신 사이에 관계의 망을 엮어 내는 사람들입니다. 학생이 스스로 의미 있는 삶을 엮어 낼 수 있도록, 그래서 그들의 삶을 통해 갈가리 찢어진 세계를 다시 엮어 낼 수 있도록 말입니다." 2)
저는 자신보다 더 큰 무엇과 연결되고자 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납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살아가는 세계보다 더 큰 세계를 탐색하며, 자기보다 더 큰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원합니다. 이러한 존재적 욕구가 바로 영성입니다.
교육은 이러한 영적인 욕구, 연결되고자 하는 갈망을 해소해주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바로 그러한 욕구의 표출인 것입니다.
파커파머는 이 시대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주체중심, 이성중심'의 세계로부터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각자의 머리 속에 무기가 될만한 지식을 채우는 전쟁터가 아닙니다.
교육은 나와 타인, 나와 세계, 나와 의미가 연결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I said
"우리는 연결된다. 고로 존재한다."
1), 2) 파커 파머,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
* 파커파머
미국의 존경받는 교육지도자이자 사회운동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지성.감성.영성을 하나로 통합하는 그의 교육철학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그는 미대륙을 포함하여 전 세계를 무대로 워크숍, 포럼, 강연회를 열고 있으며 '교사의 교사'로 불린다. 미고등교육학회 임원과 페처연구소의 수석 고문을 맡고 있으며 미공립학교 교사들을 위한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창설하기도 했다. 1997년에는 전미 1만여 명의 교육기관 관계자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고등요육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중의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