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리의 테이블 Feb 04. 2023

본질로 이끄는 것이 교육

생활관 이야기 1

본질을 영어로는 'substance'라고 합니다. 'sub'라는 것은 '~의 밑에'라는 뜻이고, 'stance'는 '상태'라는 말입니다. 즉 본질이란 '표면에 보이는 무언가 그 밑에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헬라어로는 'φυσις' 본래의 자연적 성질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어떠한 언어를 선택하든 '본질'은 두 개의 층위를 포함하고 있는 말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그 이면에 '숨겨진 것'입니다.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한 선생님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교육의 브랜드를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브랜드를 입히면 우리 교육과정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샤넬이라는 향수가 그 자체로는 좋은 향수정도이지만, 그 브랜드로 인해서 더욱 가치가 올라갑니다. 이처럼 우리 교육과정에도 좋은 브랜드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브랜드가 주는 효과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 속에서 샤넬이라는 브랜드는 단순히 좋은 향수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사회 계급의 상징으로서 소비되고 있고, 인간의 욕망을 자극합니다." 


그 대화가 끝난 이후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교육은 무엇인가? 그것은 욕망을 자극해서 자아를 팽창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순간을 이용해 인간과 세계, 신과 초월의 세계, 그 본질로 인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학생회 개편과 관련한 학내 이슈가 있었습니다. 차기 학생회 후보가 되는 학생들이 학생회 전면 개편을 말하면서 상당한 갈등이 만들어졌습니다. '변화! 변화!'를 외쳤습니다. 

저는 그 변화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학생들을 불러서 "변화는 참 좋다. 근데 무엇을 위한 변화니?" 

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얘들아,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그 고유의 목적이 있다. 그것이 설령 사람들이 만들어 낸 제도라고 해도 말이야. 변화는 그 본질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방향으로 흐를 때에만 좋은 결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다양한 필요를 위해 변화를 외칩니다. 

아쉽게도 그러한 외침들 중 우리를 본질로, 진리로 인도하지 않는 것이 참 많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본질로 인도하는 교육이 있는 반면에 상대화 된 토지 위에 자신의 입지를 위한 교육이 있습니다. 


올바른 교육은 모든 기회를 통해 우리를 본질로 인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상담, 공부, 규칙, 관계 등 모든 것을 통해서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을 선물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