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평어를 읽고
12월은 학기가 마무리 하는 시간입니다.
대안학교인 우리학교는 학사일정이 자유로운 편이라, 12월 17일 조금 이른 방학을 했습니다.
방학이 끝나면 교사들은 생활기록부의 평어(학생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언급하는)와 성적표를 점검하는 대 작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참 스트레스 받는 기간입니다. 내가 쓴 평어를 다른 선생님이 보면서 다양한 지적과 수정을 요구하는 일이 일어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평어를 점검하게 되면 대체적으로 비슷한 정보를 보게 됩니다. 과목에 대한 평가, 태도 등 '이러 이러 하다'.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등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가끔 아주 독특하면서도 적합하고 시적인 평어를 보게 됩니다. 그럴 때면 똑같은 음식을 먹다 질린 순간 아주 독특하고 신선한 요리를 먹는 듯한 신선함을 경험합니다.
"학생에게는 ‘시작’이라는 표현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 학생은 지난 학기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재능만큼 살아내지를 못했다는 내용의 평어였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렇구나"라고 하면서 읽다가 저 위에 적힌 참으로 신선한 표현 '시작이라는 선물'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작이라는 선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그게 선물이었구나...
절망과 아쉬움속에서도 '시작'이라는 선물이 우리 삶에 날마다 주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멋진 평어를 읽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