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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리의 테이블 Aug 23. 2023

이혼은 안됩니다.

이혼을 비난하는 것은 아님

직업 특성상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그 아이들의 가정에 대해서 잘 알게 됩니다. 

요즘은 한부모 가정이 많고, 그것에 대해서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도 모른 채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편견의 눈으로 바로 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또한 부모와 자녀의 삶 서로 독립되어 있다는, 요즘의 생각은 분명 더 성숙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입장에서 이혼을 합리적인 선택 중 하나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어 염려가 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나무이고요. 

당연히 나무에게 땅은 전부입니다. 땅이 안정되고, 비옥한 양분을 공급하면 땅은 잘 자라게 됩니다. 


저는 10년 정도 깨진 가정의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보육원의 아이들부터 부모가 이혼해서 자녀를 전혀 돌보지 않는 아이들 그리고 이혼은 했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자녀를 돌보는 가정의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혼을 했더라도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자녀를 돌보는 가정의 아이들은 큰 상처를 받지 않고 잘 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조차도 엄마, 아빠가 화해를 하기를 바라게 되고, 알 수 없는 정서적 결핍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양쪽 부모가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는 가정의 아이들은 심각합니다. 대부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합니다. 정서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십 대 때 연애를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방치하는 사이클이 집안 대대로 반복됩니다. 

제가 아는 한 남자아이는 10대 후반에 아이를 낳았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도 그 아이를 10대 후반에 낳아 책임지지 않았고, 결국 아들도 아이를 낳아 책임지지 않아 할머니가 1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두 케이스가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많은 케이스가 이런 식입니다. 

이런 악순환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 성숙한 주변 어른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요즘 TV나 브런치 글을 보면 '이혼'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쉽고, 쿨한 것으로 보여주는데, 혹시나 자녀가 없는 가정의 이혼이라면 그런 분위기를 어렵게라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녀가 있는 가정의 이혼이라면 그렇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가정은 아이들에게는 '땅'입니다. 그 땅에서 공급받아야 결핍이 없습니다. 결핍이 있는 아이는 그 결핍 때문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왜 사정이 없겠습니까? 그래서 이 글을 쓰는 동안 내내 특별한 사정을 가지고 있는 가정의 아픈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됩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혼은 안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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