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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리의 테이블 Oct 15. 2021

가장 행복했던 자전거 여행

일상의 소소한 깨달음

아버지가 파킨슨과  치매로 요양병원에 가신지 2달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기력도 많이 쇠하시고, 살도 많이 빠지셨어요. 

매일은 아니고, 2~3일에 한 번씩 통화를 하는데, 이제는 소통이 안될 정도로 목소리도 발음도 부정확하십니다. "이렇게 돌아가시려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어젯밤 꿈에 아버지가 나오셨습니다.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셨는데, 너무나도 건강하고 젊어진 모습이셨어요. 

저도 본 적이 없고, 기억도 없는 20대의 모습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집에 오셔서 말씀을 하시고, 가족들을 돌보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생생한 꿈을 생각하며, 한참을 누워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 

그러다 몇 년 전 파킨슨 판정을 받으시고, 열심히 운동을 하시던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날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 어쩐 일이세요?" 

"응, 나 자전거 타고 이포보까지 왔어."


"그래요? 경기도 광주에서 한참 멀 텐데, 체력이 되세요?" 

"그러게,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대단하시네요. 재미있으셨어요?" 

"응, 자전거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다. 너무 좋다." 


아버지는 평생 운전을 직업으로 삼으셨습니다. 1940년대 생으로 변변한 배경도 없이 힘겹게 살아오셨어요. 

평생을 그렇게 힘들게 살다가, 파킨슨에 걸려서야 일을 놓으셨는데, 그제야 강변 옆을 지나며 시원한 바람을 향해 달려가는 소소한 기쁨을 맛보신 거였습니다. 


"아버지 나중에 저랑 한번 가요." 

"그래, 아들아 꼭 같이 오자." 


결국 그 기쁨을 다시 한번 느끼시기도 전에... 아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 보기도 전에... 

이제는 요양병원에서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라니... 

꿈속에서 만나 수십 년 전의 20대의 아버지...

한 번만이라도 함께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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