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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되어서야 알았다 나의 가장 큰 천적은 나라는 걸

'일기 고쳐 주는 아이/박선화/잇츠북어린이/2019

by 한산

'일기 고쳐 주는 아이' 서평 (feat. '미지의 서울' 연계)


타인의 삶을 엿보는 환상적인 경험

"살자고 하는 것은 다 용감한 거야"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남이 되어서야 알았다. 나의 가장 큰 천적은 나라는 걸"

같은 명대사를 남긴 '미지의 서울' 드라마 속 미지 할머니 말씀이다. 최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주인공 자매인 미지와 미래가 서로의 삶을 바꿔 살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갔듯이, 여기 한 동화책 속 아이도 친구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몰래 남의 일기를 훔쳐 읽어보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박선화 작가님의 '일기를 고쳐 주는 아이'는 평범한 아이 현재가 부자 친구 준모의 일기를 대신 써 주면서 벌어지는 신비롭고 교훈적인 이야기입니다. 낡은 일기장이 불러온 마법 같은 사건은 현재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나의 삶'과 '타인의 삶'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인권위 판단으로 교육현장에서는 6090세대처럼 일기를 숙제처럼 쓰지는 않는다. 국어시간을 활용한 글쓰기 공부로 지도하는 경우가 많다. 일기 쓰기를 검사했을 시절 아이들의 일기를 학부모들이 고쳐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맞춤법이나 바른 글씨로 교정하고 더 알차게 내용을 채우려고 지우개를 지우고 꼭꼭 다시 눌러쓴 흔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이 실제 경험보다 과장되었을 수도 있고 감정표현이 아이보다는 어른들의 입장에서 쓰였을지도 모른다.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통찰

현재의 동경과 준모의 현실: "현재는 부유해 보이는 준모의 삶을 동경하며 그의 일기를 대신 써 주는 일에 뛰어듭니다. 이는 드라마 '미지의 서울' 속 미지가 엘리트 언니 미래의 삶을 부러워했던 감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삶의 이면, 그 안에는 각자의 고민과 아픔이 숨어 있다는 것을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남의 떡이 커 보이고 자신의 고민과 슬픔이 가장 커 보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연 없는 삶들이 어디 있을까?


일기장 마법의 깨달음은 어쩌면 동화 속 현재는 낡은 일기장의 마법으로 준모의 삶을 직접 체험하며,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준모의 일상에도 결코 쉽지 않은 무게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마치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가 미래의 회사 생활의 고충을, 미래가 미지의 평범한 일상 속 소박한 행복을 알아가듯이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는 자신에게 당연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비로소 알게 된다.


진정한 행복과 자아 찾기는 쉽지 않은 과정이 필요하다. 두 작품은 모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된다면 더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일기를 고쳐 주는 아이'의 주인공은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삶, 그리고 그 안의 작은 행복들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닫고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게 됩니다. 이는 '미지의 서울' 속 미지와 미래가 각자의 자리에서 진정한 행복과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성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주인공 이름이 현재인 까닭도 여기 있지 않을까.


메시지 전달 방식의 차이와 강점은 드라마 '미지의 서울'이 쌍둥이의 극적인 삶의 전환을 통해 성인의 복잡한 현실과 자아 찾기를 다룬다면, 동화 '일기를 고쳐주는 아이'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일상 속 작은 마법과 깨달음을 통해 순수하고 따뜻하게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덕분에 어린 독자들은 부담 없이 삶의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을 사랑하는 용기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일기를 고쳐 주는 아이'는 '미지의 서울'과 같이 타인의 삶을 경험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작품이며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족환경이나 위치가 중요한 게 아닌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이 중요하고 현재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통해 아이들에게도 이와 같이 느끼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 책 추천 대상은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니지만 각자 다시 생각해 볼 따뜻한 해답을 제시한다. AI를 활용해하거나 참고 사례, 보고 베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요즘, 아이들 일기를 고쳐주는 게 아니라 통으로 대신 써 줄 수도 있는 시대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일기를 직접 써 내려갈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미지의 서울'처럼, 매일 새롭게 펼쳐지는 '미지'의 페이지로 가득 찬 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페이지인 현재를 사랑과 감사함으로 채워나가는 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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