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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는 곳에서 배움은 일어난다

자연관찰생태지도 그리기 활동으로 다져진 생태감수성

by 한산

이번 수업공개는 참관하신 선생님들 피드백이 진솔했다. 매번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이 아닌 참신한 질문들이 나왔을까를 생각해 보니, 왜일까를 고민해 봤더니 참관하신 선생님들도 수업에 어느 정도 참여했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자연관찰생태지도를 만들기 위해 함께 경험했기 때문이다. 닭장이 있고 연못이 있는 풀밭 장소에서 많은 무리의 방아깨비가 짝짓기 하는 모습을 보았고, 연못에는 왜 잠자리 성충들이 많을까를 함께 고민했고, 돌 틈 사이에 마치 사람들이 가져 놓았을 법한 조그만 아이 손만 한 빨간 물건도 발견했다. 이건 분명 들쥐들이 가져다 두었지 않았을까 말하는 학생과 2학년 00 이가 소꿉장난으로 두었을 거야라는 추측과 상상이 가득했다. 꽃에 앉아 꽃가루받이를 돕는 곤충이 호박벌인지 다른 곤충인지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 이를 알아가는 4학년 학생의 관찰탐구 태도도 의미 있었다고 했다. 이건 분명 들쥐들이 가져다 두었지 않았을까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두 팀으로 나누어 담당 세 분이 함께 진행된 자연관찰 생태지도 만들기 수업은 그렇게 풍성해졌다. '네이처링-자연과 연결'이라는 자연관찰생태지도 만들기 앱을 이용해 수업을 했다. 로그인부터 쉽지는 않았다. 한 학교 또는 한 지역의 미션을 만들려면 연수를 통한 인증이 필요했다. 그게 되지 않아 그곳에 연락했더니 여럿이 함께 쓰는 공유 미션을 부여해 주었다. 학생 로그인 역시 만만치 않았다. 부호자 인증부터 해서 미션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담임선생님 도움이 아니었다면 2박 3일이 걸렸을 거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며 다양한 삶의 방식과 관계를 배운다는 취지에 맞게 이곳에 살아있는 생물 즉 곤충이나 나무, 풀 등을 올리면 그 위치를 제시해 주고 기록해 주는 생태전환교육시스템이다. 단 이름을 모를 경우는 이름을 묻는 시스템이라 그 답을 기다리는 시간 조금 걸린다. 하지만 이런 기록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왜냐면 다양한 위도와 고도, 여러 지역별 기록된 전국 각지의 생물 친구들의 관찰기록이 쌓여가면 이를 보전하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다른 팀에서는 개미집도 발견하고 다양한 곤충과 식물을 관찰했다고 한다. 수업 협의회 중 나눈 이야기로 교사가 발견해 준 곤충이나 식물보다 자신이 직접 발견한 곤충과 식물이 인상에 남아 그걸 발표하는 걸 발견했다. 아이들의 경험도 역시 주어지는 주입식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해 가는 과정, 꺼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아 때 숲교육을 강조하나 보다. 의도하지 않는 자연, 그 숲에서 어떤 발견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아이만이 알 수 있다. 그래서 의도한 수업보다는 의도하지 않는 수업, 단일 교과의 수업보다는 통합된 수업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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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느끼지만 공개수업을 한 뒤는 속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하다. 너무 식상하지만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수업은 반복해서 자주 하지만 공개수업이라는 것은 그날 학생변수 즉 컨디션이 좋으면 질문을 많이 할 것이라는 가능성, 교사 개인의 컨디션 즉 오늘따라 발문이 잘 되고 학생들들 피드백이 좋은 수업 등 다양한 요소가 추가되서일까. 이 시간을 위해 며칠을 고민했던지 모르겠다. 밀린 숙제처럼 꽁꽁 쌓아두고, 이 과목 수업을 할까 저 과목 수업 몇 차시를 하면 어떻게 학생들 반응이 잘 일어날까를 고민한다. 학생들과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야 하기에 진행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단 당일 교사와 아이들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수가 있다. 일반적인 교사들이라면 일 년에 3번 정도 공식적인 공개수업을 한다. 학부모 공개수업 한 번, 1,2학기 동료교사 공개 수업 두 번 한다. 처음인 신규교사부터 20년 정도의 경륜 있는 중견교사까지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 수업을 즐겨하는 일들도 보기는 했다. 이 수업이 보여주기식인지, 일련의 과정을 담아 이어져온 수업인지는 한두 번의 공개수업으로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평소 수업 태도와 아이들 생활모습을 보면 짐작해서 알 수 있다. 어쩌면 수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동료교사끼리 나누는 수업이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 분석보다는 격려와 공감을 해주는 수업 나눔을 선호한다. 단 아픈 지적이 없으면 발전이 없듯 좋은 게 좋은 것으로 끝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장단의 조화를 이루는 게 수업 나눔이자 수업친구를 찾는 것이다. 아래와 같이 수업 친구들에게 던지고 답해본다.


가. 이번 수업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가르치려고 하시나요? 평소 수업에서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이 단원에서는 우리 주변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찾아보고 조사하는 활동으로,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생물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면서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생태계 보전 의식과 실천하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이 활동으로 생태감수성 즉 생태소양과 디지털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이번 활동에 활용할 스쿨 네이처링(애플리케이션) 누가기록으로만 끝나는 게 아닌 앞으로 삶 속에서 생태계와 자신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와 생태계가 인간중심이 아닌 생태계 모두 연결됨을 이해하도록 수업을 디자인하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나. 수업하는 학급은 어떤 학급인가요? 주의 깊게 봐주었으면 하는 학생이 있으신가요?

디지털 소양이 우수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전체 모둠 활동을 하면 협동학습이 잘 이루어지며 전반적으로 수업 참여를 잘한다. 모둠 안에서 천천히 가는 친구도 있는데 친구가 설명을 해도 학습 속도나 이해도를 맞추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친구가 포기하지 않고 잘 이끌어가고 있으나 개별적인 도움이 필요하여 수업 중 별도로 확인을 진행해야 하며 속도를 천천히 맞추면서 나가야 한다. 그때 혼자 앞서가려는 아이와 천천히 배우려는 아이는 어느 지점에서 배우는지 주의 깊게 봐주었으면 좋겠다.


다. 이번 수업 나눔을 통해서 해결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야외 생태관찰 수업할 경우 다소 수업 집중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수업 목표와 의도와 달리 다른 곳으로 관심을 두는 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지에 대하 고민을 이번 수업 나눔을 통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학교와 지역의 특색을 강조하는 학교자율시간 생태수업을 구성할 경우 과학 교과 속 어떤 내용을 채워 진행해야 할지 함께 해결하고자 한다.



역시 배움은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이번 공개수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배움의 목표가 어디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겠지만. 수업 참관 교사와 함께하는 수업공개도 의미가 컸다. 참관한 선생님들 수업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고 깊어져 수업이 더 생생해졌다. 10년 전 학부모공개수업 때도 학부모님들과 함께 속담 알아맞히기 게임을 가족오락관 방식으로 해서 훨씬 분위기가 좋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뒤에 의자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망부석처럼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닌 수업활동을 함께 해 보는 것을 넘어 함께 경험을 공유해서 그럴 거다. 수업 교사만 진행하도록 바라보기만 하고 관찰만 하는 참관 수업이 아닌,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공동수업은 외롭지 않았다. 좋은 수업이란 게 화려하고 능수능란한 교수법이나 남다른 기법으로 놀라게 하거나 현혹되게 하는 기발한 수업방식에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왜 이 수업을 하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배움을 주고 싶은지를 진심을 담아 전하면 되지 않을까. 좋은 질문과 환경 그리고 동료선생님들과 함께 한다면 더 깊어질 것이다. 이렇게 치밀한 계획과 빈틈없는 의도 없어도 배움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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