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마을역사와 현재 아이들 잇기

초등교과연계 마을역사 강사 수업 후기

by 한산

"맥락화하다 - 어떤 일이나 사물이 서로 이어지는 관계나 연관이 맺어지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


<초연결학교, 함동균>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다. 배움과 삶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맥락'이라는 낱말이 나온다. 허투루 보았던 이 낱말이 깊이 박혔다. 대학까지 학교공부 16년, 유치원, 어린이 집까지 포함하면 20년 가까이 열심히 배운다. 많은 시간을 들여 외우고, 가슴 졸이며 시험을 보지만, 자신 즉 개인 삶의 맥락을 떠난 교육은 시험을 치르고 나면 가방 한가득, 종이상자 한가득 쌓인 문제집과 교과서 종이로만 남고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 시간 한국사 즉 국가사가 등장한다. 그전 초등 3학년 때 지역을 배우지만 그때는 문화재와 문화유산 등 배운다. 그렇게 자신이 살던 거주 지역(마을) 위주로 배우던 사회과 탐구의 영역이 ‘국가’와 ‘역사’라는 넓은 세계로 나간다. 이때 아이들은 공간과 시간이 갑자기 커지면서 혼란스럽고 어려워할 수 있다. 관련 역사 용어가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교과서에 소개된 한국사 내용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는 먼 다른 곳, 유명한 곳만의 문화재와 사건이 등장한다. 그래서 자신과 직접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2020년 이곳 군미래교육재단에 파견을 와서 알보고면 재미있는 00 역사를 기획하는 역할을 담당했는데 이제는 직접 강의를 하게 되었다. 해가 지나면서 ‘알재곡(알고 보면 재미있는 곡성) 마을역사강사’를 재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학기말 업무와 성적처리 등으로 바쁜 와중에 강의 의뢰를 받았을 때 고민을 해보겠다고는 했다. 하지만 그 당시 강의의뢰를 선뜻 응해준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시 잡고 수락을 했다.

양성 과정을 준비하며 가장 큰 숙제는 하나였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몰아치는 국가사(國家史)의 거센 흐름 속에서, 우리 마을 역사의 발자취를 어떻게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연결할 것인가? 또 어떻게 의미 있게, 거창하게 애향심과 민주시민의식까지는 아니지만 학생들 자신도 역사의 한 주체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담당으로 맡은 부분은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육과정 중 마을역사와 연계되는 수업사례와 수업실연을 위한 조언이다. 이 내용을 준비하기 위해 천천히 과거로 기억을 더듬어가며 5학년 담임 때 경험한 역사수업을 떠올려 보았고 당시 알재곡수업 첫해 마을역사강사와 했던 수업도 소환했다. 사회과 역사 단원 교육과정, 초등역사 ebs방송을 찾아보고, 마을과 연계한 초등역사 수업사례 도서를 구입했다. 그러면서 실마리는 잡혀갔고 강의안을 쓰게 되었다.


조사하면서 알게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통찰하는 ‘비판적 사고력’과 다양한 사료를 해석하는 ‘정보활용 능력’을 핵심역량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교과서 속 역사는 아이들에게 때로 박제된 유물처럼 다가온다. 차후 마을역사강사분들에게 마을역사가 이 ‘박제된 역사’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 강조했지만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다른 것보다 "교사와 학생이 역사 지식을 생산하지 못하고 소비하기만 하는 수업으로 초등역사교육의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초등역사교육의 목표는 역사적 자료의 수집, 분석, 해석 등을 통해 역사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학습자들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은 역사가로서의 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일련의 학습자 중심의 '역사하기'수업과정이 필요하다."(초등역사수업 디자인하기 77쪽 발췌)는 이 내용을 강조하고자 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보는 활동을, 하지만 이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학교현장에서도 이를 위한 프로젝트수업과 배움의 공동체 수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 하지만 몇 번의 만남으로 학생들과 이런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이끌어내려면 학교 담임선생님과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


첫날 강의 문을 열었던 ‘진진가(진짜 둘 /가짜 하나 찾기) 놀이’는 단순한 얼음 깨기가 아니었다. 고향인 ‘장선마을(옛 지명은 남촌)’의 유래를 퀴즈 속 하나로 냈다. 그동안 서로 마주 보지 않고 개별적인 책상으로 이루어진 강사들은 어색하는 모습을 보이다 자신의 진진가를 소개하며 조금 열린 강사들의 모습을 보며 역사가 ‘나’로부터 시작될 때 비로소 ‘공동체 역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소통과 공동체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사회과가 지향하는 ‘시민성’의 기초가 되고, 이런 마을역사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민주시민의식이 스며들지 않을까.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인다면.


역사는 왜 배울까?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을 던졌다. 초등학생들에게 '역사'의미를 쉽게 접근하는 방법으로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줄까. 라면을 오래 두면 불어지니 빨리 먹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저녁에 늦게 먹고 자면 다음날 아침 얼굴이 붓는다는 걸, 이런 작고 사소한 자신의 경험(역사)을 통해 삶의 지혜를 주고, 리코더 부르기 할 때 '레'음 소리 내기를 어려워했는데 꾸준하게 연습을 해서 자신감을 얻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면 재미를 준다고. 이렇게 역사는 거창한 게 아니고 학생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이틀간 이뤄진 강의는 5학년 초등역사 수업사례로 '역사탐정놀이', 추체험 활동으로 역할놀이(상황극), 역사뉴스 만들기(영상제작가능), 역사신문 만들기, 문화재 모형 만들기(키링, 굿즈), 역사사건 포스터 만들기, 나도 우리 고장 문화유산 큐레이터, 역사사건 찬반토론수업, 십자말풀이, 삼행시, 마을역사그림책 활용수업, 보드게임 활용수업, 공동교육과정(여러 학교가 함께 모여)으로 곡성역사 골든벨 대회, 문화재 또는 인물 관련 노래 만들기. 현장체험학습형 방탈출게임 등을 안내했다. 이런 활동이 단순한 지식 전달과 일방적인 안내가 아닌 학습자 즉 학생들이 참여하는 마을역사수업을 위한 마음이 전해졌길 바란다.


이어서 마을역사수업 진행 꿀팁으로 수업시작 단계에서 당당하고 친절한 태도롤 유지, 너무 저학년 대하듯 '아이고 아기야'라는 말투보다는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말투를 사용해야 한다고. "여러분과 오늘 특별한 시간을 보낼 마을 선생님 000입니다."라고 정중히 소개하는 것이 좋다고. 흥미로운 도입(Hook) 즉 오늘 배울 내용이 자신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예를 들면 "우리 고장은 왜 도깨비마을이 있을까 궁금하지 않니? 어떤 이야기와 전설이 어떤 사람(인물)과 연결되는지 알아보지 않을래?" 이렇게 지금, 여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역량을 뒷받침할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 수업 진행이 학생 주도성을 중심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 이론 설명이 15분 이상 길어지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5분이지 않을까.


특히 초등학교 5학년 학생 특징을 강조했다. 구체적 사고에서 추상적 사고로 넘어가는 발달 단계에 있다. 이 시기 아이들은 날카로운 통찰력을 발휘하며 “왜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강사들에게 이 질문을 ‘도전’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말 좋은 질문이야!”라는 한마디로 아이의 비판적 사고를 긍정해 주고, 교과서 속 불국사와 석굴암 같은 우리 고장 문화재는 무엇인지, 곽재구 의병장 같은 우리 고장 의병은 누가 있는지, 임진왜란이 우리 동네 앞 강가에서 어떤 절박한 전투였는지 구체적인 ‘장면’으로 전환해 줄 때 아이들의 눈빛은 달라진다.


또한, 수업 중 ‘구체적인 칭찬’을 건네는 법도 함께 나누었다. “잘했어”라는 모호한 말 대신, “마을 지도를 그릴 때 공공기관의 위치를 아주 정확하게 표시했구나!”라고 짚어주는 것은 아이가 가진 ‘지리 정보 활용 능력’을 격려하는 일이다. 이러한 세심한 되돌리기는 아이들이 마을과 지역이라는 공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결국 이렇게 준비하는 강사들의 수업실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역사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이라고, 우리 마을역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된다면 분명 성공적인 마을역사 수업이 될 거라고. 마을역사 수업은 국가 수준의 역사에서 자신의 삶과 연결되는 마을의 이야기로 채우는 과정이자, 아이들에게 “내가 사는 이곳이 바로 역사의 현장”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일이다. ‘알재곡’을 통해 배출된 강사들이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과 눈을 맞출 때, 마을역사는 단순한 교과서 사진과 연표, 삽화가 아니라 밖으로 걸어 나와 아이들의 삶 속에 뿌리내리는 생생한 역사 현장이 될 것이다. 그 뿌리가 튼튼할 때, 우리 아이들은 비로소 마을과 세상을 잇는 당당한 주인으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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