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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산 Feb 06. 2022

#10. 나는 왜 쓰려하는가?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합니다. 당신이 글쓰기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인지 아닌지는 당신 자신을 포함해서 누구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랜 욕망을 마주하고 풀어내면 분명히 통쾌할 거예요. 가끔은 고생스럽기도 하겠지만 그 고생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글쓰기는 쓰는 사람의 삶을 충만하게 해 주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건필을 기원합니다.”

   <책 한번 써봅시다>중 일부 (장강명, 한겨레출판, 2020)

  속표지 한편에 손글씨로 쓴 작가 장강명 자필 글이다. 영혼 없는 딱딱한 인쇄 글 보다 이렇게 사람 냄새나는 글이 얼마만인가. 도서관에서 확 마음이 당겨 바로 대출을 신청했다. 또한 앞표지 그림 바탕 연둣빛도 끌렸다. 서울 한강 어느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고양이와 함께 책을 보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다. 느티나무 잎사귀 하늘거리고 있다. 멀리 육삼 빌딩이 보이고. 그림을 그린 이가 아내인 줄 알았는데 이내라는 작가였다. 책 속 가끔 등장하는 그림이 따뜻해 보였다. 이렇게 책을 만나 한 달 정도 끙끙거리며 읽다가 내일 반납이라는 도서관 문자메시지를 보고 이렇게 바쁜 책 소감을 쓴다. 

 장강명 글은 이번이 처음이다. 책보다는 책방 무사 요조와 함께하는 팝캐스트 ‘책이 뭐라고’ 방송 프로그램 목소리로 먼저 익숙해졌다. 그리고 가끔 한겨레 칼럼을 읽으며 이 작가 무언가 모르게 따뜻함이라고 해야 할까 인간미가 느껴졌다. ‘표백’, ‘당선, 합격, 계급’ 이 책들은 한 번 꼭 읽어봐야겠다. 다른 글쓰기 작법서와 비슷한 흐름의 책이다. 글을 왜 써야 하는지 마음가짐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글의 대한 전술을 이야기한다. 다만 인상적인 내용은 기존의 책들과는 다르게 결과라는 책을 내는 ‘작가’라는 ‘무엇’보다는 책을 쓰는 과정인 ‘어떻게’를 강조해 ‘저자’가 되라고 말한다. 마지막 글에서 바다와 배, 선장의 비유를 통해서 쉽게 이해를 가게 해줬다. 모든 작가들, 저자들의 희망사항은 ‘내가 더 멀리 가는 것’이라며 글을 마친다. 

 작가 아니 저자를 꿈꾸는 당신에게 남은 선택지는 책을 쓰지 않고 계속 후회하며 사는 것, 졸작을 내고 후회하는 것, 멋진 책을 쓰고 후회하지 않는 것이라고 쉽게 결론을 내려준다. 하지만 그 ‘멋진 책’이라는 수식어를 완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해 준 것도 이 책의 내용에 자세하게 나온다. 

  이 책을 덮으며 떠오른 문장은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다. 가을 새롭게 시작한 김탁환의 이야기 학교에서도 글쓰기 과제가 열 편이란다. 헉하고 부담이 밀려오지만, 차분히 잘 쓰든 못 쓰든 한 땀 한 땀 채워나가 보자. 나를 의심하지 말고, 남들을 신경 쓰지 말며. 타인과 공감하는 글을 쓰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다짐이 언제 또 삼일천하처럼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 삼일 후 다시 시작한다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 일상의 피곤함과 혼자 있는 시간의 부재, 글감 고갈, 나태함으로 결석일이 많아질지 모르지만. 머리 쓰기가 아닌 몸 쓰기로, 김탁환 작가의 말처럼 세상 속 글감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따뜻하고 부지런한 글쓰기를 꿈꾼다. 책 내용 중에 솔직한 글을 쓰고 싶다면 뛰어넘어야 할 세 가지가 ‘욕먹는데 대한 두려움, 자신을 뽐내고 싶은 욕심, 교훈과 감동에 대한 집착’이라고 하는데 난 마지막 교훈과 감동처럼 반성과 다짐 글로 자주 마감하는 걸 발견한다. 이걸 고치려는데 잘 안 되는 걸 앎도 큰 배움이겠지. 김탁환 작가가 말한 아름답게 쓰기보다는 정확하게 쓸 것도. 또 내가 진짜로 쓰고 싶은 글의 종류와 글감도 생각해 봐야겠다. 삶을 가꾸는 일기 같은 에세인지, 객관적인 정보전달 글인지, 주관적인 문학 인지도. 

 이 가을, 이곳 미실란에서 탁한 세상 환하게 밝혀 줄 이야기 학교에서 왜 쓰려하는지를 자주 물어야겠다. “시(글)를 안 쓰고  웃음거리가 되는 것보다 시(글)를 써서 웃음거리가 되는 편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용기 있는 글쓰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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