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똥누기-마음을 와락 쏟아 내는 아이들 글쓰기/이영근/보리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벨주의라 토요일 연수는 참석하지 않는 주의자인데. 이번에 마음을 다스릴 겸 듣고 싶었다. 아니 여름방학 이후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아니 3월부터 시작된 학부모 민원으로 아픈 마음을 씻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장소는 이곳 동부권에서는 거리가 먼 서부권 무안이다. 새벽 댓바람부터 서둘러 갔다. 2007년 한국글쓰기연구회 배움터에서 만난 인연으로 더 반가울 것 같았다. 아는 척은 하지 않았지만 얼굴은 그대로였다. 다만 얼굴이 까맣게 더 익어갔다. 더 영글어진 영근샘이 되었다. 연수를 듣다 보니 주말 축구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오늘도 축구를 해야 하는데 못 가서 아쉽다고 그런데 내일 일요일에 갈 예정이라고 한다.
현 상황에 맞게 선생님은 마지막에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쩌면 마음을 다스리고 주변을 살피는 것일 것이다. 첫째 방법은 잊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무엇을 잊어야 한다는 걸까? 학부모 민원, 아이들의 오만불손한 태도, 관리자들의 어쩌구니 없는 지시와 관행들일까. 이런 걸 이렇게 회피하고 잊는 게 최선의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강사 영근샘은 말했다. 자신은 매일 쓰는 글쓰기를 마음을 비워내고, 주말 축구하는 즐거움으로 일주일을 살아간다고 한다. 거기에 맞춰 근력운동을 하고 체력을 유지한다고 한다. 마치 자신이 메시가 된 것처럼. 다음은 여행이라고 한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면 마음이 정리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사람을 만난다는 거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 학교에서는 조용하고 얌전하지만 서울경기글쓰기연구회 사람들을 만날 때나 실천교사모임 등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신나며 해포를 푼다고 한다. 이렇게 내 힘듦을 알아주고 자기와 뜻이 맞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세 번째는 작은 행복 쌓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소한 행복 장면 사진을 찍어서 쌓아두라고 한다. 일주일에 다섯 장면 이상 꾸준하게 쌓아보라고 한다.
연수를 담당한 연구사님은 교육경력은 30년이라고 했는 아직 24년 정도 된다고 한다. 현재는 경기도 모 초등학교 체육교담 선생님이라고 한다. 그곳은 러시아 아이들이 삼분의 일이 된다고 한다. 한글을 몰라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관리자들은 많이 바라지 않는다고 한다. 첫 장면으로 교실 앞모습을 보여주었다. 칠판 한편에 "영근 샘 편지"란 메모 코너가 있었다. 거기엔 담임선생님 당부 글과 아이들의 낙서 같은 낱말을 쓴 흔적이 있었다. 때로 잔소리 같은 반복되는 말보다 한 번의 글이 힘이 될 때가 있다고 했다.
이어 본인 과거 교직경력을 이야기했다. 부임 후 얼마 안돼 큰 상을 받았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 스승상 대상을. 그리고 해외연수를 다녀오고 초등참사랑이란 교육사이트를 계속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다 인디스클 초등참사랑 코너가 만들어지고 2004년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활동, 초등토론교육연구회 활동을 했다고 한다. 토론이 삶이고 따뜻했으면 합니다라는 바람으로.
학급이름은 참 삶을 가꾸는 우리 - 참, 사랑을 나누는 우리 -사랑, 즐겁게 일하는 우리 - 땀 이렇게 세 단어를 따와서 "참 사람 땀"반이라고 한다. 이호철선생님의 영향이리고 한다. 이호철선생님은 이오덕 선생님 가르침으로 이어졌겠지. 이오덕선생님 영향을 받은 좋은 선생님들이 많다.
분위기 변화를 주기 위해서였을까. "달과 별"노래를 들려주었다. 기타 반주로. "밤하늘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달과 별" 가을에 더 생각나는 그 노래. 백창우선생님 곡이다. 노래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르는 독특한 능력이 있는 선생님이다. 이렇게 무언가를 꾸준히 하려면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다 아이들을 좋아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정으로 성으로 진정성 있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들도 감동하고 스며드는 모습을 발견할 거라고 했다. 이렇게 꾸준함을 몸소 실천하며 "또 기다리는 편지(안치환), 일어나(김광석)"로 통기타 연주와 노래는 이어졌다. 꾸준함을 그렇게 배웠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밀고 나가는 힘이다.
이번 연수로 알게 된 걸 정리해 보면 이렇다. 귀담아듣는 단계는 첫 번째가 눈으로 보면서 듣는 단계, 두 번째가 연필로 쓰면서 듣는 단계, 세 번째가 대답을 하면서 듣는 단계이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질문하면서 듣는 단계이다. 초등에서는 눈으로 보고 대답하면서 듣는 단계를 자주 이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른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ㄹ을 세 번에 쓴다. 모음은 길게 쓴다. 줄과 칸 안에 맞춰 쓴다고 했다.
앞에도 이야기 나누었지만 학급운영이 잘 되려면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알았다. 꾸준함을 지키지 못해 우리 반은 이리 흔들리고 있을까. 흔들리지 않으며 피는 꽃은 없다고 하던데. 강사는 월요일 주말이야기 나누기로 시작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먹은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화요일은 시로 나누기, 수요일은 토론수업, 목요일은 기타 동아리, 금요일은 학급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이걸 시간표에 고정적으로 넣으려면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이걸 교육과정 창체 시간과 다 어울리게 연결할 수 있다고 한다. 학급회의시간에 창체 여러 가지 주제가 모두 다 등장하니까. 이를 시간이 아닌 횟수로 정리하면 된다고. 해마다 또 챙기는 게 어린이날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 것이다. 다른 포즈로. 가장 간단하면서 의미 있는 선물이 될 수 있다고. 꾸준히 할 것은 선생님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것 중에서 골라 단어는 짧지만 그게 어려운 꾸준함으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이 꾸준함으로 나온 책이 와락 마음을 쏟아내는 글쓰기 - 글똥 누기 책이다. 천천히 꾸준하게를 다시금 생각한다. 이도 지속되길 희망한다면 그 상황을 즐기는 게 아닐까.
내가 찾은 꾸준함은 뭘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생각은 차츰 정리하기로 하고 영근선생님의 다짐처럼 나의 다짐을 적고 마무리한다. 1. 날마다 쓰겠습니다. 2. 청소를 하겠습니다. 3. 친절하겠습니다. 4. 정성껏 글자를 쓰겠습니다. 5. 귀 기울이겠습니다.
(2023. 9. 어느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