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산 Jun 18. 2024

오늘날 우리가 그 어떤 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

우리글 바로 쓰기 1권/이오덕/한길사

"윤슬, 미리내, 가람, 온누리, 빛고을, 자리바위, 나릿 몰, 쑤이태, 지암몰, 새터......" 이런 순우리말이 사리지고 온통 외래어, 외국어 천지다. 가끔 예능방송을 보면 무슨 뜻이지 하는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줄이고 압축까지 해서 도통 못 알아듣는 낱말들이 많다. 언어는 변하고 새롭게 창조되고 시대상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지만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심지어 공공기관에서 나서서 영어를 먼저 쓰는 경우도 있다. 있어 보기기 위해서. 학교에서도 무슨 시책이나 특색 프로그램을 만들 때 영어 앞부분을 따서 만들곤 한다.


우리글 바로 쓰기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신 분이 또 있을까 싶다. 순우리말보다 흔히 듣는 외래어와 한글문법을 벗어난 것을 그냥 쓰고 가볍게 쓰고 생각 없이 썼던 글이 부끄러울 뿐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듯이 아이들에게도 전달되었을 텐데 말이다. 우리글 바로 쓰는 것이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단어인데 겨레 사랑이라고 생각하시는 실천하신 분이다. 이 책 속 수많은 용례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듯 꼼꼼하고 치밀하게 지적해 주고 있다. 교사 특유의 직업병처럼 예리하게 찾아내 밝혀준다. 최근 글쓰기연구회 관심이 생기며 관심을 갖게 된 권정생선생님, 서정홍선생님, 이계삼선생님 함께 글쓰기에 다가서게 하신 분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2,3,4,5권도 꼭 읽어야겠다.

우리 민족이 오랜 시간 영향을 받았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지만 강대국, 지배국가에 영향이 크다. 제1장, 중국글자말에서 풀려나기로 시작해서 2장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일본말, 3장 서양말 홍수가 졌다.

4,5장 말의 민주화, 그리고 마지막 6장 글쓰기와 우리말 살리기까지 작가는 신문, 소설, 잡지, 교과서 등 모든 텍스트에서 조목조목 찾아내서 알려준다. 바른 우리글 표현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네 역사가 중국의 영향-일본의 영향-미국의 영향을 받아 온 만큼 우리네 글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역사성으로 그냥 둘 수도 있지만 우리네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넋이 빠진 겨레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는 경고를 잊을 수 없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고 의식적으로 이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표현을 발견했다. 명사 다음에 습관적으로 붙여 쓰는 '의'가 일본식 조사라는 것을. 이것만 빼거나 다른 조사를 사용해도 글이 읽기 말끔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것'도 마찬가지인듯하다.

'에서의', '로부터의', '으로부터의' '서양말 과거형인 '-었었다' 등 여러 가지 잘 못 된 말들을 줄여 써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니 쓰지 말아야 한다고.


이제는 글쓰기가 대중화되었지만 예전에는 지식인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기 위해 어려운 낱말을 많이 사용했다. 나부터도 돌아본다. 괜히 전문적인 용어를 쓰려고 하고,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로 길게 만연체로 쓰지 않았나 반성이 되었다. 저자가 말하듯 글을 살려야 말이 살고, 글을 쉬운 말로 써야 한다. 이야기하듯이 쓰고, 책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 들려준다는 태도로 써야 한다는 것. 사실에 착 붙은 말, 진실이 담긴 말, 삶을 나타낸 말, 삶에서 익힌 말, 삶에서 우러난 말인 살아 있는 말을 글로 써야 한다. 삶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나오는구나. 삶이란 게 사람의 줄임말이겠지. 사람 사이에 쓰는 말이어야 한다. 책이나 학문이 아니라. 또 지식인만이 아닌 노동자, 농민, 상인, 주부 등 모든 사람이 글을 써야 한다. 추상 이름씨(추상명사)보다 움직씨(동사), 어찌씨(형용사)를 많이 써야 글을 살리는 길이라 했다. 아울러 글 쓰는 사람들 문필인은 삶에서 떠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민중속에서 살고, 육체노동을 가끔 해야 한다고 한다. 자주 하면 안 될까. 더 좋겠지. 몸을 움직여 쓰는 글이 생생하다.  지식인들의 말보다 농촌에서 쓰는 말 그리고 글말보다 입말을 많이 써야 글이 진실된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에게 우리말을 바로 가르치고, 어린이 말을 소중히 여기고, 어린이들이 자유스럽게 글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숙제나 어른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글이 되면 안 된다고.


 "삶을 가꾸는 방법인데, 기본만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본 대로, 들은 대로, 한 대로' 쓰도록 합니다. 이렇게 해서 사실을 바로 보아야 삶을 가꾸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붙잡는 것 - 모든 교육이 여기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 만들어 놓은 어떠한 어른들의 생각의 체계도 아이들이 덮어놓고 따르지 않도록 합니다.

 어른들의 관념, 주의, 사상, 종교 -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덮어 씌우려고 하는 어른들의 이 모든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 속에 아이들이 걸려들지 않도록 애씁니다. 이것이 글쓰기로써 하는 생명을 지키는 교육, 자유의 교육, 해방의 교육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아이들이 마치 풀이나 나무같이 자연스럽게 자라나도록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글쓰기회를 들어갔고 글쓰기 끈을 잡고 놓지 않으려 한다. 글쓰기로 삶을 가꾸려면 자주 들여다보자 이오덕 선생님 글을. 그리고 실천하자.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2011년 10월 어느 날)  

매거진의 이전글 참사랑땀 교실의 힘 - 꾸준함 그리고 이기는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