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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산 Jun 03. 2024

실천이 바탕이 되는 글 쓰며 사는 삶

작가를 통해 알아보는 삶을 위한 글쓰기 레슨/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친절한 옆집누나가 알려주듯 편안하게 읽었다. 항상 글쓰기 지도책의 비법은 일단 써라. 그냥 써라, 계속 써라는 동일했다. 하지만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은 글쓰기 작가의 삶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소제목 '작가적인 삶을 위한 글쓰기레슨'이라는 글귀처럼. 이혼한 이야기, 동성애가 있다는 사실까지. 글쓰기는 거짓 없이 다 보여줘야 한다는 글쓰기 수업 수강생들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꺼림 낌 없이 다 들어낸다.

  동양적인 관심 때문일까. 전혀 서양스럽지 않다. 아니 번역자의 역량이었을까. 선(禪), 티베트불교의 관심이 있어서인지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고요함, 불교적인 명상, 무념무상 등 그 당시 히피족과 결을 같이한다. 청바지와 면티가 잘 어울리는 평범한 아줌마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저자는 어렵거나 거창하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초보 글쓰기 입문자들에게 스스로에게 친절하라는 말을 잊지 않고 꼭 말한다. 


 저자는 글쓰기 연습의 원칙 7가지를 짝짓기에 빗대어 설명한다. 모든 인생만사에 적용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어떤 분야등 다 적용이 될 것 같긴 하다. 네 가지까지는. 


 첫째, 손을 계속 움직여라. 10분이 자주 등장한다. 10분이든 한 시간이든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면 발 앞에 폭탄이 떨어지더라도 꼼짝해서는 안 된다. 아니다 목숨이 중요하니 폭탄이 오면 피해야지. 

 둘째, 억제하지 말라. 말하고 싶은 걸 말하라. 글의 내용이 정확한지 겸손한지 적절한지를 걱정하지 마라. 그냥 뱉어내라. 이건 초고에서 가능하겠지. 머릿속에 검열관이나 유교소년을 담아두면 안 된다. 

 셋째, 구체적으로 쓰라. 자동차라고 하지 말고 캐딜락이라고 하라. 과일이 아니라 사과라고 하라. 그냥 새가 아니라 굴뚝새라고 하라고 한다. 갑자기 굴뚝새가 궁금해졌다. 이글에서도 구체적으로 쓰려고 노력한다. 옆집누나라 쓰지 말고 김말순누나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장선리 누나가 맞을까 구체성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외모, 이름, 주소. 이 모든 걸 다 동원해야 하나. 구체적이라는 말에는 동감한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니 말이다. 

넷째, 생각하지 말라. 처음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써라. 두 번째 세 번째 생각으로 나아갈 필요는 없다. 첫인상을 무시하지 말라. 여기에서 생각이라 함은 두 번째 이후를 말하는 거겠지. 생각 없이 어떻게 글을 쓰지 도무지 이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섯째, 마침표와 철자,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 생각을 옮겨 적는 것이 중요할 뿐, 문법이나 철자는 한참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이걸 완전히 잊어버릴 순 없다. 방금도 얽매이지 할 때 얽매이지 와 헷갈렸다. 한참 뒤에라도 꼭 생각해서 바꿔야 한다. 안 그러면 망신이다. 

 여섯째,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마음껏 쓰라. 당신 앞에 있는 것 중 가장 쓸모없는 것, 우주에서 가장 하찮은 것에 대해서도 써보라. 쓰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신 마음대로 써라. 이 분은 크게 동감한다. 쓸모없는 것에 쓸모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배경이 되어주는 존재가 위대하다랄까. 

일곱째, 급소를 건드려라. 두려운 것이 떠오르면 피하지 말고 맞서라. 그곳에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계속 두려움의 주변을 맴돌며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이 말 역시 공감한다. 변죽을 울려 중심을 말하기도 하지만 직접 대면해서 맞대면해야 성장한다. 피하기만 하면 결국 더 큰 산을 만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후 글에서도 다양한 글쓰기 비법이나 이렇게 해보세요라는 글쓰기 훈련법과 루틴을 알려준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으며, 자신에게 친절함을 잃지 말라는 당부도 꼭 하고 있다. 자신의 에너지를 창의적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 글쓰기를 통해 명상의 효과와 수양하는 마음을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뼛속까지 내려가 써라>를 읽었다면 다음 책으로 이 책도 필독하길 바란다. 나탈리 골드버그 수업 영상을 너튜브라고 만나고 싶은데 찾을 수가 없어 아쉽다. 밥 딜런 생애를 그린 다큐멘터리라도 봐야겠다. 중간즈음에 나오는 우선순위 정하기 방법도 인상 깊었다. 나는 작가이니 글쓰기를 먼저 하고 다음에 달리기를 한다. 만약 달리기 선수라면 달리기를 먼저 하고 글쓰기를 하라. 지금도 문장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선택이 중요하다. 그 기준은 뭘까 생각해 본다. 우선순위 중요하다. 그리고 남사스럽지만 나는 작가다라는 마음을 갖고 살자. 작은 일도 쓸모없는 것도(글쓴이는 이 쓸모없는 것에 집착하라고 했다.) 허투루 보지 말고 기록해 보자. 이 책엔 유달리 개인 사생활이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까지 공개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푼수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솔직함을 배워야겠다. 아직도 감추는 게 많은 글을 쓰는 나에게는 배워야 할 사항이다. 글로도 솔직하게 못쓰면 어떻게 한단 말이냐. 단 그 솔직함으로 상처받는 이들이 없기를 바라면서.  글쓰기를 우선순위로 두고 삶을 챙겨보자. 모든 게 다 글감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되겠지. 이렇게 다짐한 마음과 실천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받은 기운이 다 할 때까지는 계속 글쓰기 해보자. 내 글에 라이키를 다는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언젠가 받게 될 응원료를 생각하며 허투루 쓰지 말고, 꼭 퇴고는 하자. 발행된 후 후회하지 말고. 글 쓰며 사는 삶에 스며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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