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썅년아 나와! “
좁은 상가 안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둠을 가르기라도 할 기세였다. 유일하게 빛을 밝히고 있던 복도 끝의 호프집 문이 벌컥 열렸다.
“뭐여”
“야, 큰일 난 거 아냐?”
웅성웅성대는 목소리가 들린다. 술에 취해서인지 겁이 나서인지 아무도 밖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문 끝에 송골송골 맺혀있다.
잠시 뒤 상가입구를 마주한 가게에 불이 들어왔다. 문 앞에서 돌돌 거리며 돌아가는 빨갛고 파란 불이 이발소임을 알려준다. 웃는 듯한 입매가 사람 좋아 보이는 흰머리의 주인이 느릿한 걸음으로 복도 밖으로 나와 섰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소리가 난 쪽을 들여다보았다.
“누굴 찾는 거요?”
놀란 눈을 하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침착했다. 어깨너머로 보이는 시계가 저녁 1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간판 없는 수족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독특한 물고기들이 많아 나이나 성별을 불문하고 꽤나 인기 있는 곳이었다.
불 꺼진 가게 앞에 웬 여자가 서 있었다. 짝이 맞지 않는 슬리퍼에 몸에 맞지 않는 커다란 재킷 차림이었다. 재킷 밑으로 늘어진 잠옷자락이 급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녀는 대답할 생각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문 채였다.
“저거 돌멩이 아니야?”
“야! 야! 어떻게 좀 해!”
다급한 목소리가 달려들었다. 호프집에서 달려 나온 모양이었다.
구부정한 자세로 양손을 축 늘어뜨리고 있던 여자는. 사람들이 달려들어 손목을 낚아채기 전에 이상한 괴성과 함께 팔을 들어 내쳤다. 동시에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눈앞에서 유유히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일순 사라졌다.
“경찰! 경찰에 신고해! 빨리!”
“아저씨. 경찰 좀 불러주세요.”
달려왔던 사람들은 뒷걸음질 쳐 달려가며 이발소 주인에게 외쳤다.
순식간에 쏟아져 나온 수조의 물이 상가 안 복도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수조 속을 비추고 있던 푸른빛이 이제는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을 번쩍이게 했다. 꼭 네온사인이라도 켜 놓은 것 같았다.
홍수라도 난 듯 퍼지는 물속에서 물고기들이 파닥대며 뛰어올랐다. 꼭 야밤에 춤이라도 추는 것 같았다.
호프집으로 되돌아갔던 사람들이 되돌아왔다. 손에 양동이를 든 채였다.
“일단 보이는 대로 주워 담자. 물도 어떻게 해봐.”
“이런 건 경찰이 오면 하겠지.”
“야이씨, 잔말 말고 하라는 대로 해.”
어른 몇이 시뻘건 얼굴을 하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양손을 물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때 다급하게 상가입구를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엄마!”
동시에 간판 없는 수족관 안쪽에 불이 들어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