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
햇빛에 비친 사파이어 메다카는 보석 같았다. 윤후는 작고 반짝이는 것들이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다. 수조 속에서 물이 흔들릴 때마다 보석들도 이쪽저쪽으로 요동쳤다. 잘못해서 쏟아질까 봐 조심스레 걸었다. 집까지 이렇게 멀었던가. 저기 보이는 아파트 입구가 느리게 다가왔다.
“윤후. 어이 뭘 그렇게 들고 가?”
갑자기 들리는 최 씨의 소리에 깜짝 놀랐다. 하마터면 수조를 놓칠 뻔했다.
“아저씨. 깜짝 놀랐잖아요.”
“뭐 죄라도 졌어? 뭘 하는가 밑에만 보고 걸어가니까 그렇지.”
“아저씨 이거 봐요. 이런 거 본 적 있어요?”
윤후는 경비실에 앉아 있는 최 씨에게 수조를 들어 보였다. 힘이 달려 어깨만큼도 들어 올리지 못하고 낑낑거렸다. 그런 윤후를 씩 웃으며 쳐다보던 최 씨는 경비실을 나왔다.
“이야, 이건 뭐라고 하는 거야? 쬐끄만한게 잘도 움직이네.”
“이게 이름이 사파이어 메다카래요. 햇빛에 비추면 더 이뻐요. 볼래요?”
“그래그래. 아저씨가 들어서 보여줄까? 꽤 무거워 보이는데”
“정말요? 아저씨 사실은 나 아까부터 팔 빠질 것 같았어요. 저기 상가에서부터 들고 오는데 쏟아질까 봐 뛰지도 못하겠고. 아, 아줌마가 너무 큰 걸 줘가지고.”
최 씨는 윤후의 유일한 말동무였다. 윤후가 어릴 적부터 아파트의 경비를 하던 그는 윤후만 한 손주가 있다고 했다. 윤후는 손주가 뭔지 잘 몰랐지만 가끔 놀러 오는 자기 또래의 친구가 좋았다. 동네 친구보다 말도 잘 통했다.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서 놀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와 이거 봐라. 반짝반짝 빛나는데 이거 몸이 꼭 투명 물고기 같아.”
윤후보다 최 씨가 더 신나 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는 윤후가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머리 높이로 들고 햇빛에 비춰보였다. 이리저리 옮길 때마다 무지갯빛이 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거 말이야. 집에 가지고 가도 되는 거야? 아저씨가 맡아줄까?”
최 씨의 말을 들은 윤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저씨. 이거 가져가면 저 혼날까요?”
작년 겨울 윤후는 길가에서 울고 있는 작은 고양이를 만난 적이 있었다. 며칠 동안 같은 자리에서 우는 고양이를 보다 못해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때도 최 씨는 윤후를 말렸다. 윤후는 괜찮다며 고집을 부리고 집에 가져갔다. 고양이는 집에 한 발짝도 들여놓을 수 없었다. 추워서 벌벌 떨는걸 엄마는 고대로 들고 밖에 내놓았다. 다행히 최 씨가 고양이를 돌봐준 덕에 윤후는 한동안 경비실에 붙어 있었다.
“내가 맡겨줘? 전에 고양이처럼 여기서 키워도 돼.”
“아저씨. 이건 수조고 손도 덜 갈 테니까. 가져가볼게요. 제가 돌본다고 하면 될지도 몰라요.”
“무슨 일 있음 이리 가져오고.”
“네”
윤후는 떨리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아까 경비실 시계를 보니 4시쯤이었다. 오늘은 아빠가 일찍 집에 온다고 했다. 요 며칠 출장으로 집에 오지 않아 집이 더 썰렁했었다.
“어? 윤후야.”
“아빠!”
열린 엘리베이터 안에 수복이 있었다.
“지금 오는 거야?”
“응. 아빠 어디 가?”
“우리 윤후 하도 안 와서 마중 나가볼까 했지. 근데 손에 들고 있는 게 뭐야?”
수복은 고개를 바짝 들이대고 수조 속을 살폈다. 윤후는 아빠의 반짝 거리는 눈이 어린아이 같아서 웃겼다.
“이거. 사파이어 메다카지?”
“어? 어떻게 알아?”
“너 이거 어디서 났어?”
“아빠. 사실대로 말하면 혼내지 않을 거지? 나 이거 상가 동물원. 그러니까 상가에 간판 없는 가게 있잖아. 거기 아줌마한테서 받아왔어. 나 이거 키워도 돼?”
수복은 뭘 생각하는지 눈은 메다카에 고정시킨 채 대답이 없었다.
“아빠?”
“어. 뭐? 어쩐다고?”
“나 이거 키워도 되냐고. 내가 밥도 주고 청소도 하고 다 할게.”
“그래 그럼. 꼭 윤후 방에 놓고. 거실에 놓으면 엄마가 치워버릴지도 모르니까.”
“정말? 그래도 돼?”
윤후는 신이 나서 펄쩍 뛰다가 수조를 놓칠 뻔했다. 수복은 그런 윤후 너머로 상가가 있는 곳의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