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행글 1기 - 꿈꾸고, 행동하는 글쓰기 - 1일 차
나를 소개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자니 한창 이직 준비를 하던 어느 날이 떠올랐다. 그날은 거실에 앉아 후- 내미는 숨에 입김이 폴폴 났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곱아서 삐걱거리는 손에 호-호- 따뜻한 바람을 불어대며 열심히 펜을 움직였었다. 그때 나는 자기소개서에 뭐라고 썼던가.
00 대학을 졸업하고~ 어쩌고 저쩌고
많이들 썼을 법한 살아온 이력 같은 것을 줄줄 적었던 것 같다. 재미도 없는 내용을 열심히도 끄적여댔구나. 오늘은 지루하지 않은 소개서를 써봐야지.
나.
'월리를 찾아라'에 나오는 빨강과 하양이 섞인 티셔츠를 입고 빨간 산타 모자 같은 삼각 모자를 눌러쓴 검정 뿔테의 '월리'를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스마일 배지 같다는 소리도. 그런데 최근에 나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아이가 찍어준 나의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여기 찍혀 있는 마녀 같은 사람이 나인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다. 동화책 등에 자주 등장하는 늙그수레 한 얼굴과 뾰족한 코로 대표되는 마녀 말이다. 유독 사진에서 뾰족한 코만 눈에 들어왔다. 콧대가 높으면 멋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건만 어딘지 화살표 같기도 해서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공기가 차가워지면 코가 먼저 시려지는 건 이런 생김새 때문이었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내 코가 싫거나 한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어떻게 되겠지' 혹은 '뭐 잘 될 거야' 이런 식이다. 상황이 나쁘더라도 '언젠간 끝나니까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헤쳐 나가다 보면 정말로 끝이 나 있곤 한다. 내 화살표 코 역시 어느새 웃기는 이야기의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성격은 일을 할 때나, 지금 한창 하고 있는 육아에서 크나큰 힘이 되었다. 힘들고 지칠 때 다시 웃으며 일상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잘 될 거야'라는 생각 덕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건강한 나의 육체 덕분일지도 모른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아이를 넷이나 키우면서 서서히 늘어난 체력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초강력 껌딱지로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 않고 업고 항상 함께 나다녔던 첫째와 그런 첫째 덕에 늘 애기띠에 매달려 나다녀야 했던 둘째. 갑자기 찾아온 둥이들을 동시에 안고 업고 하다 보니 쉴 틈 없이 체력이 늘고 있다. 덕분에 스스로 말하길 '람보 같은 엄마'이지만 이건 아이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아직은 나의 거의 모든 것이 육아에 집중되어 있지만 정신이 없으면서도 심심하다. 여기서 심심하다는 것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 할 것이 없어서 그렇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한 활동이 없어서일 것이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자기 계발'을 하기 시작했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관련된 모임도 참여하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비록 온라인이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자극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끌어내어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공부와 함께 준비도 시작했다.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덕에 할 일을 넘치도록 만들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재미있다.
이렇게 간절히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몰두한 적이 있던가 싶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아이들이 모두 자고 혼자만의 시간을 길게 길~게 가지고 싶어 밤이 12시간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간에 허덕이고 있지만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친다.
그리고
그런 내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