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시작으로 벚꽃과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일본에서는 ‘하루이찌방’ 이라는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삼한사온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비가 오는 날이 많아진다. 홋카이도와 같이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추운 지역 외에는 한국의 온돌과도 같은 난방을 하지 않는 일본의 주택은 지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무로 지어진 곳이 많아 추위에 약하다. 겨우내 웅크렸던 몸이 햇빛이 많지 않은 봄 날씨에 따뜻해지지 못하고 심한 온도차로 인한 스트레스와 일본 전역을 날아다니는 꽃가루 알레르기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이럴 때는 입맛을 돋우어주고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주기 위해 먹는 한국의 나물이 생각난다. 일본 사람들에게 있어 한국의 나물은 숙주 등의 야채나 고사리 등의 산채, 야생 잡초를 소금을 넣은 물에 데쳐 조미료와 참기름을 넣고 무친 것을 의미하며 비빔밥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에서도 산채에는 장을 깨끗이 하는 정장(整腸) 기능과 해독을 촉진시키는 성분이 다량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추운 겨울 동안 몸에 쌓인 필요 없는 지방이나 노폐물을 배출해서 몸의 컨디션을 회복시켜주는 역할을 하므로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봄에 먹기 적합하다고 한다. 봄이 되면 슈퍼의 야채 진열대 한 곳에 생소한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한국과는 조금 다른 일본의 봄 산채 3가지와 먹는 방법을 소개해보겠다.
1. 山うど(야마우도)
슈퍼에서 볼 수 있는 야마우도는 연화 재배라고 하여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엽록소의 생성을 억제해 작물을 흰색으로 만드는 방법을 통해 키운 것을 나중에 빛을 쐬어 초록빛을 띠도록 한 것이 많다. 이는 야생 우도의 향과 풍미를 더하기 위한 것인데 이 때문에 아린 맛과 끓일 때의 거품이 많이 나서 식초물에 5~10분 정도 담그는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로 데쳐서 식초를 섞은 된장에 무쳐 먹으며 아삭아삭한 독특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특유의 단맛과 깊은 풍미를 느끼기 위해서 튀김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우도 레시피는 아래 주소에서 캡처했습니다.
https://cookpad.com/recipe/5636135
https://recipe.rakuten.co.jp/recipe/1600010147/
2. ふき(후키)
전국의 산에 자생하고 있으나 슈퍼에서 식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후키는 아이치현(愛知県)에서 재배되는 전통 야채인 조생(早生) 후키가 많다. 영양가는 전체적으로 낮은 편이나 향이 좋고 씹는 맛이 있어 봄을 즐기기 위해 먹는다.
후키 역시 거품이 많이 생기므로 요리 전 도마 위에서 소금을 뿌려 손바닥으로 여러 번 굴린 뒤에 끓는 물에 데쳐내어 찬물에 식히는 처리가 중요하다. 다시마 등을 우려낸 물에 간장과 미린, 술을 넣어 조려 먹는다. 이때 유부나 우무를 넣어도 맛있다.
3. 세리(せり)
한국에서 먹는 미나리이지만 먹는 방법은 전혀 다르므로 함께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일본에서 세리라고 하면 나나쿠사카유(七草かゆ : 7가지 봄야채가 들어간 죽으로 음력 1월 7일 아침에 먹는 풍습이 있다)로 먹는 이미지가 강하다.
※ 7개 나물죽 레시피는 아래 주소에서 캡처했습니다.
https://ja.wikipedia.org/wiki/%E4%B8%83%E8%8D%89%E3%81%8C%E3%82%86
그 외에는 나베요리라 부르는 한국의 전골과 비슷한 요리에 넣거나 된장국, 오히타시(おひたし)로 만들어 먹는다. 오히타시란 소금을 조금 넣은 끓는 물에 데쳐 냉수에 넣어 식힌 야채에 간장과 가쓰오부시를 뿌려 먹는 것을 말한다.
생김새와 먹는 방법은 달랐으나 풍부한 영양가로 몸의 면역력을 높이고 몸의 노폐물을 배출해서 컨디션을 회복시키기 위한 계절 야채들을 음식에 넣어 먹는 것은 한국과 일본 모두 같았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봄에 일본에 여행을 오면 슈퍼나 식당에서 여기 소개한 산채를 찾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