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코 막혀" 어느 날 잠자리에 들려던 둘째가 손가락으로 코를 문질러대며 말했다. 안 그래도 요 며칠 훌쩍 대는 것 같아서 감기라도 걸렸나 생각하던 차였다. 순간 긴장이 되면서 온 신경이 둘째의 코로 쏠렸다.


우리 집엔 아이가 네 명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해서 날아다니는 둥이들.


아이가 크면서 아플 수도 있고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라 가끔 아플 때가 있지만 언제가 돼도 처음처럼 긴장된다. 껌딱지가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뒤치다꺼리가 귀찮은 건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둘 다 일 것이다. 다른 아이들도 봐야 하는데 아픈 아이를 중점적으로 돌봐줘야 하는 귀차니즘과 아무래도 늘어나는 짜증과 징징을 받아줘야 한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내 자유시간!!!"을 외치고 만다. 물론 마음속으로만.


보통 한 명이 걸리면 누군가에게 옮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릴 때 '줄줄이 비엔나'라는 소시지가 있었는데 딱 그거다. 줄줄이 걸린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첫째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첫 사회생활이라 뭔가에 잘 옮아왔던 기억이 난다. 감기도, 장염도... 내 나름의 해석이지만 어쩌면 둘째가 태어난 것에 대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몸이 약해져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첫째가 3살이던 그 해는 화분증으로 눈을 비벼대기 시작했고, 소아천식도 생겨서 기침을 시작했다 하면 멈추지 않아서 오밤중에 야간진료를 하는 곳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덕분에 둘째가 3개월 무렵엔 첫째에게 RS바이러스가 옮아 기침으로 몇 날 며칠 고생도 하고 장염이 옮아 토해대는 통에 젖을 먹을 수 없어서 병원에서 링거 꽂는다고 울어재끼기도 했다. (링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결국 혈관이 얇아 동네 소아과에서 꽂는 건 실패하고 말았다. 링거 꽂을 때엔 엄마가 함께 들어갈 수 없어서 혼자라 아픔이 배가 됐는지 대성통곡을 하고 그 덕에 바이러스가 다 나갔는지 젖도 먹기 시작하고 점점 나아졌다는 허무한 이야기)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아침 웬일로 혼자 일어나서 잘 논다고 생각하며 후둥이를 봤는데 양쪽 코로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반짝이는 그것이!!! 그렇다! 콧물!!! 누나에게 옮아버렸다. 콧물이 줄줄 흘러 입까지 타고 들어가는 바람에 쪽쪽 빨아먹으며 놀고 있었다. 어쩐지... 자다가 기침도 하고 그러더라니. 얼른 선둥이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콧물도 기침도 없었다.


그런데 다음날엔 선둥이마저도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다. 쌍둥이인데 한 명만 그러면 섭섭하지 않겠는가. 둘은 하루 차이로 밤에 코가 막혀서 젖 먹느라 짜증 내다가 흐르는 코가 멈추자 이번엔 코딱지가 생겨 징징대가며 회복의 과정을 거쳤다. 감기 탓인지 어찌나 딱! 달라붙어 있던지. 어디에 자석이라도 붙어 있는 줄 알았다. 쓰레기 버리러 가도 졸졸졸, 화장실에 가도 졸졸졸. 화장실 문이라도 닫을라치면 세상이 무너진 것 마냥 머리를 땅에 박고 서럽게 우는데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웃겼는지 모른다. 아직은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지금을 즐겨야 하는 거겠지? 다 컸다고 오라고 해도 안 오고 친구 왔다고 달려 나가는 첫째를 생각하면 껌딱지 같은 둥이들을 보며 좋기도 했다가 나 혼자만의 시간도 없이 아이들과 옥신각신 하는 걸 보면 답답하기도 했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좋다 말다 정신이 없다.


그러고 보니 첫째는 옮기기는 해도 옮지는 않네. 후둥이가 나아가던 어느 날 아침에 감기 걸렸다면서 코를 훌쩍이더니 학교 다녀와서는 말짱해졌다. 나이와 함께 면역력도 같이 높아지나 보다.


뭐, 아이 넷이 북적북적 나름 작은 사회 속에서 서로 걸릴 거(?) 다 걸리면서 함께 튼튼해지니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저절로 면역력이 높아지니 서서히 병치레도 줄고 내 손도 덜 가게 되면서 나의 시간은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결론이 도출되는 건가.


"아싸! 땡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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