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을 원했지만, 독방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살아오면서 독방을 가져본 적이 없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언니와 방을 함께 썼고, 언니가 사춘기에 로그인했던 순간에는 초등학생 동생과 방을 함께 썼다. 동생이 군대에 갔을 때, 딱 1년 반 정도,, 나는 그 방을 독차지할 수 있었고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방을 가질 수 있었다.
동생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이왕 군대에 갈 거 하루라도 빨리 갔으면 했다. 그만큼 나의 공간에 대한 갈망은 엄청났다. 그런 나를 위해, 아빠는 서툰 솜씨로 벽지를 발라주었고, 시장에 들러 2단 화장대를 사주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방, 나는 일단 난방 텐트를 주문했다. 분홍색 난방 텐트를 침대 위에 올리니, 매일매일이 캠핑장에 온 것처럼 들떴다.
하지만, 그 황금 같은 시기도 동생의 제대로 끝이 났고, 나는 다시 언니와 살림을 합쳤다. 그러다, 연애를 시작했고, 남자 친구가 사준 선물, 편지를 보관할 나만의 공간이 없던 불편한 시간을 지나, 곧 결혼을 했고, 독립을 했다.
하지만, 역시 인생은 계획 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어릴 때, 서른 살이 되면 자랑스러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커피를 마시는 대리가 되어있을 줄 알았던 것처럼, 결혼하면 나만의 방이 생길 줄 알았는데, 우리는 달랑 침실 하나 있는, 각자의 공간이 없는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다. 사춘기 때부터 방을 혼자 써온 남편은, 그러지 못한 나를 위해 방을 만들어주고 싶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도 방이 있긴 있다. 그런데 방은 방인데 방이 아닌 게, 침대 하나, 수납장 하나 들어가면 끝난다. 매트리스가 들어온 날, 포근한 이불을 덮고 누웠던 그날의 냄새를 기억한다. 우리 집에서 맡아본 적 없던 냄새였다. 그렇다고 신혼집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향기로운 건 아니다.
생각보다, 나는 개인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남편이랑 아무 말 안 하고 안고만 있어도 좋지만, 가끔은 아무 말 안 하고 혼자 있고 싶기도 했다. 그알을 좋아하는 나와, 그알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편은 맞는 듯 맞지 않았다.
서로 다른 우리는, 자연스레 한 공간에서 서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익혀나갔지만, 그거와 별개로 결혼을 하고, 나는 더 자주 남편에게 화나는 일이 많아졌다.
자주 보니, 자주 열 받는 건가????
얼굴을 자주 볼 수록, 화해가 더 빠르게 되는 우리네 삶은 충천선이 짧을수록, 더 빠르게 충전되는 고속충전기의 원리와 같다. 연애할 때는, 갑자기 화가 나면 남자 친구에게 잠깐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무작정 전화를 끊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남자 친구의 얼굴, 목소리를 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그랬던 우리가 이제 같은 집에 산다. 방은 있지만, 없는 비좁은 집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토라진다. 그리고, 그 다툼의 주제는 더 구체화되고, 유치해졌다. 예를 들면, 라면을 한강물로 끓여서 화가 나거나, 고구마를 2개 굽냐, 4개 굽냐 등의 쓸데없는 것으로.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남편에게 말한다.
"우리, 잠깐 시간을 갖자." 곧, 서로의 공간으로 흩어진다. 거실로, 방으로.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중간 평화지점, 부엌에서 만나 포옹을 하고 사과를 한다. 보통은, 거실에 있던 사람이 삼겹살을 굽는다거나, 맛있는 음식으로 방에 있는 사람을 유혹하니, 방에서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일.
그렇게 조금의 시간을 갖고, 얼굴을 보면 또 금방 풀린다. 참, 쓸데없는 싸움은 쓸데없이 유치하게 끝나고 만다. 그럴 때마다, 모든 냄새를 직빵으로 맡을 수 있는 우리 집이 좁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코끝에 스친다.
며칠 전, 신혼부부 친구가 놀러 왔다. 친구도 집이 좁으니 오히려 남편과 싸워도 쉽게 풀어진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남편을 봤다. 남편도 웃고 있었다.
싸울 때는, "아 진짜 꼴 보기 싫다"라는 말이 턱끝까지 차오르다가도, 얼굴을 보면 자연스레 풀리고 마는 신혼인 우리에게 좁은 집은 어쩌면 딱이다. 한평생 독방을 갖는 것에 열망이 있던 나였지만, 당분간은 독방에 대한 욕구와 갈망은 사라질 것 같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방을 넓히는 중이다. 아, 이게 신혼의 힘인가?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아름다운 집은 사랑하는 사람 마음이 담긴 집.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서로의 마음이 좋은 집이잖아요" (겨울연가)